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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2 주말드라마(매주 토,일 오후8시) <왕가네 식구들>(연출 진형욱, 극본 문영남) 27일 방송에서 대박이는 누나 호박네 가족과 공원에 놀러 갔다가 매형이 은이사와 함께 있는 것을 눈치 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너무나 의젓하여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의 소란 속에서 심지 깊은 어른으로 느껴진다. 


  • 그동안 백수로 살았던 남편 허세달(오만석)을 대신해 공장 일을 다니면서 돈 안 쓰고 살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하며 살았지만 돌아 온 것은 남편의 바람이고 무시와 구박이고 원망이다. 호박(이태란)은 이제 짠순이로 살지 않기로 작정하여 처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싸 가지고 공원으로 식구들과 놀러 나왔다.

    별것도 아닌 사소한 늘상 하고 사는 일도 가난한 사람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지 않던가?

    이 드라마는 가족 드라마로 출발했다. 처음에 삼대가 사는 드라마여서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삼대? 온갖 고생해서 키워 놓으면 부모와 삼단 로켓처럼  떨어져 나가 멀리 멀리 날아 가 버리는 서양식 사고방식으로 충만한 세대이어서 생경함으로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세상이 바뀌었지만 어쩌면 아직도 가족이 모여 사는 것에 대한 향수가 아직은 남아 있는 것일까?

    헌데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기대를 멋지게 던져 버린 등장인물 들은 그렇다치더라도...

    시어머니와 시동생, 며느리와 손녀 딸이 동지가 되어 별 일 아닌 일로 미리 작전을 짜고 나와도 쉽지 않은 수위를 넘는 말들은 정말 해도 너무 심하다. 허나 그들의 행동과 말들이 상식이하라 하더라도 어쨌든 같은 집에서 산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고 가족의 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대박(최원홍)이는 왕씨네 막내로 15살이다. 항상 붙어 다니는 여자 친구 11세 구미호(윤송이)가 있다. 여자보다 늦게 성숙해지는 그 나이의 남자답게 순진하고 이름처럼 구미호 같은 미호의 조언을 듣고 늘 따른다.
    대박은 15살의 나이에 맞게 아직 모든 게 백지상태이고 어리버리한 마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 같은 모습을 실제같이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다.

    아직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풍선을 가지고 뛰어 놀다가 은(김윤경)이사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 그만 파라솔에 놓여 있는 음식을 건드려 떨어 트린다.

    "죄송합니다!제 조카들인데요. 치워 드릴까요? 너네 인사 해!"

    조카들을 대신하여  사과하고 치워주겠다고 하고 조카들에게 인사까지 시키는 것이 얼마나 의젓한지!
    돌아 서 가는데 아이들이 말한다.

    "우리 먹은 것 하고 똑 같아!"

    어린 아이들의 눈은 어른보다 더 매섭고 정확하지 않던가?
    아침에 호박이는 남편이 은이사와 소풍 가는 것을 알면서도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둘이 같은 곳으로 놀러 온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대박이는 조카들을 식구들 있는 곳으로 보내고 매형을 찾아 나선다. 허세달은 호박이가 은이사와 놀러가는것을 알고 아침에 녹즙에다가 몰래 설사약을 넣어서 화장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화장실까지 찾아 간 대박은 바깥에서 말한다.

    "매형 어디 계세요?"
    "저 매형 아닌데요"
    "막내 처남 대박입니다! 신통(이태우)이 방통(홍현택)이 보기 전에 빨랑 가세요!
    눈에 뛰면 좋을 것 하나도 없으니 빨랑 가세요.
    뭔 말인지 아시지요? 믿고 갑니다!"

    어린 처남과 30대 매형이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말을 주고 받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럴 때 보통 반응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 가만 안 두겠다'등등 질책과 훈계를 우박처럼 쏟아낼 것이다. 그런데 이 어린 처남 '믿고 갑니다'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어른스럽게 못을 박는다.


  • 얼마 전에 대박이는 우연히 미호와 같이 차 안에서 매형과 은이사가 뽀뽀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나이가 아직 어리숙하고 백지 같은 상태라 그것을 보고도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른다. 미호가 보고 대뜸 말한다.

    "작은 매형 바람 피냐? 오빠는 너무 모른다. 이혼 감이야!"
    "오빠야! 누나 이혼하고  혼자 신통이 방통이 데리고 살아야 하는 데 불쌍하지 않아? 초장에 잡아야 한다!"

    그 말을 듣고 대박이는 매형이 일하는 회사로 찾아 간다.

    "제가 점심 살테니 갈비탕 먹으러 가요!"

    15살이지만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 하는 나이다. 자기가 애써 모은 짜장면 쿠폰과 취직하기 전까지 갖고 놀던 게임 아이템을 내밀며 누나와 이혼하지 말라고 사정한다.

    "누나도 누나지만 조카들 걱정되서요! 조카들 꿈을 이루도록 도와 주셔요!
    누나 맘에 안 드는 것 있으면 싹 뜯어 고치게 할께요!"

    어른스런 어린 처남의 말에 어른 매형은 신나게 호박이에 대해 흉을 늘어 놓는다.

    "동생 대하듯 무시하고... 하루 용돈 3천원 주고 눈물 났지..꼬라지가 그게 뭐냐?
    하나도 여자답지 않다..."

    "나도 3천원은 빠듯한데. 저도 알아요. 참아 주셔서 고마워요!"

    맞장구 쳐 주고 결혼해서 내내 백수로 살아 누나를 고생시킨 매형보고 참아줘서 고맙다는 말에 매형은 자기 맘을 알아 준다고 감격한다.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모르겠다.


  • 대박은 이번에는 누나가 일하는 공장으로 가서 매형이 누나의 싫은 점 이야기 한 것을  말해 준다.

    "예쁘게 하고 다녀! 나도 얘 취급하면 싫은데...
    남자 맘 똑 같아! 예쁜 것 좋아한단 말야!"

    어린 남동생 대박이 공장까지 찾아 와서 해 준 말이 호박에게 큰 충격을 주어 결정적인 단서가 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게 했었다.

  • 그러고도 맘이 안 놓여 계속 매형을 감시하는 대박은 여전히 매형이 은이사와 다니는 것을 본다.

  • 그 날 밤 누나와 어린 조카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대박을 삼촌 왕돈(이대철)이 보게 되고 수박과 광박도 알게 되고 평생 사이가 안 좋은 언니 수박은 은이사를 찾아 가  컵의 물을 얼굴에 뿌리고 빰을 때린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투정부리느라 악을쓰고 울어대는 어린 아이 같은 어른들 틈 속에서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 대박의 의젓한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날마다 시끄러운 지금의 우리 사회를 비춰주고 있는 것 같다.

    [사진출처=KBS2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