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로또'에 맞먹는 북한의 '이것'

    한국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과
    북한에서 수령을 만나는 것 사이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뉴포커스    

    이탈리아 말로 행운을 뜻하는 로또(Lotto). 한국에선 2002년 12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불과 몇 개월만에 복권 시장을 평정했다. 한 때 긴 줄을 서서 구입해야 했을 만큼 온 국민이 로또 열풍에 들썩였던 적도 있었다.

    비록 지금은 예전에 비해 그 인기가 한참 사그러들었지만, 여전히 먹고 살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로또는 고단한 삶의 한 줄기 희망이자 위안이다. 대박과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은 오늘도 로또를 사기위해 지갑을 연다.

    북한에도 복권이 있다. 바로 '인민복권'과 '체육복권'이 그것이다. 그러나 인민복권의 경우 당첨금 지급이 순조롭지 않아 판매가 저조하다보니 오히려 각 인민반과 공장 및 기업소 등에 강제로 할당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곤 한다. 체육복권의 경우 돈 대신 생필품을 지급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것들이 한국의 로또와 유사한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북한 주민들이 소위 '인생역전'의 기회로 여기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수령'을 만나는 것. 북한에서 수령을 만나게 되면 '접견자'라는 공식칭호로 명명되며 다양한 사회공민 특혜권을 부여받게 되는데, 그 특권이 갖는 의미는 실로 대단하다.

    평양에서 고위 간부로 있었던 탈북자 차종혁(가명) 씨는 '출세길이 활짝 열리는 것은 물론, 최고재판소라 하더라도 접견자가 반체제 혐의가 아닌 이상 함부로 재판장에 세울 수 없다. 중앙당 조직부에는 접견자들만 따로 관리하고 우대해주는 부서도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 ▲ 김정은과 사진을 찍으며 감격에 젖어 울먹이는 북한주민들
    ▲ 김정은과 사진을 찍으며 감격에 젖어 울먹이는 북한주민들


    그렇다면 최고지도자를 마주치기만 해도 누구나 접견자가 될 수 있을까?

    과거에는 김일성 부자의 현지지도(현지시찰)에서 대화를 주고 받기만 해도 모두 접견자로 분류돼 일생의 영광을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3대 세습이 이어져 접견자가 늘어나고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특별대접을 받게 되는 접견자를 선정하는 기준도 많이 까다로워졌다.

    차씨는 '김정일이 직접 호출한 경우 또는 20분 이상 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에만 접견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인 회령 출신의 이소연씨는 국방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2시간 이상 얘기해야 진짜 접견자로 인정하는 등 조건을 까다롭게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아무리 엄격한 기준이라고는 하지만, 20분 내지 2시간 남짓 '살아있는 신'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대학도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되고 간부 등용도 우선순위로 될 수 있을 정도라 하니, 그 수준이 과연 한국의 '로또 1등 당첨'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이씨는 '북한 사람들에게 접견은 로또나 마찬가지이다. 김씨 정권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충성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과 북한에서 수령을 만나는 것 사이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과한 행복이 불행을 몰고 오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이 가정불화, 이혼, 자살 등으로 삶이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곤 한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수령을 만났을 경우 접견자가 되어 특별대우를 받게 될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서 자칫 실수를 저지를 경우 다음날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수령 가까이 있는 측근들일수록 출세가도를 달리는 한편 늘 죽음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령을 매일 '접견'하다시피 했을 장성택의 비참한 말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김씨 일가의 사위로 한 평생 호사를 누리며 '로또 인생'을 살아 온 장씨는 끝끝내 '행운이 불러오는 불행의 법칙'을 빗겨가지 못했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