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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수,목드라마(밤10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  25일 방송에서는 더 할 수 없이 행복하고 따뜻하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두 부녀의 다정한 모습이 겨울밤의 군밤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준다.

    가슴이 찢어 질 정도의 마음 아픈 일이 없이 평탄하게 판사의 딸로 기품있으면서도 사람의 도리를 아는 사람으로 자란 서도연(이다희)검사! 사람은 일생에서 한 번 쯤은 순서가 다를 뿐 폭풍우가 저 깊은 바다를 완전히 한 번 뒤집어 놓듯이 인생을 들었다 놓는 큰 일을 겪는 것 같다.

    도연이는 잘 나가는  젊은 시절에 찾아왔다. 매도 일찍  맞는 게 좋다고 하지 않는가?  한창 기력이 왕성하고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뛰어날 때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하는 게 낫다.

    긴 인생 살아 오느라 몸도 마음도 지치고 점점 기력도 마음의 근력도 떨어지는 나이가 들어서 찾아오면 이건 정말로 견디기 힘들다.

    생각이 건전하고 성실하게 살아 온 튼튼한 마음이 있어서 생각보다 도연은 잘 견딘다. 

    권위적이고 엄격하지만 판사인 아버지와 모든 어머니 같이 딸을 지극히 아끼는 단란한 가정에서 자란 도연이에겐 평범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일반적인 폭풍우가 아니라, 불치병같이 희귀한 위기가 닥쳐온다.

    말만 들어도 금찍한 살인미수 시체은닉죄를 저질러 평생 감옥에서 살아 온 사람이 낳아준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부인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죄를 저지른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아버지의 부정을 느끼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도연이는 재판과정에서 인간미 넘치는 서인덕(윤주상)변호사와 친구인 혜성(이보영)의 따뜻함을 경험하며 용기를 내어  어머니한테 사실을 다 이야기한다. 그리고 악성뇌종양으로 병실에 있는 아버지를 망설임없이 찾아간다.    

    생각지도 않은 도연이가 병실로 찾아오니 황달중(김병옥)이 "서검사님!"하고 자기 딸을 부른다.

    "제 친아버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키가 작네요!"

    도연이는 아버지가 감옥으로 들어가면서 항상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챙겨가지고 왔다.

    "여기 크레파스 못 봤습니까?"
    "저 주려고 샀던 것 아니예요?"

    도연은 가방에서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꺼내 보인다. 아버지는 그 옛날 그림을 잘 그리는 딸에게 주려고 샀던 크레파스를 평생 소중히 가지고 있었다. 그 마음을 읽고 도연은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을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사랑을 아버지는 딸에게 남겨주었다.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닥칠 때 도연이는 크레파스를 늘 기억 할 것이다. 그 크레파스는 도연이가 받았을 큰 충격과 아픔을 다 씻어주었을 것이다.

    "앞으로 틈나는 대로 들러서 그려 드릴게요 아버지!"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고 황달중은 다시 물어본다. 도연은 스스럼없이 부른다.

    "아버지!"

    고개를 떨구며 눈물 흘리는 황달중! 딸의 눈에도 따뜻한 눈물이 고인다.
    아버지의 초상화를 그려준다는 것은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 들인뿐 아니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일 것이다.

     "난 오른쪽이 잘 생겼다고 하던데."
    "내가 키웠어도 이렇게 예쁘게 잘 자랐을까?"
    "그럼요! 어디서 크든 예쁘고 잘 났을거예요!"


    둘이는 스마트폰으로 같이 사진을 찍어 서변호사와 혜성이한테도 보낸다.
    완전 유치원 어린애같은 두 사람의 표정이다.

    도연은 그 동안 늘 반듯하다 못해 어딘가 긴장감이 돌았다.
    서대석 판사와는 한 번도 이렇게 정다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늘 예의와 격식을 차린 모습이다.

    친아버지라서일까?
    그녀는 처음으로 활짝 웃고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