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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주말 드라마(토,일 밤8시) <왕가네 식구들> 지난 2일 방송에서는 광박이를 바닷가로 데리고 온 상남이 자신의 학력이 중졸임을 고백하며 잠시 이별의 아픔을 겪고 새롭게 사랑을 확인하는 두 사람의 별꽃처럼 예쁜 사랑을 보여 주고 있다.
<왕가네 식구들>에서 마음에 깊이 들어 오는 사람이 있다. 생생히 삶의 현장을 보여 주는 고민중의 조성하와 노인의 외로움과 장 맛 같이 깊은 아버지의 사랑을 표정 하나로 보여 주는 노주현. 마치 독 짓는 노인을 연상케 하는 그의 연기력에 그저 오! 하고 경탄이 터져 나오게 한다. 그의 연기는 예술이라는 말을 붙여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광박(이윤지)이와 상남(한주완)의 너무나 예쁜 사랑이다.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연애, 연애를 만들어 내기 위한 설정들이 인위적인 느낌을 지우기 쉽지 않은 것이 드라마에 나오는 연애 이야기이다.
실제의 사랑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은 두 사람의 사랑은 보는 사람도 흐뭇하게 그 사랑 속으로 행복하게 빠져들게 한다.
어릴 때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버린 상처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던 연애의 선수였던 상남은 광박의 꾸밈없는 모습에 처음으로 마음을 준다.
누구에게 쉽게 얘기할 수 없는 가정사까지 이야기 했지만 아직 고백하지 못한 목의 가시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중에 대학교 못 나온 사람이라면 아마도 모두 평생 지워지지 않는 콤플렉스를 끌어 안고 살 것이다. 사람을 만나면 행여나 학력 이야기가 나올까 바늘방석이다.
감추고 싶은 그 어떤 개인사보다 가장 으뜸이 학력문제이다.
당당하고 남자답고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진 것은 기본, 여유도 있고 매너 만점 인간성도 좋고 균형잡힌 사고를 가진 요즘 말로 상남자이다.
광박이는 이 남자를 너무나 좋아한다. 그저 짧은 통화를 하고도 별 내용없는 문자 한 마디 받고도 좋아서 침대위에서 다리를 버둥거리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도무지 꾸밀지 모르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는 새로운 캐릭터의 사랑스런 매력을 광박은 잘 보여준다.
상남은 어릴 때 처음으로 가족여행 와서 가족사진 찍은 의미 있는 바닷가로 광박이를 데려온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면 가슴을 찌릿찌릿 저리게 하며 한 구석에 가시처럼 박혀 있는 학력을 고백한다."최종학력이 중졸이예요. 그래도 나 받아 줄 수 있어요?
나 받아 줄 거면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그럴 자신 없으면 버스 타고 혼자 가!
넌 날 웃게 하는 사람이었어! 이대로 이별해도 괜찮아! 행복했으니까!"말하고 돌아서 뛰어 가 버린다.
작가가 되려는 자신과 조금도 대화가 막힌 적 없고, 자기보다도 더 유식한 상남이가 중졸이라니!
멍하니 아무 말도 못 하는 광박. 우리 사회에서 학력은 옛날로 치면 양반과 천민에 비유될 만큼 한 인격에 대한 치명적인 잣대이지 않는가?
광박은 식구들의 반응을 상상한다.
'개나 소도 다 나오는게 대학인데, 중졸? 반 지하에 살아? 이혼... 딴 것은 몰라도 학력은 맞춰야지! 창피 해! '
고속버스에 올라 탄 광박은 둘이서 바닷가에서 행복한 시간을 지내며 모래 위에 썼던 글을 떠 올린다.
'왕광박! 내 사랑'상남은 버스터미널에 가 보고 광박이 없음을 본다. 허겁지겁 바닷가로 다시 돌아오니 어두운 텅 빈 곳에서 물결만 사납게 치고 있다. 트럭을 타고 돌아간다.
광박은 천민계급의 중졸학력을 덮어버리는 사랑을 향해 달려간다.
무한정의 지식속에서 무한정의 방법론과 기교, 기술이 넘쳐나다 보니 사랑까지도 다양한 기교와 기술을 음식점의 조미료처럼 인스턴트 식품의 다양한 첨가물처럼 여러 가지를 집어 넣는 시대다. 사랑한다는 두 사람 사이에 너무 많은 것이 개입되고 많은 것을 넣어 버무리고 있다. 사랑조차도 너무 복잡하고 피곤하다.
광박과 상남 둘 사이에는 아무것도 끼여있지 않다. 그런 것들이 다 배제된 원시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그대와 나'만 존재한다.
상남은 그런 광박을 좋아한다.아닌 척 하지 않고 자존심을 내 세우며 밀당하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드레드레 티를 내며 자기를 그토록 좋아하던 순수한 광박을 생각하며 다시 바닷가로 오는 상남은 꼭 돌아올 것을 믿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춥고 어두운 바다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 광박을 본다.
"이 바보야!"
짧은 이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사랑의 깊이를 확인 한 두 사람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꼭 껴 안는다.
상남은 대학교에 가지 못 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IMF이 후 더욱 고생하는 아버지를 보고 대학교 나온 사람보다 더 성공하겠다며 대학을 포기하고 학력 콤플렉스를 이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영어 중국어 공부한 것을.
"한 번도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껴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대학교 나온 나보다도 더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고 날 가르치고 이끌어 주고..."
"왜 안 갔어?"
"기다리고 있으라며? 밤새 기다리려고 했지! 밥은 밥통 없이 안 되잖아!"
"밥통도 밥 없으면 아무 소용없지!"백지상태의 어린 아이들은 보는 모든 것이 처음이다.
모든 것이 신기하여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감정이 팔딱거린다.
광박이도 그렇다.
답답한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연인도 식상하다.
시원스런 트럭을 타고 사랑이 씽씽 달린다!
[사진출처= KBS2 방송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