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이 나온다"는 朴대통령, 허리띠 졸라매지만 국회의원들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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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33년 국가파산을 예고한 국회 예산정책처. ⓒ조선일보 DB
    ▲ 2033년 국가파산을 예고한 국회 예산정책처. ⓒ조선일보 DB

     

    나라살림이 빠듯하다.

    심각한 재정 적자 국면에 진입한 만큼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들어오는 돈(세입·歲入)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 얻기에 혈안이 된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퍼주기식 포퓰리즘(Populism)에만 급급하다. 재정절벽 위기가 또 다시 도래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하는 정치인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기로 했다. 빠듯한 살림살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개혁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짜 복지로 표를 얻으려는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방침에 순순히 협조할 지는 의문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현재의 세입·세출구조를 감안할 때 2033년 국가파산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음에도 '펑펑' 퍼주겠다는 국회의원들이다. 자녀세대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데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머리속을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 ▲ 2014년 기준 중앙정부 부채 추이 및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 ⓒ조선일보 DB
    ▲ 2014년 기준 중앙정부 부채 추이 및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 ⓒ조선일보 DB

     

     

    #. 복지비용 급증, 2033년 한국 파산할 수 있다

    지난 1월 25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4~2060년 장기 재정 전망' 보고서에는 한국 경제가 복지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세수(稅收)는 갈수록 줄어들어 2033년에는 국채 발행으로도 빚을 감당 못하는 국가 파산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담겨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복지지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세입이 따르지 못하면서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가 지난해 0.8% 흑자에서 2021년에는 적자로 바뀌고 2060년에는 11.4% 적자를 낼 것이라는 것이 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현재의 세입·세출 관련 법령들이 2060년까지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할 시 2021년 한국의 재정은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이어 2060년에는 GDP 대비 -11.4%까지 적자폭이 확대된다.

    국세(國稅) 수입 또한 2060년까지 명목 GDP 증가율인 4.1%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세 수입은 총수입의 약 60%를 차지한다. 인구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력 저하가 심해질 경우 국세 수입 연평균 증가율은 2060년까지 2.9%로 떨어지게 된다.

    이와 맞물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인구감소와 구매력 축소로 인해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나라살림이 구멍나는 이유는 기초연금 등 복지 분야에서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총 세수 대비 복지지출 비중을 1981년 42.0%에서 2011년 80.3%로 30년 새 두배 가량으로 늘렸다. 한국의 절대 비중은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1995년 16.3%에서 2012년 36.0%로 17년 동안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33년 한국은 국가파산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늘어나는 지출규모를 국세 등으로 채우지 못하면 국채(國債)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산정책처는 2033년부터는 국채 발행으로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표에 눈이 먼 정치인들이 더이상 공짜 복지를 외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 ▲ 공무원연금 퍼준 그리스, 재정적자 악화로 부도 위기. ⓒTV조선 방송화면
    ▲ 공무원연금 퍼준 그리스, 재정적자 악화로 부도 위기. ⓒTV조선 방송화면


     

    #. 나라살림 대수술! 박근혜 정부, 부심 중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오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2016년 예산안 및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빠듯한 살림살이를 감안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줄이고 남은 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라 곳간이 마르지 않도록 고민하는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전방위 개혁을 추진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한편으로는 경제활성화를 통해 재정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투 트랙(Two-track) 전략를 제시했다.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발언 내용이다.

    "오늘 우리 정부 들어서 세번째 재정전략회의를 갖게 됐는데, 여러 가지로 정말 중요한 회의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렇게 비유를 들면 실감이 날 것 같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그런 노래가 있다. 이런 재정전략 없이 우리가 재정을 운용한다는 것은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바닷길을 가려는 것이나 똑같다, 이렇게 비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참 중요한 회의라고 생각한다.

    경기회복세가 아직은 공고하지 못하고, 정부보조금과 재정사업은 여전히 누수와 중복, 낭비가 많으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재정운영방향에 대해 몇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겠다.

    우선 경제를 살리는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겠다. 지금 우리 경제는 도약이냐 정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세계경제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국내 경기는 최근 개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회복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정부가 근본적 혁신을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결실을 맺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에서 경제활력을 유지하고, 구조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줘야 한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목표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내수회복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작년과 재작년처럼 세수 부족으로 하반기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세수 추이를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세원 투명성 제고와 체납관리 강화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경제활성화와 민생을 충실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재정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각 부처는 모든 예산과 재정제도를 국민의 관점에서 재설계하고 감독해서 지출 효율성을 극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잘해야 한다.계획이 잘못되면 아무리 집행을 열심히 해도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각 부처는 예산 편성 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타당성이 낮거나 관행적으로 지속되어 온 사업은 과감하게 폐지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부처간 유사·중복사업은 예산낭비와 국민만족도 저하에 가장 큰 원인이 되는데,부처간 협업을 통해서 통폐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올해 예산 편성은 각 부처 장관들이 책임지고 챙겨주시고,재정 당국은 그 결과를 보고해 주기를 바란다.

