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떠나는 길' 개혁한다면서 국민우롱한 김무성-문재인 걍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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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8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뉴데일리 DB
    ▲ 18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뉴데일리 DB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오전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과 국민연금과의 연계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후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청와대가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군데군데 칼질하고, 심지어 공적연금 강화를 명분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는 졸속 합의안을 발표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조윤선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윤선 수석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변질되고 있지만 이를 막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는 내용을 담은 사퇴의 변도 함께 공개했다. 

    조윤선 정무수석이 남긴 사퇴의 변은 다음과 같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 절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뤄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 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금 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다.
     
    연금 개혁은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접근했어야 하는 문제이다. 개혁의 기회를 놓쳐 파산의 위기를 맞은 미국 시카고나 연금 포퓰리즘으로 도탄에 빠진 그리스가 반드시 남의 일이라는 보장이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애초 추구하셨던 대통령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 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저는 비록 사의하지만 부디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보고 개혁을 완수하여 후일 역사가 평가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포퓰리즘(Populism) 합의안을 내놓은 정치권을 겨냥한 발언이다. 국가부채가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도 내년 총선을 위해 퍼주기식 정책을 일삼는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타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빠듯한 살림살이를 감안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불필요한 예산 지출은 모두 틀어막고 기존의 예산계획까지 철저히 재검토하겠다는 얘기다.

    가정에서도 어머니들이 새로 돈 쓸 곳이 생기면 빚을 내기 보다는 불필요한 씀씀이부터 줄여나가듯, 나라 살림살이도 이런 원칙에 따라 운용하자는 '페이고(Pay-Go)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는데도 자신들의 금배지 사수에 몰두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펑펑 퍼주겠다는 포퓰리즘식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2033년 국가파산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는 무시한 지 오래다. 

     

    한편 조윤석 정무수석의 사의 표명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발끈했다.

    조 수석이 책임지겠다고 한 연금개혁 사안은 야당과의 문제지 청와대 수석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퇴 배경은 모르겠지만, 조윤선 수석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광주 5.18 행사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도 광주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정무수석이 무슨 힘으로 막을 수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비상한 시기에 조윤선 수석의 사의 표명과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를 여당 지도부에 대한 압박 카드로 해석하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연금개혁 문제를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대한 항의 표시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적 여론은 일방적 여야 합의만을 쫓은 여당 원내 지도부의 무책임함을 꼬집고 있다"며 "진짜 사퇴할 사람은 조윤선 수석이 아닌 원내 사령탑을 맡은 유승민 원내대표라는 비토 세력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