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막판 뒷심… '안철수 살리기' 전략적 선택 데자뷰?
  •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8명의 후보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 앞서 함께 손을 치켜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8명의 후보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 앞서 함께 손을 치켜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친노(親盧) 문재인 후보 측이 '여론조사 경선 룰' 유권해석을 막판에 변경한데 이어 비노(非盧) 박지원 후보 측의 항의조차 '네거티브'라고 몰아붙이는 등 당대표 경선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어, 그러지 않아도 여론의 관심 밖이었던 최고위원 경선은 더욱 묻히고 있다.

    하지만 한 최고위원 후보가 "남들은 마이너리그라고들 해도, 우리들 스스로는 열심히 대의원과 당원들을 만나며 다니고 있다"고 할 정도로, 당권 레이스가 시작된 뒤 나름의 승부는 열심히 전개된 가운데 이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만이 남아 있다.

    7일 야권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8명의 후보자가 경쟁하고 있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뚜렷한 3강 5중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원내대표를 지내 인지도에서 앞서 있는 전병헌 후보와 8명의 후보자 중 유일한 지방 출신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을 보유한 주승용 후보가 최다득표, 이른바 '수석'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막판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전 중반까지 전병헌 후보가 주승용 후보에 여론조사에서 4~5% 앞서 있었지만, 주승용 후보가 박지원 후보와 강력한 연대 전선을 구축한 이후 비노 진영의 표 결집 현상에 주 후보도 수혜를 입고 있는 것 같다"며 "전병헌 후보와 주승용 후보 간의 수석최고위원 경쟁이 박빙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8인의 후보자 중 선두권에서 최다 득표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병헌 후보가 지난달 31일 상중임에도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 나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8인의 후보자 중 선두권에서 최다 득표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병헌 후보가 지난달 31일 상중임에도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 나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인의 상위 득표자가 최고위원으로 당선되는 가운데 전병헌·주승용 등 3명은 당선 안정권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결국 나머지 5명의 후보자가 4~5위 턱걸이 당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세다.

    그 중에서는 문병호 후보의 막판 상승세가 무섭다는 게 야권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선거전 초반 "가장 가련한 후보"라고 자기자신을 소개해야 할 정도로 악전고투하던 문병호 후보는 광주·전남 합동연설회를 기점으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등에 업으면서 지지율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2·8 전당대회에서 문병호 후보에 '올인'하듯이 한 양상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이번 경선에서 문병호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면 잠재적인 대권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의 위상이 추락하거나 심지어 탈당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도 광주광역시장 후보를 공천할 때 안철수 당시 대표를 살리기 위한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있었다"며 "문병호 후보의 막판 뒷심에는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당원들의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원 경쟁자 중 유일한 여성 후보인 유승희 후보는 당초 낙승이 예상됐으나 막판으로 갈수록 혼전 양상에 말려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당헌으로 선출직 대의원 중 여성 비율을 50% 이상으로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선거인단 중 45%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대의원 1만5,017명 중 선출직 대의원은 1만여 명. 그 중 50% 이상이 반드시 여성이어야 하기 때문에 여성 대의원은 5,000여 명이 되는 셈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8인의 후보자 중 선두권에서 최다 득표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승용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8인의 후보자 중 선두권에서 최다 득표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승용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들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행사하는 1인 2표 중 한 표를 모두 유승희 후보에게 투표한다고 하면 사실 낙선하기도 쉽지 않다. 야권 관계자들은 이런 점을 들어 당초 유승희 후보의 최고위원단 진입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경선 막판 판세가 혼탁해지면서 대의원들의 표심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지원 당대표 후보와 문재인 당대표 후보의 '난투극'으로 친노~비노의 양극 결집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여성 등 다른 투표 결정 요인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 유승희 캠프에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다.

    서울시당위원장 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당무 능력이 검증됐으며, 의정활동이나 지역구 관리 등에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 오영식 후보 역시 당초에는 낙승이 예상됐으나, 현재는 5위권에서 아슬아슬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오영식 후보 측은 당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 젊은 패기를 가진 후보가 최고위원회에 한 명쯤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반향을 얻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영식 후보는 연설 능력에서 8인의 최고위원 후보자 중 단연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전당대회 현장에서의 주어지는 6분 간의 정견 발표를 통해 막판까지 부동층인 대의원들의 표심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밖에 문재인 후보와 연대 전선을 형성한 이목희 후보와, 유일한 원외 인사(인천 남구청장)인 박우섭 후보도 당선을 자신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될 5인은 8일 전당대회 현장에서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