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관·국세청장 총출동한 군기잡기 … 교정인가 응징인가'재계 입' 틀어막으면 경제 고언 누가 하나 … 교각살우 경계해야
  • ▲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한 매장에서 송출되고 있다ⓒ뉴데일리DB
    ▲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한 매장에서 송출되고 있다ⓒ뉴데일리DB
    대한상의가 보도자료 한 번 잘 못 냈다 '민주주의 적'으로 몰렸다. 그것도 국가 최고 권력 대통령에게서다. 경제부총리, 산업통상부 장관, 국세청장까지 모두 달려든 이튿날 십자포화는 주변 경제단체들까지 초토화시켰다. 업무를 재개한 월요일(9일) 오전에는 경제 6단체 상근부회장이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불려가 혼이 났다.

    상속세가 과도하다는 취지를 전달하려다 졸지에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파렴치한 기관이 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모 경제단체는 정부에 불편한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행사 일정을 무기한 보류하는 등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말 한 번 잘 못 했다가 반역자로 몰릴 수 있다는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발단은 명백한 대한상의의 실책이다. 상의는 영국의 한 이민 컨설팅 업체 자료를 인용해 "상속세 부담 탓에 연간 2400여 명의 고액 자산가가 해외로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의 정체성은 신뢰하기 어려운 곳이었고, 해외 유력 경제지들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내용이었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즉시 사무국을 질책한 것도 일견 부족해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대한상의의 실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교정(矯正)을 넘어 응징에 가깝다. 잘잘못을 가리는 차원을 넘어, 마치 범죄 집단을 소탕하듯 몰아붙이는 모양새는 지나쳐 보인다. 통계 논란을 빌미로 정부가 일제히 상의를 무차별 난타하는 것은, 향후 재계의 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까지 든다.

    '메시지는 버리고 메신저를 노려라.' 이제는 익숙해진 좌파 진영의 공격 공식이다. 우리는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전경련(현 한경협)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목격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은 중요치 않았고, 정부가 듣기 싫어하는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던 전경련은 적폐로 몰려 입이 봉쇄됐다. 이후 한경협의 공백을 메우며 건전한 비판자 역할을 자처한 상의마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통계 논란과 별개로 상속세는 우리 경제를 발목잡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며,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0%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 80%가 가업 승계의 최대 걸림돌로 세금 부담을 꼽았다. 회사를 물려주려면 회사를 팔아야 세금을 낼 수 있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자식에게 물려주지 못할 기업을 누가 더 키우고 발전시키겠는가. 업력이 오래된 기업일수록 수출 기여도가 증대한다는 점에서 상속세 부담 완화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 단체는 정부 정책의 '레드팀(Red Team)'이다. 시장의 논리와 현장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사명을 지닌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는 철저히 검증하고 바로잡아야 마땅하지만, 이를 빌미로 재계 전체를 '민주주의 적'으로 매도하는 건 다시는 입을 열지 말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마녀 사냥으로 기업들의 입을 봉쇄하자 조용히 해외 이전으로 눈을 돌렸던 전철을 답습해선 안된다. 기업 경영이 무서워 한국을 떠날 고민을 하는 경영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까지 가짜는 아니다. 잘못된 숫자는 고치면 되지만, 때를 놓친 정책은 되돌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