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주말드라마(토,일 오후 8시) <왕가네 식구들>  20일 방송에서는 왕용 교감의 둘 째 딸 왕호박과 남편 허세달과의 갈등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어느 날 생전 데리고 가 본 적이 없는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가 기분이 좋은 호박(이태란)은 남편 입에서 도저히 나 올 수 없는 말을 듣는다.
    신통이를 갖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지만 더 이상 결혼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신을 이제 놓아달라고 한다. 

    "맞고 정신 차릴래? 정신 차리고 맞을 래? 결혼이 장난이니?
    애 새끼 둘이나 낳고 살면서 할 말이야? 미친 놈!" 
    "우리가 남녀지간이니? 부부야! 미친 놈아!"

    "부부라고 대충 묶어서 넘어가지 마라! 부부이기 전에 나는 남자! 너는 여자이다!
    지가 여자인지도 몰라!"
    "이런 썩을 놈!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그럴싸한 레스토랑 분위기는 순식간에 살벌한 전투장으로 바뀌어 호박이는 구두를 벗어 남편에게 달겨들어 손님이 많은 레스토랑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그 다음 날 남편 허세달의 친구인 삼촌과 여동생 광박(이윤지)이는 심상치 않은 윤이사와 허세달의 관계를 알고 숨가쁘게 호박한테로 달려온다. 

    소위 피붙이라고 하는 가족은 '리얼 다큐 삶의 체험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소한 일로도 원수처럼 울그락 불그락하지만 외부의 적이 침입해 오는 순간, 가족의 본능이 들끓어 올라 아무도 못 말리는 자발적인 전선을 형성하여 내 가족에 피해를 입히는 적이다 싶으면 돌격한다.

    남편이 모시고 다니는 이사가 남자인 줄 만 알았던 호박이는 자신이 싸 준 김밥을 같이 먹으며 유원지에도 놀러가고 한 이사가 여자임을 알고 대경실색한다. 


    은미란(김윤경) 이사한테 아내가 만들어 준 잡채를 가지러 온 허세달은 아내한테 은 이사와의 관계를 추궁 받는다.

    "매일 꼴랑 3천원 주는 너하고 1억짜리 카드 척 주는 이사님이 너하고 비교가 되냐?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리는 기분이더라!
    내 인생에 이런 복도 있나 싶어서 하루하루 감격해서 살고 있다!

    돈의 맛을 알아?돈의 힘을 알아? 요즘 남자들의 소망이 뭔지 아냐?
    돈 많은 여자가 짠하고 나타나서 이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구해줬으면 하는거다!
    어디 가든 왕 대접이야!"

    허세달은 돈을 쓰고 다니면서 바뀐 세상의 인심과 위상을 자랑스럽게 늘어 놓는다.
     
    허세달의 하는 말이 어찌 남자들 뿐이랴?
    심지어 어린아이로부터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무의식적으로 온통 이런 생각이 뼛 속까지 가득 차 있다. 이런 생각에서 비켜 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쩌다 돈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지배하게 되었을까? 


    "정신 차려 미친 놈아! 너 같은 놈이 우리 얘들 아빠인 것이 챙피하다!
    미쳐도 어떻게 이렇게 미치냐? 돈에 환장한 놈!"

     


    광박이와 어린 남동생 대박이한테서 들은 말이 있어 그 동안 자신이 너무 심했다 싶어 호박은 남편을 찾아가서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싫어하는 일은 이제 안 할테니 집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당신 좋은 사람이야! 집도 당신때문에 마련했고..
    하루 3천원으로 버텨주고 주워서 온 옷 입어 주고,
    삼겹살도 실컷 못 먹여 주고 고생 해 주고.. 그렇게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잖아!"

    "지지리 궁상 떠는 얘기 듣고 싶지 않다!
    언제부터 네가 여자로 안 보인다! 그저 무섭기만 하다!
    엄마 같고 누나 같고 사감 선생 같고 마귀 같고.. 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데 뭐가 되냐?"

     

     

    "이 사람 무시하고 마음 아프게 하면 제가 가만 안 있습니다!
    이 사람 내 사람이고 내 마누라이예요!"

    여자로서 아내로서 듣기에 너무나 충격적이고 모욕적인 말을 남편이 하고 나간 뒤에 장모가 유난히 자기 아내를 차별하고 심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절규하며 눈물을 흘렸던 남편을 떠 올리며 호박은 눈물을 흘린다. 


    호박은 고민 끝에 은 이사를 찾아간다. 당신같이 잘난 여자가 법에 걸리는 유부남하고 그러냐,
    철이 없어서 날뛰는 남자 때문에 손가락질 받으려고 그러냐 하며 사정한다. 

    "같이 사는 동안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어요! 한  달도 못 되어 넌덜머리 날걸요!"
    "이제보니 오빠의 진정한 매력을 모르시네요! 오빠 안 됐다! 얼마면 돼요!"

     

    별명이 찌질이인 철딱서니 없는 남편이다. 그런데 이 여자 남편이 매력적이란다. 
    구차한 생생한 현실 밑바닥에서 보여주는 맨 얼굴에서 매력을 찾기란 어찌보면 불가능하다. 

    남자는 자존심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하지만 남편을 존경하는 아내들을 보기 힘들다.
    호박이같이 심하게 욕하고 때리기까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대부분 남편을 무시한다.

    호박이는 걸레처럼 널브러져 있는 현실 속에서도 과연 은 이사처럼 남편의 매력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매력보다도 더 소중한 것을 두 사람은 찾아낼 수 있을까?
    그런데 흔히 쓰는 매력의 매자는 놀랍게도 귀신이 획으로 들어 간 魅자이다.

    [사진출처 = KBS2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