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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방송된 KBS2 주말 드라마(토, 일 8시) <왕가네 식구들> (연출 진형욱 극본 문영남)은 어제만해도 벛꽃처럼 눈부시게 피어나던 사랑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시커먼 구름이 몰려 와 광박과 상남이 눈물로 헤어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콩닥거리는 심장과 부푼 가슴을 안고 상남(한주완)네 집에 인사하러 간 광박이(이윤지).
광박이 못지 않게 떨리면서도 부푼 희망을 안고 미장원에 가서 머리까지 하고 할 말까지 연습한 상남이 아버지 최대세(이병준). 그런데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기겁을 한다.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연히 길거리를 지나다가 덜렁거리는 광박이와 못지 않게 들썩거리는 상남이 아버지는 몇 번씩 몸이 부딪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곤 했다.
마트에서는 세일을 하는 물건 가지고 서로 가지겠다고 얼굴을 붉히며 핏대를 올리며 다툰 적이 있었다.
착하고 순수하지만 단순 솔직한 광박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눈알을 부라리며 거침없이 소리도 잘 지르고 욕도 잘 한다.
잠깐씩 부딪힐 때마다 상남 아버지는 성질 부리는 그런 광박이만 보았다.
밤낮 식구들한테 싸가지라고 재수없어 하던 그 아가씨가 상남이가 결혼하겠다고 데리고 온 아가씨라니!"싸가지가 왜 여기 있어? 다신 볼 일 없으니 당장 집에서 나가!"
상남은 광박이를 만나서 똘똘 뭉쳐야 한다며 자신을 믿으라고 한다.
"나한테는 네가 더 소중하고 너하고의 인생이 더 소중 해!"
광박이한테 전화를 걸어서 다신 만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들은 상남은 아버지한테 토네이도처럼 달려가서 따진다. 두 사람은 격렬하게 싸운다.
"쓰잘 데 없는 싸가지를 만나고 다니면서..."
"제가 만나는 사람인데 함부로 말 하지 마세요!
인격과 교양을 따지는 분이 만나지 말라고 협박이나 하고 이게 아버지 인격이고 교양입니까?"
"기집애 한 번 잘못 만나더니 눈을 똑바로 뜨고 아버지를 봐?"아내도 어머니도 없지만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찰떡 궁합이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성벽이고 기둥이고 안식처였는데... 한 순간에 그런 사이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 온다는 건 이제까지의 삶과 관계를 뒤흔들어 놓는 지진이 일어나서 지각변동을 일으켜 완전 새로운 판을 짜게 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인가 보다.
조금도 지지 않고 아들이 대드니 결국 화가 난 아버지는 막대기를 들어 아들을 후려친다.상남이는 아버지를 설득할 수있을 것이라 자신을 하고 있었는데 그 보다 더한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광박이네서 반대하고 있는 걸 알게 된 것이다."너랑 나랑은 학벌도 가정환경도 너무나 달라! 난 중졸에 결손가정에서 자란 노동자야!
너같이 아무 문제없이 잘 자란 사람은 결코 이해 못 해!
되도 안 되는자존심과 자격지심으로 널 힘들게 할 거야!"울며 불며 매달리는 광박을 차가운 이성으로 냉철하게 판단하고 돌아 서 가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상남이!
상남이 아버지는 뼈 아픈 경험과 상처가 있다. 결혼하기 전 부터 조짐이 보였지만 결혼하면 나아지려니 했는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내는 처음 본 인상 그대로였고, 결국 바람이 나서 어린 자식도 버리고 집을 나갔다.
광박이네보다 상남이 아버지가 설득하기 더 힘들 줄 모른다. 경험이란 것보다 사람에게 더 무서운 장벽과 장애는 없다. 그 사람 심장과 인격에 깊이 각인되어서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첩첩산중의 장애를 어떻게 뚫고 나갈 수 있을까?
[사진출처= KBS2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