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잠수부 C씨 "2백만원 선입금하면 영상 제공에 인터뷰까지 가능"25일 방영 예정, MBC '민간 잠수사들의 끝없는 사투' 제작진에 구조영상 제공

  • 세월호 침몰 해역에 투입된 '민간 잠수부' 중 누군가가 돈을 받고 방송사에 '구조 영상'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자신을 IT업계 종사자라고 밝힌 제보자 A씨는 24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카톡방에 초대를 받아 내용을 살펴보니, 민간 잠수부들이 세월호 내부를 수색을 하면서 영상을 촬영한 뒤 돈을 받고 방송국에 판매하고 있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며 이들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카톡) 대화' 일체를 본지에 제보했다.

    본지가 확인한 카톡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외주제작사 제작진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25일 오후 MBC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될 '대외비'를 주고 받고 있었던 것. 대화에 언급된 프로그램명은 '민간 잠수사들의 끝없는 사투(가제)'였다.

    제보자 A씨는 "예전에 핸드폰 게임을 하다가 모르는 사람끼리 친구 추천을 해 준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 친구 등록이 됐던 것 같다"면서 "저를 제작진 중 한 명으로 착각한 건지, 얼핏봐도 굉장히 민감한 내용들을 스스럼 없이 주고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간단히 말해 현재 구조 작업에 투입된 민간 잠수부 중 누군가가 돈을 받고 자신이 촬영한 '구조 영상'을 방송사 측에 건넨 겁니다. 단발 계약으로 2백만원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내용을 보다보니 '이거는 정말 아니다' 싶어서 이렇게 뉴데일리에 제보를 하게 됐습니다.


    카톡방에선 2~3명의 여성 작가와 제작진 피디들이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이미 잠수부 C씨와는 구두 계약이 이뤄졌고, 계약서에 사인만 남은 상태였다.

    2시까지 송파구 오륜동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C모씨 전화해서 만나면 되고요.

    현장에서 단발성 계약을 확인하는 협의서를 주고 받기로 했고 지금 막내가 협의서를 만들고 있어요.


  •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C모씨와 만난 제작진. 그는 사전에 준비한 협의서를 보여줬고, C씨는 하단에 자신의 지장을 찍었다.

    입금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인터뷰도 가능합니다.


    제작진이 방송사 측 누군가에게 "C씨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아마도 C씨가 '먼저 돈이 들어와야 영상 제공에 이어 추가로 인터뷰까지 해줄 수 있다'고 요구한 모양이다.

    계좌보내라구 이 사람아

    걔좌번호 보내라고 이 멍충아


    연속해서 계좌번호를 보내달라고 촉구하는 또 다른 제작진.

    그러자 C씨와 미팅 중인 제작 관계자가 C의 실명과 계좌 번호를 입력한다.

    신한은행 XXX-XXXX-XXXXXX


    현장에서 건네받은 구조 영상을 살펴본 제작진은 "동영상 중 쓸만한 컷은 4분의 1 정도 된다"고 곧장 보고를 올렸다.

    물속 20분짜리 하나, 13분짜리 하나.

    총 33분인데 쓸만한 컷은 4분의 1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 이와 관련 잠수사 C씨와 계약을 맺은 제작사 대표는 2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해당 영상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제공 받은 것"이라며 "저작권이 당연히 동영상을 촬영한 C씨에게 있으므로 응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지난 24일 공식브리핑에서 민간 잠수사의 투입을 전면 중지시킨 이유에 대해 "(주위의 기대와는 달리)아직까지 이들의 구조 실적이 미미하다"고 언급한 뒤 "심지어 일부 잠수사 중에는 입수도 안하고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잠수사들이 헌신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일부의 경우 '진정성'이 의심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는 것. 

    A씨가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민간 잠수사 C씨는 '구조 목적' 외에도 돈을 벌기 위해 사고 해역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미 찍어 놓은 동영상을 제공한 것일 뿐, 애당초 구조 활동을 시작한 목적은 순수했다는 변명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명을 구하는 작업을 담은 영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C씨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 잠수사 C씨와 외주제작사가 체결한 구조영상 공급 계약서.  [뉴데일리 DB]
    ▲ 잠수사 C씨와 외주제작사가 체결한 구조영상 공급 계약서.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