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 ⓒ 연합뉴스
일본 진출 이후 현지 타자들의 '커트 신공(?)'으로 어려움을 겪던 오승환(32·한신 타이거즈)이 코칭 스태프의 절대적인 신뢰 속에 점차 페이스를 회복하는 모습이다.오승환은 11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한신이 5-1로 앞선 9회에 등판한 까닭에 세이브로 기록되진 않았으나 전날에 이어 실점을 기록하지 않은 완벽한 투구였다. 평균자책점은 5.40에서 4.50까지 크게 떨어졌다.
선두 타자 호세 로페즈에게 던진 공은 겨우 2개.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로 첫 타자를 잡은 오승환은 다음 타석에 오른 아베 신노스케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2아웃을 만들었다. 마지막 타자인 사카모토 하야토는 오승환의 초구를 건드려 3루 땅볼로 아웃됐다. 덕분에 오승환은 총 5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효율적인 투구도 인상적이었지만 오승환이 선보인 볼 배합은 더욱 돋보였다. 이날 던진 5개의 공 중 4개가 직구였다. 앞선 경기에서 11개 중 6개를 변화구로 던져 변화를 예고한 오승환은 이날 또 다시 직구 위주로 패턴을 바꿔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특히 이날 던진 직구는 '쉼 없이' 커트를 당했던 이전 구질과는 달랐다. 무엇보다 코너웍이 좋았고 볼 끝에 힘이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오승환의 직구에 배트가 밀리는 느낌이었다.
일본 프로야구 데뷔 첫 날부터 '결정구'인 직구가 계속 커트를 당하면서 위기를 겪은 오승환. 이후 경기에서도 오승환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내비치며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투구를 선보였다. 결국 오승환은 직구보다 슬라이더, 스플리터의 비중을 높이는 변화를 시도했다. 문제는 제구력. 오랜 만에 변화구를 던진 탓인지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이 확연한 공이 자주 미트에 꽂혔다. 하지만 등판이 계속되면서 직구와 변화구의 위력이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일 경기에서 1이닝 2실점으로 쑥쓰러운 세이브를 챙긴 오승환. 그러나 이튿날 경기에선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며 데뷔 후 첫 승을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오승환은 10일 경기에서 날카로운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로 타선을 잠재우며 변화구도 자신의 '결정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해보였다. 당연히 11일 경기에서도 오승환의 변화구가 뿌려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오승환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다시 '잘 맞았던' 직구를 꺼내들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절묘한 선택이었다. 이는 자신이 던지는 '돌직구'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두 경기로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할 오승환이 아니었다. 이렇듯 오승환이 소신껏 투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칭 스태프의 무한한 믿음이 뒷받침됐다.
와다 감독은 오승환이 부진한 투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에도 "등판 간격이 길어지다 보니 리듬이 흐트러진 탓"이라며 선수가 아난 환경 탓을 했다. 대내외적으로 오승환에 대한 믿음이 여전함을 강조한 와다 감독은 세이브 상황이 아닌 경기에도 오승환을 올려보내며 부뎌진 투구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오승환 스스로도 잦은 등판을 내심 반기는 모습이다. 일본 취재진이 '많이 던질수록 계속 좋아지는 스타일이냐'고 묻자 오승환은 "원래가 슬로우스타터"라며 "꾸준히 공을 던지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3일 내내 등판한 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밝힌 것.
오승환은 12일 오후 2시, 다시 한번 요미우리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