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개막 성공적…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프리뷰 공연 첫 주부터 티켓 판매 '백만 달러 클럽' 달성
  •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제이 개츠비' 역의 제레미 조던과 '데이지 뷰캐넌' 역의 에바 노블자의 공연 장면.ⓒ매튜 머피·에반 짐머먼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제이 개츠비' 역의 제레미 조던과 '데이지 뷰캐넌' 역의 에바 노블자의 공연 장면.ⓒ매튜 머피·에반 짐머먼
    샴페인 타워 속에서 찰랑거리는 광란의 밤, 넘쳐흐르는 부(富)와 재즈 시대에서 펼쳐지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한국의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리드(총괄) 프로듀서로 제작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원작의 매력을 발산하며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았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53번가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정식 오픈했다. 3월 29일부터 시작한 프리뷰 공연은 10회 연속 매진을 이어나가며 '원 밀리언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도 객석을 가득 메우며 K뮤지컬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성공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위대한 개츠비'의 전체 제작비는 2500만 달러(약 340억)에 달한다. 절반은 오디컴퍼니의 자본이며 나머지는 인터파크, SBS, 위지윅스튜디오 등 한국·미주 투자자를 유치했다. 제작비 외에도 공연을 이어가는 데 주당 90만 달러가 든다. 

    신춘수(56) 대표는 "브로드웨이는 냉정한 시장이다. 흥행이 저조하면 극장주가 바로 뮤지컬을 내릴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사전공연에서 흥행 기준인 주당 매출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원)를 달성해 지금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뉴 머니(New Money)' 장면('닉' 역 노아 리케츠와 '조던' 역 사만다 폴리).ⓒ매튜 머피·에반 짐머먼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뉴 머니(New Money)' 장면('닉' 역 노아 리케츠와 '조던' 역 사만다 폴리).ⓒ매튜 머피·에반 짐머먼
    1924년 개관된 브로드웨이 시어터(The Broadway Theatre)는 뉴욕 브로드웨이 내 41개 극장 중 두 번째로 규모(1763석)가 큰 공연장이다. 특히, 한국인 프로듀서가 총책임자로 나서 뮤지컬의 본고장 무대에 작품을 올린 건 100년 넘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초다.

    공연은 극작가 케이트 케리건,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작사가 네이슨 타이슨, 안무가 도미니크 켈리, 음악감독 다니엘 에드몬즈 등이 참여했다. 토니 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뷰티풀 – 더 캐롤 킹 뮤지컬'의 마크 브루니가 연출을 맡았다.

    무대로 옮긴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 출간된 미국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용 문고판 책으로 재출간된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3000만부 넘게 팔렸다. '흰 고래 모비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과 함께 '위대한 미국 소설(GAN·Great American Novel)'로 불린다.

    피츠제럴드 사후 81년이 되는 2021년부터 저작권이 소멸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이 됐다. 오는 23일엔 '그레이트 코멧', '하데스 타운'으로 유명한 레이첼 차브킨이 연출하는 '개츠비'가 A.R.T(American Repertory Theater) 프로덕션으로 프리뷰 공연에 돌입할 예정이다.
  •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프닝나잇 공연 커튼콜 무대에 오른 프로듀서 신춘수.ⓒ오디컴퍼니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프닝나잇 공연 커튼콜 무대에 오른 프로듀서 신춘수.ⓒ오디컴퍼니
    작품은 금주법이 시행되고 재즈가 유행하던 192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인간의 꿈과 사랑, 욕망이 가득한 이야기를 그린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도덕·윤리적으로는 타락해가던 당시 미국 사회의 민낯과 아메리칸드림의 명암을 생생하게 다룬다.

    뮤지컬은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충실하다.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제레미 조던)가 사랑하는 데이지 뷰캐넌(제레미 조던)의 사촌 닉 캐러웨이(노아 리케츠)가 뮤지컬에서도 화자다. 캐러웨이의 내레이션으로 극의 시작과 마지막이 전개되며, 개츠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끔찍한 최후를 맞는지 보여준다.

    신 대표는 "문학성을 기반으로 정말 좋은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 팬데믹 동안 다시 명작소설을 읽었는데, 가장 강력한 이끌림을 줬던 작품이 '위대한 개츠비'였다. 삶에 대한 의지, 꿈을 쫓는 주인공의 모습이 저와 매우 닮았고, 캐릭터에 이입이 되더라.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전쟁을 겪으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했던 1920년대는 지금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은 환상적인 비주얼과 풍성한 음악, 적재적소에 녹여진 웃음 코드로 관객을 홀린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 시대를 재현한 의상, 황홀한 조명, 신나는 춤과 군무, 재즈풍의 현대적인 음악 등이 어우러져 소설 속 세계를 구현한다. 개츠비 저택에서 벌어지는 호화로운 파티 장면들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고, 대공황 직전에 미국인이 느꼈을 법한 도취감을 상상하게 만든다.
  •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 장면.ⓒ매튜 머피·에반 짐머먼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 장면.ⓒ매튜 머피·에반 짐머먼
    작년 10월 12일~11월 12일 3주간 뉴저지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선보였던 시범공연은 프리뷰 개막 전부터 1200석 객석을 전 회차 전석 매진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가 1934년 개관한 이후 역사상 가장 빠른 티켓 매진이다.

    페이퍼밀에서는 집의 외형만 보여줬다면 이번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집의 내형을 볼 수 있다. 더 많은 안무와 아크로바틱을 추가하는 등 프로덕션 초반 15분에 관객들이 보다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공연의 2막에서는 페이퍼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무대 위에 빅밴드를 등장시켜 소설의 디테일을 살렸다.

    '위대한 개츠비'의 리드 프로듀서인 신 대표는 작품 기획부터 개발·제작을 총괄해 전 세계 공연권을 소유하게 된다.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통하면 전 세계에서 통할 것"이라며 "미국 투어 제안과 함께 영국, 호주 등 해외진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한국도 이르면 2015~2016년 공연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한편, '위대한 개츠비'는 연극·뮤지컬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 최고 의상디자인 부문 후보 명단에 올랐다. 4월 30일 토니상 주최 측은 '위대한 개츠비'의 의상디자이너 린다 조가 후보라고 밝혔다. 린다 조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신사들을 위한 사랑과 살인 설명법)'로 2014년 토니상 의상상을 한 차례 받은 바 있다. 

    시상식은 6월 16일 뉴욕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