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한지도 벌써 한달…日 분위기 심상치 않아아베 잇따라 의사피력, 역사인식 변화가 최대 관건
  • 여름 휴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구상에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향후 일본과의 외교 관계 구축이다.

    박 대통령은
    개성 공단을 둘러싼 북한과의 관계만큼이나
    일본과의 관계 설정을 중요한 항목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역대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 다음으로 찾는
    외교·군사적 우방국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5월에 만난 이후
    6월에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7월이 지나가지만,
    아직 청와대는 일본 방문에 대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일본과 여러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상 방문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

       - 청와대 관계자

     

  • ▲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자료사진
    ▲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자료사진

     

    일본 입장에서는
    매번 대통령이 미국 다음으로 방문하던 관례가 깨진 뒤
    상당히 불편한 모습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일본 외신 기자들도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 시점을 추측하느라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속으로는 불편한 기색이지만,
    일본은 겉으로는 유화적 제스쳐를 취하기 시작했다.

    동북아 한-중-일 3국은
    외교적으로 첨예하게 얽혀있는 만큼
    중-일 양국간 외교 분쟁에서
    한국의 마음을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친중적 행보를 보이는 박 대통령에게
    대립각을 세웠다가 자칫 외교적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한 이후
    이 같은 친한(親韓)적 분위기는 좀더 겉으로 연출되고 있다.

    참의원 선거를 압승한 아베 총리가
    경제 현안에 주력하고
    한국이나 중국과 외교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양국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게
    외교가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 26∼27일 싱가포르와 필리핀 방문에서
    “한국과 정상회담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는 일본의 행보에 아직은 관망 중이다.
    박 대통령의 휴가 중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섣불리 언급했다가는
    일본의 외교 전략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우회적인 발언보다는
    일본의 국가적 공식 제안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엿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박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했던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다.

     

    “일본하고도 그런(정상) 회담을 하고 그래야 되겠죠.
    그걸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지금도 일본은
    계속 독도며 위안부 문제며 
    우리 국민의 상처를 건드리는데,
    근본적으로 그런 데 대해서
    뭔가 좀 미래지향적으로 가겠다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하더라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박 대통령, 지난 10일 언론사 논설실장 오찬에서

     

    청와대 역시
    여전히 독도를 일본 영토로 우기는 교과서가 존재하고
    일본 극우진영이 일으키는 반한 감정도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근혜 대북 정책의 가장 핵심인 [태도 변화]가
    일본과의 외교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태도 변화를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시점으로는
    오는 8·15 광복절에 일본이 어떤 역사 인식을 보여주느냐다.

    아베 총리나 일본의 공식 논평에서
    어느정도의 태도를 내놓느냐를 보고
    정상회담도 조율하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아베 총리가
    8월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기라도 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양국간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만약 8월 중 일본 방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으로서는 처음 만나게 된다.

    이 자리에서 한일간 약식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약식]이라는 형식적 한계 때문에
    양국의 데면데면한 관계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