태풍 카트리나 내습 때, 미 의회는 청문회 등 사후 대응에 주력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확산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부 지도급 인사의 언동은 너무 나가 오히려 일사불란한 대응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메르스대책특위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메르스라는 전염병의 둑이 무너지려 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은 메르스재난대책본부를 곧 설치해 온 힘과 역량을 모아서 무너진 둑을 사수해낼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어 "우리 당은 자치단체 책임자가 전국에 널려 있다"며 "다른 당에 소속된 자치단체장에게도 협조를 구해, 이 지역의 모든 정보와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취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재난본부를 중심으로 어디든 필요한 분이 있다면 국민의 공포와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달려가겠다"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비판과 견제, 대안 제시, 사후 책임 추궁을 넘어 직접 재난대책본부를 차리는 것은 재난 대처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지자체로부터 정보를 취합하려 하고 재난 현장에 직접 달려가는 것은, 실제 방역에 나서는 실무진에게 의전 등 불필요한 노력을 요구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이날 실제로 경기도청으로 달려가 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만났지만, 새정치연합~경기도~경기도교육청 간의 공동합의문은 초당적 대응을 다짐함과 함께 "지자체와 교육청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고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과 협력해 필요한 예산의 편성과 관련법 정비에 나선다"는 내용과 "광역자치단체 간의 정보 공유와 협력 대응을 적극 모색한다" 정도로 평이하게 이뤄졌다.

    문재인 대표는 "책임을 묻는 것은 나중 일이며,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도록 하자"며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지방교육청과 공조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현장에서, 교육감은 교육현장에서, 정치인은 국회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공조하고 협력하면서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충분히 (메르스를) 극복할 수 있다"며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정보 공유를 하고 즉각적이고 빈틈없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처럼 야당이 재난 대처의 주체로 직접 나서려 하면,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혼선이 초래됨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태풍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내습했을 때,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과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민주당, 조지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으로 서로 당적이 달랐다.

    당시 미국에서도 내긴 시장은 대피 명령과 군 투입 요청을 주저하고, 블랑코 주지사는 정작 재해대책 지휘권은 연방정부에 이양하지 않으면서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미숙한 대응만 탓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주정부가 재해 대책의 책임자이며 연방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발을 빼는 등 혼란이 적지 않았다. 3자 회동에서는 내긴 시장과 블랑코 주지사가 각자 상대방을 재난의 1차 책임자로 지목하고, 블랑코 주지사와 부시 대통령은 서로 재해 대처를 똑바로 하라고 삿대질하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까지 연출됐었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이 따로 재난대책본부를 차리고 루이지애나 주나 뉴올리언스 시로부터 정보를 취합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민주당은 재난이 수습된 뒤 의회에서 20여 차례에 걸친 청문회를 열어 300여 명 이상을 증언대에 세우면서, 재난 대처 과정에서의 다양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짚어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이 할 일은 정부의 대응을 예의주시하다가 이후 국회 차원에서 정부의 잘잘못과 책임을 따지고 미흡한 제도와 정책 보완을 위한 입법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부가 할 일에 야당이 나서겠다는 셈이며, 야당이 정부 노릇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