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편파 유튜브' 지적…인허가 언급에 野 반발'허위조작정보법' 강행에 "언론 재갈·입틀막"李 대통령, 과거 "TV조선, 반드시 폐간시킬 것"
  •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종합편성채널(종편) 관련 발언을 계기로, 방송의 공정성과 정부 개입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의 언급이 방송사 인허가 권한과 맞물릴 경우 사실상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고, 여당이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맞물려 '언론 자유 위축' 논쟁도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세종시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종편 방송을 직접 거론하며 "그게 방송인지, 편파 유튜브인지 의심이 드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보고 내용에 '방송 정상화' 관련 항목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방송의 편향성·중립성 훼손, 품격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게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방미통위 관계자가 방송의 편향성·중립성에 대한 사후 평가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소관이며 방미통위의 직접 업무 범위는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업무 범위가 아니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러면 방송들이 중립성을 어기고 무슨 특정 정당의 개인 사적 유튜브처럼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방미통위는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후 방미통위 관계자로부터 종편 재허가·재승인 절차에서 공정성 판단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그럼 해당되는 부분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반응했다.

    방송 내용 평가와 방송사 인허가 권한이 연이어 언급된 이 대화를 두고 야권에서는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사들에 대한 압박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를 두고 "편협한 인식 고스란히 드러난 '오만방자한 업무보고'"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지 않으면 편파로 몰아가는 인식이 문제"라며, 이 대통령이 말하는 '방송 정상화'는 결국 "독재 권력 앞에서 알랑거리며 비판하지 않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언론자유특별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해당 발언을 "발톱 드러낸 이재명 정권의 종합편성채널방송 파괴 기도"로 규정했다. 김장겸 위원장은 "이번 발언은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을 훼손하고, 미디어 생태계를 친민주당 성향으로 재편하려는 장악 시도가 제도적으로 구체화되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는 이 대통령이 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재원·지원 방향 등을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 점에도 주목했다. 미디어특위는 이를 두고 "공개된 자리에서 기관장과 예산을 콕 집어 거론하는 순간, 메시지는 분명하다. 말 안 들으면 날리고 돈을 끊겠다는 협박"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정상 상태란 "권력이 불편한 비판을 참고 견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윤정호 TV조선 앵커는 지난 12일 '뉴스9' 앵커멘트에서 "이 대통령이 종합편성 방송사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야당 편을 든다는 취지였는데, 정부 제재까지 언급했다"면서 "독립기구인 방송미디어통신 심의위원회의 보고도 받겠다고 했는데,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방송심의까지 대통령이 들여다보겠다는 뜻이 뭔지 궁금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 ▲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조작정보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통과시키고 있다.2025.12.10. ⓒ뉴시스
    ▲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조작정보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통과시키고 있다.2025.12.10. ⓒ뉴시스
    ◇ '5배 징벌' 입법까지 겹쳐 … 野 "언론 압박 구조 완성 단계"

    이 같은 논란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과 맞물리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언론 재갈법', '온라인 입틀막법'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과방위는 지난 10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체회의에서 반대 토론 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 입틀막법,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없는 법"이라며 "권력자의 부정 비리 의혹을 공론화해야 할 언론과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압살하겠다는 독재적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 역시 공동 성명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거두려는 효과는 명확하다"며 "권력자와 재력가 등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해 후속 보도를 차단하고, 자기검열을 강화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일부 주 사례를 언급하며 "'온라인 입틀막법'은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없는 악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수정안을 통해 전략적 봉쇄소송(SLAPP) 방지 장치를 보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정안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특칙이 포함됐고, 언론이 고의를 입증해야 했던 '입증 책임 전환' 조항은 삭제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은 '언론 비판 방해 목적' 자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충형 국민의힘 대변인은 "가짜 뉴스 근절이라는 명분 뒤에 권력 비판을 봉쇄하려는 '표현의 자유 억압법'"이라며 "정치인·고위공직자·대기업 등 권력자가 비판 보도를 차단할 목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전략적 봉쇄소송'(SLAPP)이 남발되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언론계와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MBC 제3노조는 "법원이 소를 각하할 수 있다고 하나 판단 기준이 자의적으로 흐를 경우 언론사나 유튜버는 표현 이전 단계에서부터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권력자와 대기업은 웃고, 언론의 비판 기능에는 재갈이 물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내고 졸속 처리 중단을 요구하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포함한 일련의 법안들을 '전체주의 8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전면 저지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 앞에서 '8대 악법 저지' 릴레이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특히 당 지도부는 해당 법안들에 대해서는 "유튜버·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국민 입을 틀어막는 3대 악법"으로 분류하고 있다.
  • ▲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조작정보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통과시키고 있다.2025.12.10. ⓒ뉴시스
    ◇ 李 대통령 "TV조선은 민주사회 독극물 … 반드시 폐간시킬 것"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종편 관련 발언이 단발적인 문제 제기를 넘어, 이 대통령이 과거부터 보여온 언론관의 연장선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7년 1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V조선은 민주사회의 독극물 같은 곳"이라며 "반드시 폐간의 길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TV조선은 여야 주요 대선주자 검증 보도 과정에서 "'형 강제입원 시도'… 이재명 '오해다'"라는 리포트를 통해 이른바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이던 2021년 9월에도 TV조선과 같은 그룹사인 조선일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같은 달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의 가짜뉴스들은 실수가 아니다. 명백한 '이재명 죽이기, 윤석열 살리기' 목적의 기획된 작품들이다. 노골적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장 재선 이후 추진된 1조 1000억 원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출자금 5000만 원에 불과했던 화천대유가 500억 원이 넘는 배당을 받은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대장동 개발을 두고 "전국의 지자체가 따라 배워야 할 모범개발행정 사례"라며 "조선일보는 칭찬 받아야 할 공영개발 전환을 특혜성 민영개발로 둔갑시켰다. 근거도 없고 주장도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같은 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대선후보자인 저에 대한 견강부회식 마타도어 보도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후보자 비방에 해당하고,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조선일보는 언론의 선거중립 의무를 상기하고 정론직필하며, 민주당 경선과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