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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월,화드라마(밤 10시) <상어> (연출 박찬홍,차영훈 / 극본 김지우) 17일 방송에서
    혼돈과 어둠은 죽음처럼 깊고, 파충류의 차가움이 심장을 얼어붙게 하지만,
    변형사의 따뜻한 가슴이 이들을 녹여주는 훈훈한 장면이 나온다.

    이현(남보라)은 납치됐다가 이수(김남길)가 목숨 걸고 구출한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온다. 
    그 후 변방진(박원상)은 이수를 찾아온다.

    "너 아주 나쁜 놈이야! 네가 겪은 고통을 이현이한테까지 짊어지게 하고 있어.
    가해자에 대한 심판은 네 몫이 아니야"
    "한 번만 더 날 믿어주면 안 되겠니? 네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나한테 넘겨 줘!"
    "전 사람을 믿지 않아요! 똑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아요"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어린 나이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고,
    자신에게도 자애롭게 대하던 조상국이 자기 아버지를 죽였는데.

    의지할 곳도 없고 의논할 사람도 없는 어린 나이에 이유없이 갑자기 죽은 아버지에
    의문을 품고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해도 아무도 들어 준 사람이 없었는데.
    사실을 알려고 뛰어다닌 자신을 끔찍하게 무참하게 차로 밀어버렸는데.

    그 때 이수는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에 대한 모든 믿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미안하다.이수야! 12년 전에 내가 진실을 찾았더라면.
    조금만 일찍 사고현장에 도착 였더라면 네가이렇게 불행하지 않았을텐데.
    그리고 고맙다. 이현이를 무사히 돌아오게 해 줘서."

    총만 갖고 있지 않을 뿐 살벌한 싸움터 같은 인생판에서 오래 만에 들어보는 인간의 소리다.

    변형사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이지만 두 부부는 서로를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
    오빠를 잃은 이현이를 데려다가 친 딸처럼 키웠다.
    변형사 부부는 이현이를 사랑하고 존중해 주며 한 사람에게 필요한 사랑을 넉넉히 주었다.
    이현이가 납치되었을 때 이현이 엄마(소희정)는 애끊는 눈물로 깊은 사랑을 보여 주었다.

    변형사는 강력계형사다. 그는 늘 성실하고 형사로서 최선을 다 한다.
    강력계를 했으니 인간의 온갖 악행과 사악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하다.

    그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떤 이익과도 타협하지 않으며
    12년 전에도 이수를 도우려고 동분서주했다.
    지금도 어둠속에다 자신을 묻고 복수를 위해 사는 이수를 더 없이 안타까워 하며 자책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무거운 짐을 자신한테 넘기라고 한다.
    명예도 권력도 재물도 없는 자리이지만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최선을 다 한다.



    이수는 변형사가 자기 생명보다도 사랑하는 딸 이현이의 오빠지만
    형사의 직분을 충실히 하려고 한다.

    "내 손으로 널 체포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정만철 살해 네가 한 짓이니? 범인을 잡는 일이 형사니까 묻는거야!"

    설사 이수가 살인을 했다해도 변형사가 감춰주면 슬쩍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변형사는 공사가 분명하다. 그는 해우(손예진)가 이수에 대해 숨길 때에도 분명하게 경고했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영웅도 많지만 일상적인 삶속에서 보여 주는 우리들의 영웅도 많다.
    변형사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아 주고 혼탁한 세상을 맑은 물로 씻어내는 보이지 않는 영웅이다.
    해우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할아버지(이정길)한테 말한다.

     "언젠가 무너질 모래성 뿐이예요."

     모두들 온 생을 바쳐 쌓아 놓은 모래성에 빈 껍데기를 가득 쌓아 놓고 있다.

    변형사는 권력의 무게와 재물의 권세를 갖고 있지 않지만
    그의 삶은 그래서 묵직해 보인다.

    누구보다 알갱이가 꽉 차 있다. 이 드라마에서도 조연 배우지만 그가 중심을 잡아준다.

    한 가닥 믿었던 그도 비록 실망을 주었지만 그나마 변형사는 이수의 유일한 한 줄기 빛이다.
    오랜 만에 들어보는 변형사의 햇살같은 애정 어린 말은 어둠과 두려움과 절망을 가득한 마음에 따뜻한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

    "고마운 건 접니다! 이현이를 밝게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깊숙히 고개숙여 이수는 인사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짙은 어둠속으로 걸어 들어 간 이수는 계속 복수를 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씩 그에게 비쳐 오는 밝은 빛 가운데로 나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