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선호·권유리·문근영·이서진·고아성·심은경 사진.ⓒ콘텐츠합·해븐프로덕션·레드앤블루·안테나·국립극단·LG아트센터
    ▲ 김선호·권유리·문근영·이서진·고아성·심은경 사진.ⓒ콘텐츠합·해븐프로덕션·레드앤블루·안테나·국립극단·LG아트센터
    '비밀통로' 김선호, '더 와스프' 권유리, '불란서 금고' 주종혁·금새록, '오펀스' 문근영, '뼈의 기록' 이현우, '그의 어머니' 진서연, '바냐 삼촌' 이서진·고아성, '반야 아재' 심은경…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던 별들이 대거 연극 무대로 향한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영화·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관객과 가까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배우·무대·관객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같은 대본이라도 매회 다른 공연을 경험하게 만든다. 최근 황정민·조승우·전도연·이영애 등 톱스타들이 무대로 몰려오면서 요즘 연극계에선 "다음엔 누구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이는 데뷔 이후 연극에 첫 도전하는 이서진·고아성·심은경이다. 이서진과 고아성은 LG아트센터가 제작하는 '바냐 삼촌'에 출연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으로, 평생을 삶의 터전과 가족, 그 안의 질서에 헌신해 온 바냐와 소냐를 비롯해 어느 순간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며 삶 전체가 흔들리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5월 7~3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

    심은경도 국립극단의 '반야 아재'로 관객과 처음 만난다. '바냐 아재'(번안·연출 조광화)는 체호프의 '반야 아저씨'를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했다. 심은경은 박이보(바냐)의 조카이자 순박하고 성실하지만, 실패한 짝사랑과 외모 콤플렉스를 안고 사는 '서은희(쏘냐)' 역을 맡는다. 죽은 누이의 남편인 매형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주인공 '박이보' 역에는 조성하가 캐스팅됐다. 5월 22~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 ▲ 연극 'THE WASP(말벌)' 공연 사진.ⓒ해븐프로덕션
    ▲ 연극 'THE WASP(말벌)' 공연 사진.ⓒ해븐프로덕션
    문근영은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9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10일  대학로 TOM 1관에서 개막한 연극 '오펀스(Orphans·고아)' 4번째 시즌에 출연 중이다. '오펀스'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이다. 세상과 단절돼 살아온 고아형제 형 '트릿'과 그의 동생 '필립'이 어느 날 50대 중년의 시카고 갱스터 '해롤드'를 우연히 납치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선호는 '터칭 더 보이드' 이후 4년 만에 연극으로 복귀했다. 그가 열연 중인 '비밀통로'는 일본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 마에카와 토모히로의 '허점의 회의실'을 원작으로 한다. 낯선 공간에서 생의 기억을 잃은 채 마주한 두 남자가 서로 얽힌 기억이 담긴 책들을 통해 인연과 죽음, 반복된 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김선호는 언제부터인지 익숙한 시간을 보내는 듯한 남자 '동제' 역을 연기한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의 권유리는 여성 2인극 'THE WASP(말벌·더 와스프)'에서 거친 삶의 풍파 속 날 선 생존 본능을 보여주는 '카알라'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5년 1월 영국 런던 햄스테드 극장에서 세계 초연된 '더 와스프'는 20년 만에 재회한 두 동창생 '헤더'와 '카알라'의 이야기를 담는다. 학창 시절의 폭력과 트라우마, 사회적 계급 격차가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정교하게 파헤치며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공연은 4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이어진다.

    지난 7일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초연을 올린 '불란서 금고'는 2015년 '꽃의 비밀' 이후 약 10년 만에 집필한 장진의 희곡으로, 특유의 언어유희와 리듬감을 정공법으로 밀어붙인 블랙코미디다. 장진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속 신구 배우가 보여준 존재감에서 영감을 받아 신작을 쓰게 됐다. 신구·성지루·장현성·장영남·최영준 등 익숙한 얼굴들이 출연하며, 주종혁과 금새록의 첫 연극이기도 하다.
  • ▲ 2025년 연극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예술경영지원센터
    ▲ 2025년 연극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행한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극시장의 공연건수는 3453건(14.6% 비율), 회차 5만6700회(41.5% 비율), 예매수 약 299만 매(12.1% 비율), 판매액은 약 781억 원(4.5% 비율)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는 연극 1867건이 4만4968회 공연돼 전년보다 공연건수 21.7%, 공연회차는 12.9% 늘었다.

    연극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을 보면 1위는 '라이프 오브 파이'다. 이어 △셰익스피어 인 러브 △꽃의 비밀 △미러 △한뼘사이 △헤다 가블러(LG아트센터) △세일즈맨의 죽음 △죽여주는 이야기 △아마데우스 △카포네 트릴로지가 이름을 올렸다. 유명 배우 출연작이 2024년에 이어 다수 차지하며 '스타 마케팅'은 연극 시장에서 효과성 있는 흥행 전략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현상은 202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스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서는 장점은 관객 유입과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배우에게는 연기력과 연극적 존재감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반면 스타 캐스팅이 과도하면 작품의 본질이 희석되고, 제작비·티켓 가격·개런티 부담 증가, 신인·전문 배우의 기회 축소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엄현희 연극평론가는 "일반 관객을 연극 시장에 유입시키기에 스타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관객들은 스타를 직접 보거나 가까이 경험하려는 욕망이 있으며, 이는 티켓 세일즈로 이어진다. 하지만 스타 마케팅도 무대에서의 연기와 존재감이 기대될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일반 관객들이 연극 취향을 갖게 되면 조금씩 시간이 갈수록 연극 장르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