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재가동 한달…입주기업들 "괴로워"
    바이어 등돌리고 경협보험 상환부담 `이중고'



     "주문받기는 힘들고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경협보험금은 상환해야 하고 낮은 가동률과 자금압박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66일 동안 침묵했던 개성공단에서 다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지만, 입주기업인들은 진정한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한숨을 내고 있다.

    재가동 첫날과 비교하면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이 90개에서 118개로 늘고 북한 근로자도 잠정 폐쇄 이전의 80% 수준인 4만4천여 명이 출근하는 등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실상은 어둡기만 하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기업인들은 남북 당국이 합의한 통행·통신·통관(3통) 문제 개선과 공동 투자설명회 등 개성공단 국제화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다시 냉랭해지면서 경영여건이 어려워졌다.

    아직 개성공단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바이어들이 다시 공단을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경영 정상화에 필수인 주문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로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까닭에 안정적인 생산·공급이 관건인 기계·전자 부품소재 기업들은 상황이 다급한 나머지 지난 15일 남북 양측에 대화 재개를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개성공단이 안정된 분위기로 개선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수주와 경영이 어렵다"면서 "현재 기계·전자 부품소재 분야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45개 기업은 전체의 47% 수준만 일부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전체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 72개인 섬유·봉제 업종도 상황이 기계·전자보다 약간 나을 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률이 70∼80%라고 하지만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가동률은 50% 정도"라며 "어제 섬유·봉제 업체 몇 곳을 돌아봤는데 근로자는 전부 출근했지만, 기계의 절반 정도가 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규모가 큰 몇 수출업체는 외국 투자자가 합작투자를 검토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했지만, 남북이 오는 31일 개최키로 한 공동 투자설명회가 무산되면서 투자 가능성이 작아졌다.

    한편, 개성공단 잠정 폐쇄로 경협보험금을 받은 59개 기업은 총 1천761억 원을 정부에 당장 상환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돈줄이 말랐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반환마감인 지난 15일까지 10개사가 총 327억 원을 반납했다. 정부가 앞으로도 기업들의 상환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머지 기업들은 연체기간에 따라 연 3∼9%의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한 전자업체 대표는 "경협보험금으로 은행 빚을 갚고 또 대출한 상태라 어떻게 상환할지 큰 고민"이라며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일감이 안 늘어나니까 수익도 안 생기고 북측 근로자들은 나와서 교육이나 청소만 하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