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월,화드라마(밤10시) <굿닥터> 7일 방송에서 그동안 말없이 안타까이 인영이를 바라만보던 한진욱은 인영이가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그냥 바보가 되기로 했다고 확실하게 자신의 사랑을 선포한다.  


    한진욱(김영광)에 대해 가정형편이나 배경에 대해서 일절 언급이 없지만 모두가 껌뻑하는 '~사'자가 들어가는 앞날이 보장된 사람이다! 더군다나 얼굴도 잘 생기고 실력도 좋고 거기다가 마음도 아주 따뜻한 그야말로 딸 가진 사람들은 모두가 탐 낼만한 사람이다.  

    그는 얼마든지 좋은 집안의 신부를 고를수 있는 자유선택권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부모도 없고 학력도, 뚜렷한 직업도 없는 데다가 한 술 더 떠서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달고 있는 인영(엄현경)을 좋아한다.

    이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천사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인영이지만 남자로서 배우자로서 애인으로서는 시선 한 번 줄 조건이라고는 갖춰져 있지 않은 함량 미달의 여자다.

    인영이 또한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종일관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보기 드문 심지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다.

    인영이 못지 않게 진실하고 심지가 굳은 진욱이는 의사라는 거대한 타이틀도 우물속처럼 깊은 인영을 향한 마음도 섣불리 내세우지 않는다. 아마 그랬으면 인영이는 달아났을거다. 오히려 깨지기 쉬운 보물처럼 조심스럽게 잠잠히 바라보며 인영이의 마음이 열릴 때 까지 존중하며 기다린다. 

    진실한 사랑의 첫번째가 기다림이다. 시온(주원)이가 자신은 누구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시무룩하니 자신없어 할 때 진욱은 시온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치며 용기를 준다.  

    "사랑하는데 자격같은 것은 세상에 없어!
    진심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면 자격이 생기는 거지!"
     



    말도 못하고 자신한테 다가오지도 못하는 진욱에게서 인영은 한 때의 애끓는 감정이 아니라, 잠시동안 타 오르는 남자의 감각적인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과 짐을 능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된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 동생(김현수) 때문에 마음 아파하며 걱정하고, 또 소장을 이식하는 것 때문에 겁이 날 인영이를 찾아 온 진욱은 처음으로 인영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다.

    "우리 의사들 손이 생각보다 따뜻해요! 믿어주세요!"  

     


    수술하는 날 진욱은 인영이를 찾아온다.

    "저 그냥 바보할래요!
    똑똑하면서 바보되는 거는 싫지만 이런 바보는 해 볼 만한 것 같아요!
    저 대신 불편한 것 조금만 참으세요! 참을 만한 가치 충분히 있게 해 드릴게요!"

    이럴 경우 보통 의사, 아무것도 내 세울 것이 없는 여자라는 그림이 선명히 그려진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저 인영이라는 한 여자를 진실하게 사랑하는 인간 한진욱과 동생을 생명처럼 사랑하여 자신의 장기를 내 주는 보배 같은 한 여자만이 보이게 한다.

    그의 말처럼 여러 가지 세상적인 기준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한진욱은 희한하게 사랑만 또렷이 부각시킨다.  

    거미물처럼 자격과 능력 지식으로 촘촘히 쳐 놓느라 사람의 존재가치는 저 멀리 우주로 로켓처럼 시원스럽게 쏘아 날려버렸다. 온 세상은 양식장 안에 물고기처럼 사람은 우글대도 사물처럼 볼 뿐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다.

    바늘 구멍 하나 안 들어가게 어찌나 똑똑하고 능력이 넘치고 오로지 성공과 이익과 계산에 재빠른 지식으로 콱콱 채워져 있어  때때로 조금은 바보같은 사람이 그립다. 밀폐된 탁한 공간처럼 숨막히는 세상에 바보같은 사람은 창문을 열어 놓은 것처럼 숨통을 튀워준다.  

    인영은 바보가 된 진욱에게 마음을 열고 비로소 그의 손을 잡는다.

    "따뜻해요! 의사 손이 아니라 진욱씨 손이요!"


     


    동생에게 소장을 이식하는 대 수술을 무사히 끝난 인영은 깨어나자마자 진욱의 환하게 웃는 얼굴과 마주한다.  

    [사진출처=KBS2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