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가 후보 간택하는 모양새로 논란 자초부산·충북·대구까지 도돌이표 피로감 누적공관위 처신 논란 … "괜한 구설로 명분 약화"힘없는 공관위의 물갈이, 선택과 집중 실패 분석
  • ▲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충북지사 공천 심사 결과 발표를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충북지사 공천 심사 결과 발표를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공천을 두고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공천관리위원회의 처신이 오히려 '혁신 공천'의 명분을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의 '오래된 정치인'을 새 얼굴로 교체해야 한다는 좋은 명분을 손에 쥐고도 사전 접촉 논란 등으로 오히려 분열만 자초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1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물갈이를 통한 새로운 바람을 넣어야 한다는 큰 뜻에 모두 공감하고 있고, 충북지사와 대구시장 공천은 안 그래도 당 안팎에서도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며 "김영환 충북지사는 재선이 힘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고, 대구시장 선거에는 당의 '영남 중진'이 모여들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얼마나 많았느냐"고 밝혔다. 

    실제 국민의힘에서는 충북지사 후보군에서 현역인 김영환 지사의 컷오프(경선 배제)가 당연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재임 시절 오송 참사 대응 논란 등 굵직한 공격 지점을 가지고 있는 데다 때마침 충북경찰청이 컷오프 다음날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기업인들에 3100만 원을 받았다는 뇌물·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다. 

    이 위원장은 지난 16일 김 지사를 컷오프하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는 인물, 미래 정신과 비전을 갖춘 인물로 시대·세대 교체를 힘 있게 실천해야 할 지도자가 과감히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분이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공관위의 처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여론이 사뭇 달라지는 분위기다. 김 지사는 이 위원장이 김 지사가 컷오프되기 일주일 전쯤 김수민 전 의원에게 연락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컷오프 당일(16일) 공관위의 연락을 받고 공천 신청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식 공모가 끝나고 추가 공모가 이뤄지던 시점이다. 김 지사는 지난 16일 직접 김 전 의원과 면담 자리에서 이러한 자초지종을 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야당 충북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공유됐다. "김 전 의원이 미래 정신을 갖춘 인물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당장 경선 후보였던 조길형 전 충주시장이 당내 경선 상황에 실망해 당을 떠났다. 

    국민의힘 충북 지역 의원들은 전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찾아가 우려를 전달했다. "전략공천을 하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선거에서 무조건 패배한다"라며 경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장 대표도 의견을 공관위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 ▲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대구지역 의원들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대구시장 경선 관련 장동혁 대표와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앞부터 이인선, 김기웅 의원,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뉴시스
    ▲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대구지역 의원들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대구시장 경선 관련 장동혁 대표와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앞부터 이인선, 김기웅 의원,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뉴시스
    대구 지역 경선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월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유력 대구시장 후보가 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이 위원장이 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세대 교체와 중진 용퇴론을 설파하며 이 위원장이 주호영(6선), 윤재옥(4선), 추경호(3선) 의원 등 현역 중진을 겨냥한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주 의원이 격분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 17일 '이 위원장이 강성 유튜버 고성국 씨와 가까운 이진숙 후보 밀어주기를 위해 현역 중진 컷오프를 하려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대구 지역에서 지나친 '강공'도 오히려 분위기를 망쳤다는 당내 견해가 많다. 이미 영남 중진의 역할이 미비하고 자기 자리만 찾아간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주 의원은 6선 국회부의장을 지내며 계엄, 탄핵, 대선, 당원게시판 논란 등 이어지는 당의 혼란에서도 역할이 별로 없었다는 평이 나왔다. 윤 의원과 추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원내대표를 지냈던 당사자로, 공천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구는 2025년까지 33년 동안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가 전국 꼴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수십년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배지를 달아온 인사들이 책임은커녕 자리를 찾는다는 비판도 거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진숙 전 위원장은 각종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했다. 경선을 치르더라도 후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정현 위원장이 인위적 컷오프를 꺼내 들 기세를 보이자 역효과가 분출한 모양새다. 

    당장 이 전 위원장이 경선을 요구했다. 그는 "억측과 음모론이 난무하고 당 내부 분란이 커지고 있다"면서 "저 이진숙은 어떤 경선 방식도 환영한다"고 했다.

    여기에 대구 지역 의원들도 전날 장 대표를 찾았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은 "그간 대구시장 공천은 상향식으로 진행돼 왔다"며 "항간에 거론되는 방식이 낙하산 공천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은 직전에도 있었다. 바로 부산시장 공천이다. 이 위원장이 박형준 부산시장을 컷오프 시키는 과정에서 부산 지역 의원들이 반발해 장 대표를 찾아가 항의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컸다. 결국 장 대표가 중재에 나섰고, 이 위원장도 마음을 돌려 박 시장과 주 의원의 경선을 하기로 노선을 바꿨다. 

    국민의힘에서는 공관위가 컷오프를 하지 않아도 될 곳에서 '컷오프'를 하다가 결국 해야 할 곳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패착을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형준 시장은 지역에서 다양한 부정적 여론이 있으나 외관상으로 콕 집어 드러나는 점이 없는 현역 시장이다. 그런데 이 위원장이 박 시장을 컷오프하려 하면서 부산시장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커지고 공관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발생했다. 

    부산 공천과 비슷한 상황이 충북과 대구에서 도돌이표 같이 발생하면서 피로감이 커지고 결국 공관위가 동력을 스스로 내줬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안 그래도 당 내 갈등으로 공관위가 온전히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이 아쉽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에 "문제가 있는 곳에서 가장 힘을 쓰고 마음에 완벽히 들진 않더라도 적당한 곳에서는 컷오프가 아닌 경선을 통한 자연적으로 경쟁력 없는 후보가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며 "장동혁 체제가 끊임없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출범한 공관위가 전권을 받아도 힘을 분배해서 써야 했다. 모든 지역을 다 쑥대밭으로 만들면 기득권 정리의 칼을 뽑아야 할 곳에서 정작 힘을 다 못 쓴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정현 위원장은 마이웨이를 택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입장을 내고 "최근 일부 논의는본질을 비켜가 사람을 둘러싼 이야기, 관계를 둘러싼 이야기로 흐르고 있다"면서 "저는 특정 인물을 두고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