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장치 고장, 배우 건강 이상이나 컨디션 난조 등으로 발생"제작사와 관객, 배우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합리적인 조율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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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전동석 배우 캐릭터 컷.ⓒEMK뮤지컬컴퍼니
지난 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프리뷰 첫 공연. '영실·강배' 역으로 출연 예정이던 배우 전동석 배우의 급성 후두염으로 갑작스럽게 캐스팅이 변경됐다. 이날 전동석은 직접 무대에 올라 "너무 죄송하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목소리가 어떻게 나왔는데"라며 울먹이며 관객들에게 사과했다이에 공연장을 찾았던 같은 역할의 배우 박은태가 15분 만에 준비하고 급하게 무대에 섰다. 현재 전동석은 급성 후두염 증세 치료에 전념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치료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아 금주 예정된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는 SNS에 "예기치 못한 캐스팅 변경으로 큰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전동석 배우는 공연 직전, 급성 후두염 증세가 악화돼 정상적인 발성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본인 역시 첫 공연 무대에 오르고자 끝까지 노력했으나 현재 컨디션으로는 무대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하게 부득이하게 금일 공연 캐스트를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하지만 EMK의 미숙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제작사는 "1막까지만 보고 퇴장하면 전액 환불, 2막까지 관람하면 환불이 불가하다"는 조건부 환불을 안내했다. 이날 충무아트센터를 찾은 관객들은 SNS와 관람 후기를 통해 "공연장을 나가서 문의한 사람에게만 공지했다. 극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아예 몰랐다","제작사의 무리한 강행이었다", "2막까지 다 봐도 환불해줄 수 있지 않나" 등의 글을 남겼다. -
- ▲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 사진.ⓒ쇼노트
뮤지컬, 연극, 콘서트 등 공연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성상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공연 중단 가능성이 있다. 특히, 뮤지컬 시장에서 무대 장치 고장, 배우의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공연이 지연·중단되거나 캐스팅이 변경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해왔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재정적 손실 등 다양한 문제가 뒤따르지만 제작사의 즉각적인 대처와 비상 프로토콜(특정 상황에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일련의 절차와 규칙) 실행은 필수적이다.지난해 12월 20일 뮤지컬 '시라노' 마티네 공연 중 배우 최재림의 건강상 이유로 공연이 중단됐다. 당시 최재림이 고음 처리는 물론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자 제작사 측은 2막 시작 전 공연 중단을 선언하고 사과했다. 제작사는 해당 공연 예매자에게 티켓 결제 금액 기준 110% 환불하겠다고 공지했다.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올해 5월 25일 등 일부 회차에서는 무대 기기상의 문제로 공연을 취소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공연을 관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티켓 환불은 110%로 진행됐으며, 교통비 보상도 일부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8월 5일 프리뷰 공연이 무대 기술 이상으로 시작 직후 중단·취소된 바 있다.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티켓 결제액 110% 환불과 무료 초대권 증정 등 수습에 나섰다. 이에 신춘수 프로듀서는 "무대에 자동장치가 많고 예기치 못한 고장은 어디에다 있을 수 있다"며 "늘 긴장 상태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 사진.ⓒ오디컴퍼니
당시 현장에 있던 30대 직장인 황모 씨는 "15분 후 재개 공지가 반복되다가 약 50~55분이 지나서야 스태프가 무대에 올라와 공연 취소를 알렸다. 환불 절차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관객들은 티켓 오피스를 직접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대기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내한 공연이었던 만큼 외국인 관객도 많았는데, 영어 안내가 없어 관객끼리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고 전했다.이어 "관객들은 특정 회차나 내가 원하는 캐스팅, 좋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예매한다. 티켓 가격도 만만치 않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공연이 중단될 수 있지만 안내와 대응에서 관객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업계 관계자는 "공연은 '라이브'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보통 프로덕션에서는 피치 못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래될 여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마련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다. 법적, 정서적 차원을 전부 만족시키며 복잡한 경우의 수를 포괄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무엇보다 배우 중심 시장인 뮤지컬은 이러한 상황에 더욱 취약하다. 제작사와 관객, 그리고 배우 사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을 조율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필요하다"며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