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주민이 가장 기다리는 명절은 설날

    "정치적인 의미가 없는 가족만의 명절…
    남자들이 술에 취해 고달픈 생활을 순간이라도 잊게 해주는 날…
    국경 주민들에겐 보위원 피해 밀수하기 좋은 날"

    박주희 (뉴포커스)   
  남한사람들에게 한 해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 언제냐고 물으면
구정(음력설), 생일, 크리스마스, 휴가, 휴일 등 답변이 제각각이다.
 간단하게 풀이하면 남한에서는 선물을 받거나 쉬는 날을 가장 기다리는 셈이다.
  
  최근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에게 북한에서 한 해 중 가장 기다렸던 날이 언제냐고 물었다.
그들은 음력설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북한주민들은 왜 설날을 가장 기다리는지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2013년 남한 정착 전 혜산시 광구동에서 살았던 김분희씨는
"북한에는 남한처럼 신정, 구정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냥 1월 1일은 설날, 구정은 음력설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설날을 크게 보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음력설도 크게 쇠는 편이다."고
말했다.
  
  "먹을 것이 부족한 북한에서 음력설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날이다.
집집마다 살림이 어려워도 이날만큼은 빌려서라도 떡도 하고 농마국수도 눌러 먹는다.
사람들은 설날에 잘 먹어야 그해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습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북한에는 음력설 전날 저녁에 송편을 빚어서 놓은 관습이 있다.
식구들이 모여앉아 줄당콩을 안에 넣고 빚는다. 집에 시집갈 딸이 있으면 부모님들은
'떡을 곱게 빚으면 잘난 새 서방을 얻는다'고 말한다."고 했다.
  
  "부모님의 말에 딸들은 잘난 새 서방은 필요 없고 돈 많은 새 서방을 만나는 것이 살아갈 근심이 없어 좋다고 한다. 농담 같지만 현실적인 말에 부모들도 머리를 끄덕인다. 어린애들은 부모들이 빚은 송편을 손가락으로 하나 둘 세어본다."고 한다.
  
  그는 "송편을 세어보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떡은 세지 않는다고 말한다.
설날에 떡을 세어먹으면 한 해 동안 쌀알을 세어먹을 정도로 궁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농마국수도 설날 전에 미리 분틀에 눌러서 얼린다."고 했다.
  
  김씨는 "북한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날이 언제냐고 물으면 날마다 설날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설날은 지난해를 보내고 새날을 맞이한다는 의미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윷놀이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날이다."고 말했다.
  
  한편 2012년 탈북한 회령시 김철욱씨는
"북한에는 김씨일가의 생일을 비롯하여 국가적인 명절들이 많다.
말이 명절이지 실제로는 정치행사와 강연회를 비롯하여 고달픈 명절이다.
하지만 설날은 정치적인 의미가 없는 가족만의 명절이다."고 증언했다.
  
  "여느 명절에 술을 먹고 취해서 돌아다니면 정치적으로 걸고들지만
설날에 술에 취하면 욕이나 하고 넘어간다. 설날은 정치적인 의미가 없는 가족만의 명절이다."
마음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인 동시에 비싼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고달픈 생활을
순간이라도 잊게 해주는 날이다."고 했다.
  
  이어 2012년에 탈북한 김옥씨는 국경에서 밀수를 생업으로 살아오던 여성이다.
그는 "연선 주민들이 설날을 기다리는 것은 배불리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선에 매일과 같이 잠복하여 밀수꾼을 감시하던 보위원이나 보안원이 없는 날이기도 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단속성원들도 설날만큼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간혹 연선에 나온다 해도 술에 취해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설날에 밀수품을 중국에 넘기다가 들켜도 이날만큼은 어느 정도 사정하면
들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국경연선주민들에게서 설날은 밀수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한 해 중 하루밖에 없는
황금의 날이다. 설날은 밀수꾼 집에 쌓여있던 짐들이 안전하게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