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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2 월,화드라마 (밤10시) <굿닥터> (연출 기민수, 극본 박재범) 20일에서는 매 순간 전쟁터 같은 소아외과를 장악하며 한 순간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김도한이 오래 동안 혼자 품고 있던 아픔이 속살처럼 드러난다.

    김도한(주상욱)이 나타나면 느슨한 분위기가 탱탱해진다. 응급환자가 들이 닥치고 아수라장이 일어나도 김도한이 나타나서 한 마디 하면 정리 끝이 된다. 성원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실제에 있어서도 실력이 뛰어 나 그에게 진료받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다.

    위험하고 어려운 수술을 하면서도 조금도 흔들리거나 당황하는 법이 없이 거뜬히 해 내 보는 사람이 믿음직스럽다.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지적하는 당당함이 있지만 그렇다고 도를 넘지 않아 자리를 정확히 지킬 줄 아는 균형감각이 있다.여러 가지 부조리한 세상과도 싸울 준비가 된 사람같이 꿋꿋해 보이며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갈 줄 아는 강인함이 있다.

    그는 인격과 실력,리더쉽까지 갖춘 어느 모로 보나 누가 봐도 '짱'이다.

    그런데 웬지 시한폭탄 같은 분노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과 같다. 외형적으로는 꽉 찼는데 가슴은 텅 빈 것 같다. 시온(주원)이는 비록 모든 사람들이 비웃고 괴상하게 취급하고 바보 같아 보이지만 가슴은 꽉 차 보인다.

    뒤뚱거리며 세상을 걸어가는 시온이도 안쓰럽지만 세상에 발을 굳게 디디고 서서 세상을 호령할 것 같은 도한이가 오히려 더 안쓰럽고 불쌍하고 위태해 보인다.





     

    처음부터 시온의 취업을 못 마땅하게 여긴 도한이는 시온이의 남다른 행동에 냉소적이고 회의적이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엔 일반적인 사람과 너무나 다른 시온이의 태도와 행동에 당황스러워 하지만 곧 그의 순수한 마음을 알고는 감동받는데 김도한만은 예외다. 물론 시온이와 원장을 내치지 못해 혈안인 사람들은 아예 시온이를 인정조차 하지 않지만.

    존경하는 최원장(천호진) 이 시온이를 봐 달라고 부탁하여 꾹꾹 눌러 참지만 순간 순간 시온이를 욱박지른다.

    "지금부터 아무 말도 아무 짓도 하지 마!" 
    "먹고 잠 자고 숨 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마!"

    환자를 살리고자 앞 뒤 안 가려 아주 위험한 일이 벌어졌을 때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견디지 못해 얼굴을 때리기까지 했다.

    레지던트는 24시간 병원에서 근무하며 여러가지 상황별로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데 시온이는 제외시켜버린다.

    이 세상 돌아가는 상황은 다 무시하고 오직 사람 살리는 것 밖에 모르는 시온이가 좌충우돌하여 문제를 일으켜 상벌위원회가 열리는데 시온이도 책임진다고 따라오는 것을 단칼에 자른다.
    (도한이 한 마디 하면 누구도 꼼짝 못하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모든 것을 책임지는 바람에 정직 당하는 도한이다.

    그런 그가 왜 시온이한테만 매사 신경을 곤두 세우고 의사가 되는 것을 막으려고 할까?
    부모없이 개 집에서 학대받으며 자라 정글에서 자란 짐승 같은 은옥이가 들어오고 나서 분노가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이에 윤서는 도한이에게 반발한다.

    "시온이는 동물과도 소통하는데 교수님은 사람과도 소통하려 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러면서 시온이한테는 냉정하고 가혹해서 완전히 딴 사람 같아요!"




    그 날 밤 혼자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가 윤서를 불러내 동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신지체 3급 동생이 있었어. 그 동생 때문에 의사가 되었지!
    지극정성으로 부모님이 돌봐 줘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홀로 설 정도로 호전되었어.

    동생이 '의사가 되면 나부터 고쳐 줘'라며 <인체의 신비>라는 책을 주던 날,  '학교 갈 때 이제 혼자 가게 하세요. 자립심을 키워줘야지요'라고 부모님께 말하는 바람에 다음 날 동생 혼자 학교를 갔어.
     
    동생은 어쩔 줄 몰라 식은 땀을 질질 흘리다가 다른 사람들이 다 건너고 나서 빨간 불이 켜진 후에 건너다가 트럭에 치여 죽고 말았어!

    나 때문에 죽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수한이한테는 최고의 방법이었어!
    어설픈 내 생각 때문에... 시온이를 보면 동생 생각이 나! 제 자리로 돌려 놓고 싶었어!"


    가족 중에 누가 죽으면 나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닌데도 남은 가족들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 
    더구나 조금이라도 그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 싶으면 무슨 말로도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결코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평생 그 덫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가엾은 도한이! 그 죄책감 때문에 시온이를 보면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겠지!
    자기의 상처와 자기가  잘못해서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시온이도 똑같이 될까 봐 두려웠겠지!

    상처를 치유하려면 저 깊은 심연에 아주 은밀히 아주 위대하게 틀어 박혀 있어서 존재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은 상처를 먼저 끄집어내어 대면해야 한다. 심한 상처를 도려내는 것처럼 처절하게 아프다.

    그 고통이 너무 커서 감당하기 힘들고 두려워 담뱃불을 발로 비벼 끄듯이 무의식 중에  끊임없이 그 마음을 비벼 끄고 외면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며 끌어안고 산다.

    그래서 도한이는 고독하고 가슴이 텅 비어 있었나보다. 늘 가슴속에서 휑하니 찬 바람이 불고 있었나보다.
    윤서는 시온이보다 도한에게 더 필요한 사람일 지 모른다.

    어쩌면 시온이는 도한에게 보내진 특별한 신의 선물일 지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시온이 때문에 오래 감춰 두어 속에서 곪아 문드러지고 있던  상처가 드러나게 되고 또 시온이 때문에 치유 받을 지 모른다.

    앞으로 도한이와 시온이의 관계가 어떻게 바뀔까?  
    창조적이면서도 긍정적인 한 차원 엎그레이드 시킨 멋진 관계로 그렸으면 좋겠다.

    마음의 무거운 짐을 윤서한테 털어 논 도한이의 얼굴은 밝아지고 늘 무거웠던 몸은 새처럼 가벼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