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상돈 추천했다가 비열하게 박영선에게 책임 전가"
  • ▲ 지난 31일 서울 합동연설회에서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후보와 박지원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31일 서울 합동연설회에서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후보와 박지원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 양강(兩强) 후보인 문재인·박지원 후보가 2일 JTBC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손석희 사장이 "아무도 퇴장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 말할 정도의 날선 공방을 벌였다.

    박지원 후보는 이날 토론회가 시작하자마자 친노(親盧)의 '전당대회 룰 변경'을 거론하며 "오늘 토론회에는 이 어처구니 없는 친노의 횡포와 만행에 대해 설명드리러 나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앞서 새정치연합내 친노 계파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 당헌·당규 분과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소집해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해도 유효표로 집계되도록 돼 있던 것을 무효표로 바뀌도록 표결을 통해 강행 통과시킨 바 있다.

    박지원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비노(非盧)와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라며 "친노가 선거만 하면 패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격렬한 공세를 이어갔다.

    문재인 후보가 "친노는 평소에는 언급되지도 않다가, 당내 경선만 하면 네이버 키워드에나 오르는 단어"라고 맞받았음에도 박지원 후보는 "친노야말로 이 당의 지배자"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계속해서 친노 계파의 횡포와 편법·탈법 선거운동을 꼬집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우리 당의 TV토론이 그동안 아슬아슬했는데 이제는 정말 저질이 돼 버린 것 같다"며 "우리 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스럽다"고 비껴가기를 시도했다. 

    그러자 박지원 후보는 "투표하기 하루 전날에 계파를 동원해서 룰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저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박지원~문재인 두 후보는 지난해 9월 있었던 박영선 전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탈당 소동을 놓고서도 진실 게임을 벌였다.

    박지원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이상돈 교수를 위원장으로 추천했었다"며 "그러다 말썽이 되니 나중에 반대했다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는 "(박지원 후보가 말한) 이상돈 교수의 건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박영선 대표가 그것 때문에 공격을 받을 때, 편들어준 것은 나인데 덮어씌우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박지원 후보는 지지 않고 "이상돈 교수를 추천했던 것은 분명히 문재인 후보"라며 "그 때 얼마나 비열하게 후배에게 책임을 전가했었나"라고 반박했다.

    이날 JTBC 토론회를 지켜본 새정치연합 관계자가 "만일 박영선 전 대표가 이 토론회를 보고 있었다면 기함(氣陷)했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과거 일을 들추어내면서 원색적인 공방이 전개된 것이다.

    사회를 맡은 손석희 JTBC 사장의 중립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지원 후보가 "투표하기 하루 전에 룰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저질"이라고 하자, 손석희 사장은 "토론회인데 언어를 순화된 표현으로 써달라"고 당부했다.

    애초에 '저질'이라는 표현을 먼저 쓴 것은 문재인 후보인데, 주의는 박지원 후보가 받는 묘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박지원 후보는 "저질이라는 표현을 누가 먼저 썼느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지원~문재인 후보는 토론회 내내 △친노~비노 계파 문제 △여론조사 룰 변경 △박영선 전 대표 탈당 소동 △19대 총선에서의 친노 일색 공천 문제 등을 놓고 전면전을 펼쳤다. 두 후보 간의 공방에 제대로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이인영 후보가 "이런 논쟁을 지리하게 해서 국민들을 실망시킬 생각이라면 나는 퇴장하겠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결국 손석희 사장은 "시간 관계상 당의 좌우클릭 문제는 토론을 생략하겠다"며 "세 분 중 어느 분도 중간에 안 나간 것이 다행"이라는 말로 토론회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