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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월,화드라마(뱜10시) <상어> (연출 박찬홍,차연훈/ 극본 김지우)22일 방송에서는
    그림자처럼 늘 뒤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서퍼트 해 주는 하석진이
    어둠이 가득한 세상에서 한 줄기 빛을 발하고 있다.

    상어는 사망의 그늘로 침침한 어두움이 안개처럼 덮여있다. 
    악한 행위를 숨기려고 비밀의 장막을 길게 늘어뜨리고
    밤에 먹이감을 찾는 포식자처럼 소리없이 은밀하게  움직인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 모두 사람을 마주 대할 때와 돌아서는 순간
    그들의 눈빛은 해독해야 하는 암호처럼 바뀐다.

    조상국(이상길: 이상길은 완벽한 조회장 역활로 예술의 경지를 보여준다)의 정체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대부분  드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완강히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부인한다.

    모든 일의 진행은 금방 끝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났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 뿌리까지 흔들지 못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무너지는 것을 보겠지만,
    악한 자는 자신을 속이므로 볼 수가 없다. 붕괴된 후에야 알게 될 것이다.

    조상국회장의 저지른 죄악의 해일 위에서 주변 사람들의 삶이 출렁거린다.

    조회장의 손녀딸인 해우(손예진) 남편인 오준영(하석진)도 예외일 수가 없다.
    이수(김남길) 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는 자기 맡은 일과 역활에 늘 성실하며
    잔잔한 호수같아 특별히 두드러지거나 신경 쓰이게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수를  사랑했던 것을 알면서도 해우를 변함없이 사랑하여 결혼했다.
    아내를 무척 사랑하지만 그 사랑으로 아내를 구속하거나 강요하는 일이 없다.
    그는 아내가 하는 일을 믿어 주는 선량한 사람이다. 

    같은 학교를 다닐 때 이수를 알아 주고 운전기사의 아들임을 개의치 않고 좋은 친구가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해우를  이수도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미워하지 않고 인정해 주고 그저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검사이지만 
    해우 할아버지한테 도움을 받은 핸디캡이 있는 처갓집에 살면서
    남모르는 어려움도 있으련만 잘 받아들인다.

    망나니 같은 장인(김규철)도 그러려니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상류층의 준영이지만 그에게도 아픔이 있다. 
    유별나게 사랑하는 남동생을 뺑소니차로 하루 아침에 잃어버렸다.

    이수가 흑암을 망또처럼 두르고 산다면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준영의 가슴은 비어있고 저녁놀 같은 쓸쓸함이 있다. 

    준영은 뒤 늦게 김준이 이수임을 안다. 
    처음부터 김준에게 호의적이었던 이수가 복수의 화신이 되었음도 알게 된다. 
    거기다가 아내가 이수에게 흔들리고 있음을 알고 괴로워한다.

    그는 처음으로 그동안 일 관계로  수 없이 만났던 김준을 찾아가
    네가 이수냐 묻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이수 !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해우를 이용 해! 나도 매일 밤 찾아 갔었어.
    우리 준호를 뺑소니로 죽인 놈을 찾아 가 똑같이 갚아 주려고 했어!
    할 수 없었어!
    준호가 새상을 떠나면서 남겨 준 것이 복수심 뿐이라면 참을 수 없었어.
    준호가 남겨 준 추억을 복수심으로 망칠 수 없었다!"

    "설교 할 생각이라면 그만 해!"
    "전에 이수는 참 빛났는데 지금은 어둠 뿐이야!"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망령들처럼 어두움이 편하다.
    TV를 켜면 그 어두움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특별함이 없는 그저 평범한  준영이가
    그 어두운 곳에 스위치를 켜서 환한 불빛을 비쳐준다.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일을 겪어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내재적 요소등 복합적이어서
    똑같이 판단하고 똑같은 행동을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인지 모른다.

    중산층인 집안에서 자란 준영이
    동생을 잃은 것과 남의 집 운전기사를 한 아버지를 잃는 바람에
    인생이 무너져 버린 이수와는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인지 모른다.
     


    그렇다치더라도 준영은 어찌보면
    해우보다 더 사랑한 삶의 기반이 되어 주는 동생을 뺑소니로 잃었다.

    동생을 죽인 그 사람은 지금 너무나 잘 살고 있다.
    얼마나 동생을 사랑했으면 날마다 그 집을 찾아 가 죽일 생각을 했을까? 

    밤낮으로 머리가 터질 정도로 준영의 생각은 지구처럼 회전하고 자전했을 것이다.
    이글이글  시도때도 없이 타오르는 복수의 불길속에 펄펄 뛰다가 
    인간이 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한 생각으로  진화시키길 수도 없이 했겠지!

    그리고 복수의 생각을 뛰어 넘어 복수의 강을 건너버렸다. 

    이수는 사고를 겪고 나서 
    요시무라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요시무라(이재구) 는 잠시 이수를 한국인에게 맡긴다.
    이수는 사흘 동안 말 한마디 없이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그러고는 또 사흘을 꼬박 밤을 새웠다.
    그 후 두 달 여 간 오로지 밭일만 죽어라고 했다.
    이수가 겪은 고통의 극심함을 처절하고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 때 이수는 밤낮으로 저주와 증오심속에서
    오로지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치밀하고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복수 외에 다른 생각이 떠 올랐어도 즉시 뭉개버렸겠지? 

    그  때 이수가 복수의 길에서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그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악한 일이 선으로 바뀌기도 하는 신비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남다른 고통의 터널을 지난 사람은 그만큼 더 특별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오래 산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생각하는 대로 삶은 이루어진다.
    말한 대로 그대로 된다.
    뒤돌아보니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이 무섭다고 한다.

    복수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전부인것 처럼 생각하는 것을 바꿨더라면,
    더 멋있는 복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했더라면, 
    누구보다도 더 캄캄한 어둠속에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더 밝은 빛으로 나올 수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이 고통을 받는 자들에게 하늘이 내려 주는 특권이요 인생의 비밀이다. 

    실제로 행동까지 나아가는가 아닌가를 차치하고라도
    우리도 살면서 크고 작은 복수를 꿈꾸며 산다.

    생각만 하는 것만으로도 좀벌레처럼 우리의 영혼을 갉아 먹고 우리의 삶을 조금씩 해친다.
    마음은 생각은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준영이의 생각으로 나갈 것인가?
    이수처럼 먼저 자신을 태워버릴 복수의 불을 가슴에 품고 살 것인가?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 순간 우리는 살면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