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방송된 KBS2 주말 드라마(매주 토, 일) <왕가네 식구들> (연출 진형욱 극본 문영남)은 서로에 대한 탐색이 끝나고  사랑속으로 퐁당 뛰어 들어 간 왕광박과 최상남이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광박(이윤지)의 집에서 반대하는 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상남(한주완)은 광박에게 커플링 반지를 사 준다. 도무지 내숭 떨지 못하는 광박은 입이 찢어진다.

    "여자가 물질에 약하다 실감 나는 중. 사랑이 샘물 솟는 것 있지!  
    선물 받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그러면서 걱정이 되는 듯 묻는다. 

    "나 속물 같지?"

    상남은 솔직한 광박을 그저 귀여운 듯이 바라보며 그동안 여자와 만나며 궁금했던 것을 물어본다.
    여자들은 손으로 만들어 주는 것을 좋아하느냐고. 
    광박은 여자들은 그런 것 절대로 안 좋아한다고 말 해 준다.


    상남은 광박한테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느냐고 묻는다.

    "영화 드라마에서 본 것 다 말해 봐!"

    그 동안 한 번도 연애를 해 보지 못 했던 광박이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군침 흘리듯이 한 없이 부러워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면서, 혹은 책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해 봐야지 하고 상상하며 그 때를 간절히 기다리며 산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상남한테 광박은 마음속의 담아 두었던 것을 솔직히 이야기 한다.

    "데이트하고 바래다 주다가 우리 집 대문 앞에서 하는 키스!
    눈 오는 날 가로등 밑에서 분위기 있게 하는 것, 정말 멋질 것 같아!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엘레베이터--- 문 열릴 때마다 짜릿할 것 같아!"

    그 다음 이야기는 챙피해서 상남이 손에다 쓴다.
    '벽에 확 붙여 놓고'
     
    당장 실행하는 상남! 


    그동안 만난 여자들은 진짜 속내와 달리 어떻게 하면 남자 마음을 사로 잡을까? 머리 굴리고 이리저리 눈치보면서 마음에 들게 하려구 애를 쓴다. 속으로는 몇 평에서 살까? 연봉은 얼마나 되나? 차는 무슨 차 다니고 다니지? 직장은? 호구조사하느라 열심히 헤아리고 계산하느라 바쁘다. 그럼 적당히 모른 척 상대방에 맞춰서 대답하곤 했었다. 이 여자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사업하는 사람처럼 피곤하게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가 필요없다. 지하 월세방에 아버지 모시고 산다고 했을 때도 전혀 괘념치 않았다. 화이트칼라가 아니라 천시하며 아래로 내려다 보는 노동자인 굴삭기 운전사인데도 그저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린다.

    춘향이에 나오는 '사랑가'처럼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인 두 사람은 너무나 행복하다.   


    상남 입에서는 저절로 휘파람 소리가 난다. 
     
    두 사람은 밤새도록 통화를 한다.
    중졸인 것을 알고 식구들은 모두 반대하고 있다. 광박이는 아직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아직은 두 사람의 사랑 사이에 끼여 든 것이 아무것도 없다. 방해하는 것이 없어 그저 좋아라하며 사랑에만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오롯이 두 사람의 시간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외부로부터 흘러 들어 오는 것이 많이 생길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흔들어 대는 것도 생길 것이다.

    그 때도 두 사람은 계속 예쁜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출처=KBS2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