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인재 솎아내기' 속셈 간파… 내년 총선 앞두고 행보에 촉각
  • ▲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기만적인 술책이 횡행해도 본질을 궤뚫어보는 존재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4·29 재·보궐선거 전패 뒤로 한 달여 동안 내홍을 겪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박주선 의원이 그에 해당한다.

    당초 내홍의 시작은 재보선 전패에 따라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퇴진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위원장 카드를 내밀고 안 전 대표가 이를 거절하자, 엉뚱하게도 '누가 혁신위원장을 맡을 것이냐'로 논란의 중심이 옮겨갔다.

    문재인 대표로서는 국면 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이후 김상곤 혁신위가 들어섰지만, 이러한 국면 전환 의도를 간파하고 꿋꿋이 문재인 대표 사퇴와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부르짖는 이는 박주선 의원이 유일하다.

    박주선 의원은 지난달 27일 인터넷매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의 책임 회피와 국면 전환을 위한 꼼수"라며 "나는 문재인 대표 사퇴를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당을 전횡하는 패권주의 거대 계파 친노(親盧, 친노무현)와 그 수장 문재인 대표에 박주선 의원이 홀홀단신으로 이렇듯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야권 관계자들은 "노무현정권 이후 거듭된 호남 인재 솎아내기에 울분을 느낀 호남 민심이 박주선 의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관계자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이후 민주당을 쪼개고 열우당을 창당한 친노 세력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것은 호남 인재 솎아내기"라며 "무슨 일만 있으면 물갈이를 해야 한다면서 그 칼끝은 항상 호남만을 향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친노 세력은 동진(東進) 전략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영남 대권 주자·영남 당대표를 호남에서 밀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며 "이 전략대로라면 호남은 항상 표를 곱게 밀어주는 역할만 해야 하니, 딴 마음을 품지 못하게 지역의 구심점으로 자라날 수 있는 인물은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문재인 대표가 2006년 5월 당시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들이 왜 (현 정권을) 부산 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해 큰 논란을 빚은 이른바 '부산 정권' 발언 파문도 이러한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연합뉴스 사진DB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노무현정권에서 박주선 의원이 겪은 고초를 이해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광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박주선 의원은 장차 호남 정치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인물로 여겨졌을 것"이라며 "2003년 나라종금 재수사와 이듬해의 현대건설 사건은 '호남 인재 솎아내기'를 위한 전형적인 표적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친노 세력으로부터 과거부터 당해온 것이 있다보니, 박주선 의원 입장에서도 이제는 친노 세력의 여러 가지 기만 술책들을 훤히 궤뚫어볼 수 있게 됐을 법도 하다.

    그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친노패권주의의 전략과 전술은 항상 호남을 물갈이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며 "호남 죽이기가 친노의 전략이고 전술"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친노는 5선도 좋고 6선도 좋다면서 왜 호남은 항상 물갈이 대상이냐"며 "호남에서 경륜과 중량감이 있는 의원들이 배출돼야 호남 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데 그런 싹을 자르는 것"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이런 생각 자체는 여러 호남 지역 정치인들이 두루 공감대를 갖고 있는 생각이지만, 이를 입밖에 꺼내며 친노 세력과 공개적으로 날을 세우는 역할은 박주선 의원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그 원인을 박주선 의원의 정치 역정으로부터 찾는다. 호남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전형적인 지역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장해 온 박주선 의원이지만 정치 역정은 누구보다도 험난했다"며 "그 누가 밀어줘서 자라난 '후원자 정치'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섰기에 친노도 감히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말대로 박주선 의원은 정계 입문을 무소속으로 시작했다. 16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전남 보성화순에서 출마해 새천년민주당 한영애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이후 노무현정권 하에서 친노 세력으로부터 극심한 표적 탄압을 당하던 시절, 그의 지역구인 전남 보성화순은 선거구 재획정 과정에서 공중분해돼 보성군은 고흥군과, 화순군은 나주시와 합쳐져 각각 고흥보성, 나주화순 선거구로 변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연합뉴스 사진DB

    이 때문에 분루를 삼켜야 했던 박주선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권토중래, 지역구를 옮겨 광주 동구에서 재선에 성공한다. 특히 88.7%의 가공할 득표율은 다시금 친노 세력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수치였다.

    친노 한명숙 지도부에서 비노(非盧, 비노무현) 공천 학살과 악명 높은 호남 물갈이가 이뤄졌던 19대 총선에서 박주선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금 당을 뛰쳐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었고, 민주통합당은 이 지역을 이른바 '야권 연대' 지역으로 지정해 구 통진당 김관희 후보에게 양보했다.

    하지만 결과는 '야권 연대' 단일 후보인 김관희 후보는 고작 10.3%의 득표에 그치고, 박주선 의원과 무소속 양형일 전 의원과의 양자 대결 구도 속에서 박 의원의 3선으로 결론났다.

    친노 세력들이 흔히 호남 지역 의원들을 가리켜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후보'라고 왜곡·조롱하지만, 이처럼 박주선 의원은 당의 후광에 기댄 바 없이 주로 무소속으로 개인 역량에 의존해 당선됐다.

    때문에 호남 민심의 대변자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상징성 때문에 지닌해 3월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신당'이 서로 박주선 의원을 모셔가기 위해 줄다리기를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주선 의원은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한 박주선 의원은 당시 거론되던 정세균·박지원·문재인의 이른바 '빅3'를 '스몰3'라고 일축했다.

    나아가 "언론에서 공정하게만 다뤄주면 당선될 자신이 있다"며 "오늘 이렇게들 물어보는데 이따가 뉴스에 얼마나 나가는지 지켜보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날 뉴스에서 그의 비중은 크지 않았고 박주선 의원은 컷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도, 취재진들도 알고 있었다. 홀홀단신으로 험난한 정치 역정을 겪으며 3선이 됐고 호남 지역의 큰 정치인으로 자라났지만, 계파 정치를 하지 않는 입장이기 때문에 컷오프 제도가 엄존하는 한 전당대회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박주선 의원실 관계자는 "전당대회는 계파 나눠먹기 구조"라며 "특히 컷오프 선거인단은 현직 의원, 원외 지역위원장, 시·도지사 등 중앙위원이라 이미 계파별로 다 갈라져 있어 통과가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2·8 전당대회에서 지도부의 일원으로 입성하지 않은 것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박주선 의원의 행보와 발언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2·8 전대 이후 당은 친노패권주의 판으로 변질돼 버렸고, 비노는 천정배 의원이 일갈한대로 지리멸렬"이라며 "박주선 의원은 친노의 전횡이 계속되면 행동으로 나설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총선이 다가올수록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때 '원조 친노'였지만 현재 새정치연합을 전횡하는 친노~486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를 절감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로 복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후지와라 효과'라는 것을 들어봤느냐"며 "(광주) 동구와 서구을에 태풍 하나씩, 이제 내년 총선 때의 진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친노를 배제한 중도개혁신당이 '대안 정당' '수권 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주선 의원, 어찌 보면 호남과 대한민국의 민심이 원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제든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는 그가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다윗왕이 될 수 있을지,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숨고르기 양상에 들어간 와중에서도 더욱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