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책임지고 정치 일선 물러났던 문재인"국정원 선거개입에 매우 분노, 정부 책임져야"
  • ▲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한산 둘레길에서 대선 당시 출입기자들과 등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한산 둘레길에서 대선 당시 출입기자들과 등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
    정계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 뒤늦게 가세했다. 

    문재인 의원은 16일
    기자들과 북한산 등산을 한뒤 가진 오찬에서
    [이번 사건에 솔직히 조금 분노가 치민다]며 말문을 열었다.

    친노(親盧) 세력의 [대선무효] 주장에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지난해 대선)에 국가 정보기관이
    [특정후보 당선은 막아야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선거를 좌우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그런 식의 시도가 행해졌다는 자체도 다들 분노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의원은 경찰-검찰-정부를 싸잡아 비판하며
    매우 분노스럽다는 점을 수차 강조했다. 

    "또 그런 일각이 드러났는데도
    경찰이 수집한 증거자료까지도 파기해버리고, 

    왜곡된 그런 식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파렴치한 행위다.
    그런 것도 정말 분노스럽다.

    이번에 (검찰) 수사결과 보면서 더더욱 분노스러운 건
    그렇게 국가 기본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 발생했는데,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서 국가정보기관이나
    검찰을 바로세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아직도 정권 차원에서 비호하려는 그런 식의 행태다."


    문재인 의원은 대선 당시의 기억을 곱씹으며 뒤끝있는 듯한 발언도 남겼다.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가
    자기를 음해하기 위해서 민주당이 조작했다고 공격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제가,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뒤집어 말하면 사실로 드러나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 아니겠느냐."


    문재인 의원은
    [뒷북]이라는 여론을 의식한 듯,
    [이제와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책임져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발언을 던지기도 했다. 


    "저는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와서 박 대통령에게 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그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박 대통령이 그 일을 제대로 수사하게 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게 하고
    국정원과 검찰이 바로서게 만드는 계기로만 만들어준다면
    그것으로 책임을 다 하는 것이다.


  • ▲ 지난해 12월 16일,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당시 후보가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3차 TV토론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16일,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당시 후보가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3차 TV토론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그는 당내의 [대선 패배 책임론]에 떠밀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비주류 초선인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은
    지난 2월 5일 <광주 MBC> 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의원은 정계에서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
    내가 대통령 후보였다면 깨끗이 떠나겠다. 

    1∼2년 뒤에 국민이 부르면 다시 나오더라도 떠나야 한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경우 선거에서 지면 깨끗이 정계를 떠난다."


    거센 비판을 받고 잠잠했던 문재인 의원,
    이번에 굳이 북한산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의도 국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엔 
    아직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의원이 공식적으로 기자들과 만난 것은  
    지난해 대선 출정식(6월 17일) 이후 꼭 1년,
    대선 패배 후 약 6개월 만이다. 

    문재인 의원이 이번 북한산 등산 오찬에 취재요청한 기자들은 
    지난 대선 때 자신을 취재했던 기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문재인 의원이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재개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선 출정식을 치룬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오늘로써 문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닫았던 입을 열었다.
    문 의원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2017년(대선)]을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페이스북


    다음 대선에 문재인 후보가 또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재기의 기회를 엿보던 그가
    국정원 의혹사건을 계기로 
    정치행보 재개를 결심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신의 바람을 피력했다. 

    "제가 바라는 건 어찌보면 불행한 일이었지만, 
    국정원과 경찰을 바로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
    박근혜 정부가 그 기회를 제대로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돌연 국정원 공방에 가세한
    문재인 의원의 속내를 놓고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의원과 친노 세력은,
    국정원 사건을 정치적 재개의 발판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포화를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또 다른 사건인 [민주당의 매관매직]을 둘러싸고
    역풍 기류가 일고 있어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