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수,목드라마(밤10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연출 조수원 극본 박혜련) 24일 방송에서는 비련의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판사의 딸로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이 자란 서도연!(이다희).
    검사라는 상류층이지만 교만을 떨지 않는 비교적 건전한 가정이다.
    위선적이고 위악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 정도는 인간적인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서는 옷을 훌떡 훌떡 벗는 사람이 없어 눈을 그게 뜨지 않아도 된다.
    심장박동수를 늘릴 필요가 없이 평상심 유지하면 되니 참 편안하다.
    잠깐이나마 자신의 천박한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

    연예인이라는 희한한 위치를 가지고 귀한 자신의 몸을 만천하에 경매품처럼 드러 내 놓고
    세상남자들을 벌떼처럼 불러 들여 줏가를 올리는 수법을 쓰지 않아도
    이드라마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검사답게 도도하고 차가워보여서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것 같다. 그
    러나 혜성(이보영)이와 같이 법정에 들어 가 수하(이종석)를 변호하지 않은 것을 평생 후회하며
    그토록 좋아하던 미술도 그만두고 검사가 된 것을 보면 누구보다도 고결한 정신과 인간미를 가졌을 것 같다.

    어릴 때 혜성이를 모함하여 곤경에 처한 뼈 아픈 일 외에는 아픔을 모르고 자란 도연이다.
    성실하고 한 가지 일에 전력을 다하여서 검사의 실력도 충분히 갖추고 신념도 가진,
    두루두루 부족함이 없는 어찌보면 완벽하다 할 수도 있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인간이 얼마든지 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멸시하는 점이다.

    모든 것에 완벽한 그녀에게, 범죄자를 이해할 수 없는 그녀에게 살인미수 시체은닉죄를 저질러서
    26년간 감옥에서 복역한 사람이 아버지(김병옥)란다.

    잘 살고 잘 나가는 친구 도연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고민하던 혜성은 도연을 찾아간다. 한 번 결정을 내리면 돈키오테처럼 주저없이 진격해 나가는 혜성은 도연에게 말한다.

    "미안하다! 도연아! 네가 황달중 딸 황가연이야!"
    "서대석(정동환)이 무고한 사람을 26년 간 감옥에서 지내게 했어!"

    당연히 부인하는 도연. 하지만 수상한 점은 11년 전 부터 황달중 이야기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버지한테서 느꼈었다. 그 때는 의아하게만 생각했었는데.

    황달중사건을 맡고 있는 도연은 그 사건내용을 이미 다 안다. 이미 만난 적도 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그녀는 고민하다 혜성을 찾아간다.

    "그 헛소리 누구한테 들은 거야? 근거를 대!"
    "정말 어이없고 말도 안 되지만, 만에 하나 네 말이 사실이래도 내 아버지는 한 분 뿐이야!"
    "네 아버지는 사과받고 싶어 해."

    도연이 부탁으로 혜성이는 도연이 친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재판이 끝나고 장영자(김미경)가 찾아왔어.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없는 사람처럼 살 겁니다.
    그 인간만 감옥들어가면 자식도 편안하고.
    지금 입양하려고 하시지요? 제 딸을 받아주세요!'
    서대석판사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딸이 바로 너야."

    "너 미쳤구나! 소설 쓰고 있니?"

    "생판 남을 왜 입양했겠어? 그것도 재판 끝난 날.
    워낙 권위적이고 판사되고 나서 첫 사건이었어.
    자신이 잘못한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지."

    '아버지! 아버지! 제발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 해 주세요!'

    도연이와 마주 친 수하는 도연이의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다.
    황달중과 도연이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힘들게 말하는데
    수긍하지 않는 도연이 반응에 분노하는 혜성!

    "갑자기 아버지의 악행을 알았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겠지! 천천히 시간을 줘!"
    "왜 갑자기 도연이 편을 둘어 줘. 진실을 덮자는 거야?"
    "진실을 덮으라는 것이 아냐. 사람을 먼저 봐 달라는 소리야!"

