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백재현·오제세·박수현·조경태 등 지역기반 탄탄"與 당협위원장은 지역구에 주소조차 두지 않은 경우도 있어"
  • ▲ 이른바 '부실당협' 위원장 교체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사진 왼쪽)과 서청원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른바 '부실당협' 위원장 교체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사진 왼쪽)과 서청원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내년 4·13 총선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이른바 '부실당협' 정비 작업을 재추진할 태세다.

    김무성 대표는 4·29 재보선 승리 직후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상향식 공천이야말로 이번 재보선 승리의 요인"이라며, 내년 총선도 '지역일꾼론'으로 치를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일꾼론'은 김무성 체제 성립 이후 치러진 7·30 재보선과 4·29 재보선에서 입증된 '선거 승리의 열쇠'다. 하지만 특정 지역의 경우 누가 봐도 야당 후보가 '지역일꾼'이고 여당 후보가 취약해 이같은 프레임으로 총선을 치러내기 어렵다는 것이 김무성 대표 측의 주장이다.

    김무성 대표가 "고르고 골라 사심없이 선정했다"는 8개의 부실 당협위원회는 △서울 동대문을 △인천 부평을 △경기 광명갑 △경기 파주갑 △충북 청주흥덕갑 △충남 공주 △전남 장흥강진영암 △부산 사하을이다.

    이에 대해 서청원 최고위원 등 이른바 친박(親朴, 친박근혜)계는 '정치적 살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강특위의 당무감사 결과가 지난 3월 최고위에 상정됐음에도 의결이 보류된 것 또한 이같은 강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최고위원측 관계자는 "부실 당협으로 선정된 곳의 위원장이 (친박) 홍문종 사무총장이 임명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지난 전대에서 서청원 최고위원 편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제안의) 순수성에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김무성 대표 측의 주장대로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한 '사심 없는 선택'일까, 아니면 서청원 최고위원 측의 주장대로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인위적 물갈이'일까.

    정치권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 측이 부실 당협으로 선정한 곳의 야당측 상대 후보들이 대단히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현역 의원들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을의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은 오랜 '여당텃밭'을 '야당텃밭'으로 갈아엎은 장본인이다. 동대문을은 14~15대 총선에서 김영구 전 한나라당 부총재가 당선된 데 이어, 16~18대 총선에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내리 3선을 하는 등 20년 동안 여당 후보만 선출한 '여당텃밭'이었지만, 19대 총선에서 민병두 의원이 홍준표 지사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민병두 의원은 민주정책연구원장 등 핵심 당직을 맡으면서도 지역구 활동 또한 활발히 하면서 동대문을을 '야당텃밭'으로 갈아엎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 의원은 지난 5월초 황금연휴 기간에도 지역구를 누비며 명함 수천 장을 돌릴 정도로 유권자 대면접촉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광명갑의 새정치연합 백재현 의원도 만만찮은 상대다. 백재현 의원은 광명시의원~경기도의원~민선 2·3기 광명시장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차근차근 성장해 밑바닥 지지세가 탄탄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역시 정책위의장 등 핵심 당직을 역임하면서도 기초의원·광역의원·기초자치단체장을 모두 역임한 경력을 바탕으로 지역구 민원 해결과 조직 관리에 소홀함이 없다는 평이다.

    충북 청주흥덕갑의 새정치연합 오제세 의원은 청주에서 태어나 경기고(64회)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지역의 수재(秀才)로,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있다. 오제세 의원이 지역 사회에서의 호평과 명망을 바탕으로 17~19대 총선에서 여당 후보를 내리 여유 있는 격차로 격파했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탈환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히고 있다.

    충남 공주에는 '공주의 남자'라 불리는 새정치연합 박수현 의원이 자리잡고 있다. 박수현 의원은 서울에 따로 거처를 마련하지 않고, 의정 활동이 있는 날이면 매일 같이 지역구인 공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상경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가 상경할 때 이용하는 고속버스편은 '달리는 의원실'이라 불릴 정도다. 게다가 '충청대망론'의 잠룡 중 한 명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최측근으로 꼽힌다는 점에서도 여당이 공략하기 어려운 상대라는 지적이다.

    부산 사하을의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야당의 지지 기반이 척박한 영남권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성주(城主) 중의 한 명이다. 지역구민들의 강력한 지지와 성원을 등에 업고 있어, PK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여당의 내년 총선 '난공불락' 지역으로까지 거론될 정도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교체 대상인 당협위원장은 내년 총선 때 도저히 '지역일꾼론'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인물들"이라며 "자기 지역구에 주소조차 두지 않고 있다가 당무감사가 시작되자 비로소 주소지를 이전한 사례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야당 후보를 감안한 것도 있겠지만, 동대문갑(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광진을(새정치연합 추미애 의원)처럼 야당 현역 의원이 강한 지역구더라도 허용범·정준길 당협위원장처럼 경쟁력 강한 '지역일꾼'이 있는 경우에는 정리 대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협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지역들이 선정된 것이기 때문에 (반발이 있더라도) 어차피 언젠가 (당협위원장 교체를) 하긴 해야 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