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메우는 세금 하루 80억, 올해 적자 2조9,133억원, 내후년엔 4조2,34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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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국회를 향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척이나 답답한 모습이다. 국민의 고혈(膏血)을 빨아먹는 관리들이 철밥통 사수에 나서자, 표 관리에 여념없는 정치권이 슬그머니 발을 빼버렸다.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개혁 작업은 무위(無爲)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시한폭탄'이라는 격렬한 표현을 써가면서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는 국회와 공무원 조직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루 80억원. 공무원연금을 메우기 위해 들어가는 국민 세금이 내년에는 100억원으로 늘어난다.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는 공무원연금 적자는 올해 2조9,133억원에서 내년 3조6,575억원, 내후년엔 4조2,341억원이 된다.

    뻔히 보이는 폭탄 돌리기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이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된다. 내 손에 피묻히기 싫다고 후대로 계속 폭탄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 언젠가 터져버릴 폭탄이다.

    '국가부도' 사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공무원 조직은 그저 배부른 투정에만 골몰하고 있다. 썩어버린 국회와 공무원들에게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환부를 도려내는 개혁이 절실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또 다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4일 건강회복 후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일주일여 만에 거듭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를 촉구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는 강렬했다.

    한숨과 침묵, 강한 질타가 뒤섞인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답답한 속내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발목을 잡는 새정치민주연합, 대안도 없이 덜컥 야당과 손을 잡아버린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은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국회를 겨냥해 "국민들의 허리를 휘게 하는 일"이라거나 "미래세대에 빚더미를 물려주는 일"이라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과거 정부가 개혁을 등한시 한 점을 비판하면서 더 이상 공무원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발언 내용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지연될수록 국민의 부담과 나라 살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그것은 결국 국민들의 허리를 휘게 하는 일이다. 정치적 이해를 떠나서 미래세대에 빚더미를 물려주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고, 이번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서 국민들에게 빚을 지우는 일을 정치권에서 막아주시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10년 전에, 15년 전에 반영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치해오면서 어려운 일이라고 자꾸 피하다 보니까 빚이 산더미 같이 쌓여서 점점 개혁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번에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언젠가는 또 해야 되는데, 그 때는 훨씬 더 힘들어지지 않겠나?

    힘들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포기할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이번에는 반드시 이뤄내야 된다. 10년 전에 했으면 훨씬 쉬웠을 건데, 15년 전에 했으면 훨씬 쉬웠을 건데, 그럼 앞으로 이게 점점 쉬워지겠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이번에는 사명감을 갖고 정치권과 정부 모두가 해내야 한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으면 시한폭탄이 터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럼 우리나라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며, 또 지금 재정은 어쩔 건가. 이런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을 해야 된다고 본다.

    (짧은 한숨) 하아... 이것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7초 간 침묵) 그리고 국민한테 세금을 걷겠다는 이런 얘기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정치권에서, 또 우리 모두가 해야 될 도리를 국민 앞에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빚을 줄이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그리고 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국민들도 이해할 수가 있겠죠. 그러나 해야 될 일을 안 하고, 빚을 줄이는 노력을 외면하면서 국민한테 세금을 걷으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염치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관련이 되고 또 미래세대의 복지와 소득에 영향이 큰 사안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국민적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은 지난 1년여 동안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국민연금과 관련된 사항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임시국회에서는 불발됐지만 여야는 정치적 이해를 떠나 국민과 약속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번에는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드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처럼 격렬한 발언들을 쏟아낸 것은 5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음에도 여야가 탁상공론에 매진하면서 또 다시 개혁안 처리가 불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수아비 같은 새누리당, 공적(公敵)이 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표시하면서,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이유로 공무원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문재인 대표와 민심과 동떨어진 합의를 해놓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김무성 대표를 향해 강한 압박을 쏟아냈다.

    국민을 원숭이쯤으로 여기고 있는 김무성-문재인 대표, 조삼모사(朝三暮四)식 합의로 국민을 우롱한 것도 모자라 멀쩡한 개혁안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망쳐버리는 국회를 바라보며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도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