    혜성이 앞에서는 항상 그러듯이 별 동요없이 도도하게 말했지만,
    도연은 뒤돌아서자 구치소로 황달중을 만나러 갔던 일을 생각한다.

    "25년 전에 수감되면서 딸을 잃어버렸다면서요?"

    단순히 검사로서 조사하기 위하여 표정없이 지극히 사무적으로 황달중한테 물었었다.
    그늘지고 초췌한 얼굴에 딸이라는 말에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이 쏟아질듯이 묻어나던 황달중의 표정!

    찢어지는 가슴을 어떻게 할 수 없어 하염없이 가슴을 계속 두드리는 도연이!
    너무 아프니 미처 눈물은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심장은 쪼여들고 녹아내린다.

    황달중이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해 조건을 걸고 유전자검사를 받기로 한 도연.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위대한 우리의 신상덕변호사는 구치소로 달려 가서 기쁜 소식을 이야기해 준다.

    "제 딸을 찾았다고요? 잘 컸나요? 착하고 예쁘게!"
    "영민하고 예쁘게 집안도 좋고."
    "면회올 수 있대요? 날 만나기 싫다고 하나요?"
    "마음으로 받아 들이기가 힘들겠지!"
    "내가 그리운 만큼 당연히 내 딸도 그리워할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봐요.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그 것을 재빨리 낚아 챈 짱변은 감성에 호소한다.

    "피고인은 지금 악성종양으로 우리 한 달의 시간이면
    그에게는 1년 아니 10년에 해당할 것입니다!"

    복잡한 심정으로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을 달관한 듯 지켜보던 황달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심문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속기록에 기록되는 것지요?
    유전자 검사 응해 준 심청이 말입니다.(신원노출되지 않게  임의로 지은 딸의이름이다.)
    제 딸한테 고맙다는 말 해주고 싶습니다.
    누군지 어디사는 지 계속 행복하게 예쁘게 살라고 하고 싶습니다!"

    비록 딸을 직접 키우지 않았지만 보지도 못했지만 딸을 향한 애정은 누구보다도 더 온전하고 진실하다.
    살인미수 시체은닉죄로 감옥에서 일생을 지냈지만,
    딸을 직접 키우지 않았지만, 보지도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온전하고 진실한 딸을 향한 충만한 애정을 보여주므로 그는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그의 마지막은 충실하고 아름답다.
    똘똥 뭉친 정의의 사도같은 장변과, 인간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우리의 신변호사의 끈질긴 변호로
    우발적 사고임이 확실히 부각된 가운데 잠시 휴정이 된다.

    코 앞에 아버지를 바라보면서도 냉철했던 도연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부르짖는다.

    '아버지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사실 도연은 전 날 황달중을 찾아갔었다.

    "아버지는 절대로 사과하지 않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아버지 대신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버지도 그 판결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아버지는 그걸 인정할 만큼 유연하지 못합니다.
    용서 해 주세요!"

    황달중이 사과를 원한다는 걸 알고 대신 사과하러 갔었다. 말을 마치고 일어서면서 덧붙인다.

    "내일은 서대석 딸로가 아니라 검사로 설 거예요!"

    황달중은 차가운 검사로만 대했던 그녀한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반말을 한다.

    "너 몇 살이니?"
    "29살이예요!"
    "너 혹시 가연이니?"
    "아니요, 서도연입니다."

    화장실로 가서 어제 만났던 황달중을 떠 올리며 그리고 자신이 딸이란 것을 알았을지 모르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딸 한테 고맙다고 자신앞에서 한 말을 떠 올리며 힘껏 부인했던 사실을 더 이상 부인할 여력이 없어 화장실에서 통곡을 한다.

    눈 하나 까닥하지 않는도연이가 괘씸하기만 혜성은 이 것을 보고 놀란다.

    "나 죽을 것 같아! 나 좀 살려 줘! 우리 아빠 구해 줘 제발!"

    핏줄이라는 말은 우주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흔들릴 수 없는 우리의 고유한 정서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마주 친 두 부녀를 통해 다시 부각시켜 주며 가슴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