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위 초청 토론회 "당 지도부 내 전화 받지도 않아… 누구 편 들고 있나"
  • ▲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이인영·박지원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당 을지로위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이인영·박지원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당 을지로위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당대표 후보가 당 을지로위원회 초청 토론회에서 "내가 을(乙)이 돼보니 여러분들의 심정을 잘 알겠다"며, 친노(親盧) 계파의 일방적인 '선거 룰 변경'에 휘둘리는 설움을 토로했다.

    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는 시작부터 '편파 축사'로 인해 어수선했다.

    신기남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축사를 위해 등단해서 "건설적으로 내용 있는 경쟁을 벌여달라"며 "룰을 변경했다, 바꿨다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단상 아래 후보자석에 앉아 있던 각 후보들의 반응은 순간 엇갈렸다. 문재인 후보는 손뼉을 친 반면 박지원 후보는 눈썹을 치켜뜨며 팔짱을 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신기남 위원장은 "여론조사 시행세칙의 해석에 대해서 각자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것은 좋다"면서도 "기존의 규칙과 룰을 변경했다거나 이런 식으로 나가서는 곤란하다"고 이어나갔다.

    이 대목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한 청중이 좌중에서 "토론회하자" "토론회 보러 왔다"고 외치자, 신기남 위원장은 청중을 째려보면서 "누구냐. 선관위원장으로서 말하고 있는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기남 위원장은 마이크를 놓은 뒤에도 한동안 해당 청중을 째려보다가 마침내 손가락으로 그 청중을 가리키면서 단상 아래로 내려가 "누구냐" "이름이 뭐냐"며 언쟁을 벌여, 우원식 을지로위원장의 후속 축사가 중단되는 등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 ▲ 지난해 7·30 김포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공천 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 여론조사가 시행됐을 때의 집계현황.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한 응답도 유효표에 포함돼 있다. ⓒ박지원 후보 페이스북 캡처
    ▲ 지난해 7·30 김포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공천 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 여론조사가 시행됐을 때의 집계현황.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한 응답도 유효표에 포함돼 있다. ⓒ박지원 후보 페이스북 캡처

    이에 대해 박지원 후보는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만은 여러분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왜 선관위원장이 나와서 갑(甲)질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내가 을이 돼보니 진짜 여러분들의 심정이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해 12월 29일 의결한 규정이 있고 '한 번도 ('지지후보 없음'을 포함하는 방식의 여론조사를) 시행한 적이 없다'지만 7·30 보궐선거에서 김포 여론조사 집계 현황에서 (시행한 적이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7·30 김포 보궐선거에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를 공천했던 새정치연합은 공천 과정에서 국민 여론조사를 할 때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한 응답도 유효표로 포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2·8 전당대회에서 '지지후보 없음'을 유효표로 인정하면, 일반당원 및 국민 여론조사에서 40%에 가까운 유효 응답이 '지지후보 없음'으로 빠져나갈 개연성이 크다. 이를 우려한 친노 계파는 권리당원에 대한 전화투표가 시작되기 전날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전체회의를 소집해 '지지후보 없음'은 무효표로 하는 시행세칙 유권해석을 표결로 강행 처리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박지원 후보는 이날 아침 BBS라디오 '양창욱의 아침저널'에 출연해서도 "지금 (문희상) 비대위원장이나 모든 분들이 누구 편을 들고 있느냐"며 "당 지도부를 맡고 있는 분들은 이젠 내 전화를 받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나아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정당에서 투표 하루 전에 룰을 바꿔버리느냐"며 "이런 것에 항의하는 것을 네거티브라고 매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마친 박지원 후보가 국회도서관 대강당을 빠져나가기에 앞서 자리에서 일어나 박 후보에게 악수를 청한 신기남 위원장은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