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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월,화드라마(밤10시) <상어> (연출 박찬홍,차영훈/극본 김지우) 23일 방송에서는
    최고의 아버지였던 이수의 아버지가 악명 높은 고문기술자임이 드러나 충격으로 심장을 출렁거리게 한다.

    이수(김남길)한테 아버지(정인기)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비록 집도 없고 해우(손예진)의 성 같은 저택
    (요새는 왜 드라마에서 성 같은 저택을 사용하는 나쁜 사례를 자꾸 만들어 내는 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같이 좁은 땅에서 어쩌라구.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사람은 보는 것 듣는 것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데) 구석 진 곳에 방 한 칸을 얻어 살아도
    주인 집의 운전기사를 했어도 그런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거나 능력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정직하고 열심히 살았으며 어머니 없는 빈 자리까지 채워 줄 정도로 따뜻하고 자상한 더 없는 좋은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벌집인 해우네는 해우 아버지(김규철)가 늘 바람을 피어 불화가 그치지 않았고,
    그 가운데서 해우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며 문제아로 살고 있었다.

    결국 해우 엄마는 집을 나가버렸다.

    귀엽고 명랑하고 사랑스런 동생(남보라)과 인간적으로 부끄러움이 없는 자랑스런 아버지를 가진 이수는 행복했다. 그래서 방황하는 해우를 여유있게 보듬어 줄 수도 있었다.

    친구 같고 엄마 같으면서도 듬직한 책임감 있는 아버지가 갑자기 이유도 없이 비참하게 죽었다.
    아직 이수는 아버지한테 심겨져 있는 나무다. 아버지가 사라지므로 뿌리가 뽑혔다.
    썩고 있는 줄도 모르던 어금니가 어느 날 밥을 먹다가 뽑혀 버렸다.
    그 자리는 휑하니 비었다. 마치 우주가 텅 빈 것 같았다.

    이수의 전부이고 우주같은 아버지!

     

     

     

    이수가 알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그 아버지는 평생 이수의 가슴속에 초상화처럼 찍혀 있었다.
    단 한번도 의심의 여지없이. 훌륭하고 죄없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자신은 무덤속으로 내려갔다.

    너무나 보고 싶은 사랑스런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누르고 누르면서 자신의 모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란듯이 쓰레기통에 휙 하고 던져 버렷다.

    사람의 내면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간이 다양한 사람들과 역사와 사회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실타래처럼 이리 저리 엉키고 산다.

    이수가 한 번이라도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했으면 좋았을 걸. 왜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아버지가 그런 참혹한 일을 겪어야 했을까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면 좋았을 걸.

    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다양한 요소가 개입된다 하더라도 그 주체는 자신이다.
    자신이 반응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한테 모든 책임과 잘못을 떠 넘겼기 때문에 이수는 복수를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당위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할 수 있었다.

    "내 아버지 죽인 댓가를 치러야 균형을 맞추지!"

    조상국(이정길)은 철저히 잘못 된 악한 인간인데도 모든 것을 누리고 산다. 존경까지 받으면서.
    선량한 아버지는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악한에게 희생되었기 때문에 누구도 벌 주지 않는 세상을 대신하여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벌을 주는 것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뉴스에서 그런 사건들을 날마다 보고 듣지 않는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살아왔고 실천에 옮겼는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누구도 입에 올리기 싫어하고 혐오하는, 마치 옛날 백정이나 망나니 같은 고문기술자라니!

    아버지가 무고하게 무참게 돌아가셨을 때 보다도 더 혼란스럽고 충격이 클 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때 아버지는 선량한 사람이었으까!
    아버지한테 돌을 던지고 비난할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고 멸시하던 인간의 탈을 쓴 악마와 같은 조상국과 다를 바 없게 되었으니.

    그래도 이수는 다행히 조금씩 아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철저히 외면할 수도 있다.

    살다보면 많은 충격을 받지만 범죄에 관련되었다는 것 보다 더 한 충격은 없을 것 같다.
    술에 취한 사람처럼 충격과 혼란스러움에 취한 이수는 비틀거리며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다닌다.

    살인자가 건네 준 아버지가 찍힌 사진을 들고 최종적으로 확실하게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은 이수.

    "이 사람을 아십니까?"
    "이미 지나간 과거예요."

    죽은 강희수(최덕문)와 같이 운동했다가 잡혀서 고문 당했다가, 지금은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을 하는 유교수는 담담히 말한다.

    "그림자라고 불렸던 고문관이 있어요. 이 사람을 말씀 하시는 거지요?"

    사진속의 두 사람 중의 살인자를 가리킨다. 제발 아니길 간절히 바라면서. 애처롭게. 울듯이.

    "이 사람이 아닙니다."

    한 명 만을 가리킨다.

    거리를 헤매는 이수의 귀에 아버지가 하셨던 말, 조회장이 했던 말들이 뒤엉켜 귀청을 두드린다.

    '세상에는 균형이 필요하죠.'
    '네 아버지 생각해서라도 과거는 덮어두는 것이 좋아.'
    '아버지 이제 용서를 받았어.'
    '나중에 전부 다 밝힐거야. 모든 진실을 밝힐 준비가 됐다.'
    '아버지가 너무 미안하다!'

    "그만 해!"

    소리 지르며 길 바닥에 쓰러지는 이수.

    비틀거리며 어두운 지하주차장에 가서 동물같은 비명소리를 지른다.

    자기 방으로 돌아 와 서랍에 있던 권총을 들고 미친 사람처럼 멍하니 들여다 본다.

    늘 벽에 걸려있던 해우와의 추억이 있는 그림을 들여다 보더니 소리 지른다.

    "돌아보지 마!
    끝을 내야지. 한이수!"

    어느 때 보다 그의 얼굴은 더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덮여 있다.

    고아원에서 좌절하며 살던 자신을 찾아와 대학교도 다니게 하고 어엿한 직장도 갖게 한 이수를 형으로 부르던 김수현(이수혁), 김수현은 자기 아버지를 끔찍하게 고문하고 죽인 사람이 바로 이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수를 의심했던 준영(하석진)은 아버지를 죽이려던 사람이 조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두들 심장에서 폭탄이 터지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끝을 낼까? 간단하게 악을 악으로 갚을까?
    악을 선으로 갚으므로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바라볼수 있을까?

    이 보다 더 악독한 인간일 수 없고 이 보다 더 끔찍한 상황일 수 없는 곳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아름다운 영웅도 있다. 과연 그런 희망을 주는 사람이 이 드라마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그런데 왜 갑자기 광주민주화운동과 고문기술자가 등장하는 지 너무나 생뚱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