    예산집행 과정의 누수도 철저히 차단해야 하겠다.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원스트라이크 아웃제처럼 이미 발표한 대책은 추진 일정에 속도를 내 주기를 바란다.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의 경우, 부처 담당자들이 보조금을 고유권한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서 개혁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각 부처는 보조금의 중복·부정수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칸막이식 집행 등 고질적 적폐를 일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서 보고해 주기 바란다.

    아울러 세입기반 확충 노력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하겠다.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음성·탈루소득의 과세를 강화하고 비과세 감면정비를 비롯한 세원 확대 노력도 배가해야 한다.

    재정은 우리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만큼, 중장기 건전재정 기조에 흔들림이 없도록 관리해야 하겠다.향후 고령화에 따라 복지지출이 급증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 재정건전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우리 실정에 맞는 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페이고(Pay-Go) 원칙'이다.입법을 통한 무분별한 지출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재정을 수반하는 법률 입안 시에 재정 조달 방법도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도 어머니들이 새로 돈 쓸 곳이 생기면 빚을 내기 보다는 불필요한 씀씀이부터 줄여나가듯, 나라 살림살이도 이런 원칙에 따라 운용하자는 것이 페이고의 근본 취지다.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기를 희망한다."

     

  • ▲ 정신 못차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DB
    ▲ 정신 못차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DB

     

     

    #. 정신 못차리는 정치권, 국민 상식으로 납득 어려워

    이렇듯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재정위기를 고려해 허리띠를 졸라 맬 때,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금뱃지를 사수할지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실패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심각한 적자 상태다. 이 때문에 국민이 낸 혈세(血稅)로 하루 80억원씩으로 구멍난 공무원연금을 메워주고 있다.

    여야가 합의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적자 보전금의 경우, 6년 뒤인 2021년이면 다시 올해(2조9,133억원) 수준을 넘는 3조1.53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2년이면 적자 보전금이 3조8,000억원으로 하루 적자가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차기 정권에서도 다시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 합의안대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 해도 적자 보전액이 도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내년에도 보험료 등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은퇴 공무원들에게 지급할 연금액이 훨씬 더 많아 세금으로 메워 줘야 할 적자 보전금이 2조1,689억원(하루 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 보전금 예상액은 2020년까지 2조원대를 유지하다가 2021년부터 3조원을 넘고, 2023년 4조원, 2024년 5조원, 2025년 6조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는 이마저도 걷어차 버렸다.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여야 합의 실무기구에서 공적연금 강화를 명목으로 국민연금을 몰래 끼워 넣어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여야가 내놓은 개혁안대로라면 향후 2083년까지 68년간 국민연금에 1,669조원의 혈세(血稅)가 더 들어가게 된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은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8%로 올려야 한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 수준이 2배로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국가부도 사태라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만큼 보험료 인상 없이 국민연금 지급을 늘리기란 불가능하다.

    자신들이 내놓은 대책이 나라를 망칠 수 있다는 비판을 한 귀로 흘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퓰리즘(Populism) 주장으로 매번 선거에서 패배해 놓고, 반성은 뒷전인 문재인 대표와 친노(親盧) 세력의 한계로 요약되는 대목이다.

    국가 재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공무원연금을 우선적으로 개혁하고, 향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민연금을 손봐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발목잡기에 여념 없는 문재인 대표는 물타기식 주장으로 일관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에 급급하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어줍짢은 개혁안을 놓고 야당과 덜컥 합의를 해놓고, 비난이 쏟아지자 청와대 탓으로 돌리기에 여념없다.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곪을대로 곪아버린 연금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름 없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국가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러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외면하는 여야가 무슨 배짱으로 합의안을 내놓았는지 당췌 납득이 가질 않는다. 누가 봐도 졸속 야합(野合)일 뿐이다. 

    그리스행(行) 파산 열차를 예매한 한국 국회의원들이 2033년 국가파산 사태가 도래했을 때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이제 여야는 남탓 논쟁을 집어치우고 구멍난 국가재정을 메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제라도 국회의원들이 정신 차리고 제발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