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문희상·김성곤 이끌고 조촐한 참배… 통합 행보 빛바래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립현충원 내에 위치한 우남 이승만 박사의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립현충원 내에 위치한 우남 이승만 박사의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문재인 대표 체제 첫날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부 강경파 최고위원들이 어깃장을 놓았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9일 아침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이어 우남(雩南) 이승만 박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잇달아 참배했다.

    그간 새정치연합 지도부에 있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는 사실상 금기였다는 점에서 '통합'을 향한 문재인 대표의 통큰 행보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기에 앞서 방명록에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고 기재했다.

    헌화와 분향·묵념을 마친 뒤 문재인 대표는 "두 분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 과를 비판하는 국민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공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많다"며 "묘역 참배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는 것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참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표는 전날 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의 공이 있고,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의 공로가 있다"며 "그 분들을 자랑스런 전임 대통령으로 함께 모시고 기념할 것"이라고 말해, 참배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최고위원 전원과 당 소속 의원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문재인 대표·우윤근 원내대표·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김성곤 전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등만 자리해 조촐하게 진행됐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립현충원 내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헌화, 분향한 뒤 묵념을 앞두고 있다. 뒷줄은 왼쪽부터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김성곤 전 전대준비위원장. 이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전날 선출된 최고위원들은 동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립현충원 내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헌화, 분향한 뒤 묵념을 앞두고 있다. 뒷줄은 왼쪽부터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김성곤 전 전대준비위원장. 이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전날 선출된 최고위원들은 동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사진DB

    이는 전날 전당대회 직후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의 만남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여의도 당사에 모여 묘역 참배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강경파 정청래 최고위원과 고 김근태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계열로 역시 강경파로 분류되는 유승희 최고위원은 끝까지 이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온건 성향의 김한길계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세균계의 오영식 최고위원은 딱히 참배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최고위원 중 일부만 동행하면 계파 간의 분열상을 노출하는 것처럼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문재인 대표만 참배하는 것으로 논의가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계 전병헌 최고위원은 전당대회가 끝난 뒤 당사로 향하지 않아 묘역 참배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로써 야당 대표가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문재인 대표의 '통합' 행보는 최고위원들의 어깃장으로 빛이 바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