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의식의 선진화
    도덕적 감수성 함양을 위한 시민교육으로

    <제73차 월례토론회 주제: 시민의식 선진화, 어떻게 할 것인가?> 

    박천영
    (연세대 UIC 정치외교학과 4학년)

     

  •   바쁜 아침 출근길, 서울안에 있는 대부분의 지하철 노선은 만원을 이룬다. 지하철에 오르려는 사람과 내리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몸싸움을 방불케 하는 심한 접촉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거친 신체 접촉을 하고 나서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까운 이웃 나라인 일본이나, 세계 제1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시민들은,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예상될 시에는 “스미마센(すみません)” 혹은 “익스큐즈미(Excuse me)”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온다. 물론 간단한 말 한마디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하면서 이런 말 한마디라면 접촉으로 인한 불쾌한 기분은 없어질 것이다. 이런 작은 행동에서부터 시민의식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은 과연 다른 선진국들의 수준에 도달하는 수준일까?

    급격한 발전 속에서 밀려난 시민 의식

      대한민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다른 선진국들이 도달한 약 200년간의 과정을 20년만으로 단축했다. 실로 놀라운 기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 결과는 자부심을 가지는 국민을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성숙한 시민을 만들 수는 없었다. 시민 의식의 발전은 경제 혹은 정치 발전과 달리 단 시간에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벼락부자’라는 말이 있어도 ‘벼락현자’라는 말은 없지 않은가?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성숙되어야 하는 시민 의식은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나 한 명의 리더십으로 절대 성취할 수 없다. 하지만, 더욱더 안타까운 사실은 대한민국은 시민 의식의 선진화에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시민 교육이 전무하다. 오히려, 성공을 위해 유년시절부터 시작되는 지식위주의 교육으로 꽉찬 커리큘럼은 미래의 대한민국에게 시민 교육의 기회조차 뺏어가고 있다.

      시민 의식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대열로 뛰어들기 위해 가장 큰 틀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사회의 성숙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민국은 지난 산업화와 민주화로 발전을 한 것임은 틀림이 없다. 특히 산업화의 과정 후에 민주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식의 상승이 이뤄졌음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는 지식인 및 학생들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감시와 억압으로 어두웠던 독재 시대 속에서 깨어있는 이로써 다른 시민들의 계몽을 이끌고 투쟁을 하여 수많은 희생 속에서 민주주의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자들이 지식인들과 학생들이었다. 어두웠던 시대현실을 깨닫고 거리로 나가 몸소 민주화를 위해 자신들의 몸을 산화시킬 수 있는 의무감은 후세의 학생들도 보고 배울 만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과거 80년대 이전의 사회와 다르게 자유롭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었다. 과거에는 자유의 억압과 인권의 유린이 정부에 의해 행해지고 눈으로 보였기에 특정한 대상에 대한 투쟁을 통해 시민 의식을 개선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특정한 대상은 물론이거니와 가시적으로 보이는 문제점이 없기에, 투쟁 혹은 급진적인 행동을 통해 개선을 바랄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생존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없는 시민 의식의 개선에 대해 사람들은 바쁜일상 속에서 무감각해져 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힐링' 문화: 배려와 교감에 대한 갈증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트렌드는 바로 ‘힐링’문화라고 볼 수 있다. 지치고 다친 심신의 피로를 달래고자 시작된 ‘힐링’이라는 단어는현재 우리 일상 속에 수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와 같은 ‘힐링’에 대한 열광을 과거 90년대의 ‘양심’에 대한 열광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90년대에 가장 획기적인 TV 프로그램중 사람들의 양심을 찾는 '양심 냉장고'운동이 활발했다. 사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자동차 주행 중 정지선 지키기 혹은 지하철 기다렸다 탑승하기와 같은, 어찌 보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행동들에 대해 사람들은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양심적인 행동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당연히 지켜야 할일 할 뿐이다”라는 말만 할 뿐,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그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들을 ‘양심’에 열광하게 했을까? 인간이 무언가를 열망하거나 바라는 것은 그 무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당시 시민들은 양심적인 행동들에 대한 열망을 통해 사회에 부족했던 ‘양심’의 덕목을 바랐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힐링’에 대한 열망도 그에 부합하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남에게 공유를 하고 영적인 교감을 통해 치료를 바라는 것이 아마 지금 현대인들이 타인의 배려와 교감을 갈구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그 부족함 속에서 우리 사회의 시민 의식의 결여를 볼 수 있다고 본다. 거짓과 편법, 그리고 이기주의 속에서 상처받은 개개인들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 받고자 ‘힐링’문화를 만든 것이다. ‘힐링’이 필요한 지금, 시민 의식의 선진화를 통해 모두가 ‘힐링’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시민 의식 발전이 더딘 이유

      그럼,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기 이전에, 시민 의식 발전이 더딘 이유를 알아봐야 한다.
    가장큰 이유는 과거 산업화 과정 속에서 강조되었던 성과를 강조하던 문화를 들어볼 수 있다. 과거, 60~70년대의 대한민국은 빠른 성장을 필요로 했다. 그런 성장중심의 발전을 요구하던 시절, 기업 혹은 정부에서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중요시했다. 그 풍토 속에서 과정은 경시하고 결과만을 강조하는 인식이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수직적인 문화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최고의 결과만을 추구하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깊이 박혀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거나 편법을 쓰거나 혹은 남을 밟고 올라서서 최고의 결과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자유에 대한 교육 부족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0조는 이와 같이 논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지니며, 그 자유와 권리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음을 말한다. 하지만, 자유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리 부족으로 어떤 이들은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잘 모른다.

      개인의 자유의 한계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 감수성'이 필요한 것이다. '도덕적 감수성'이란, 나의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받지 않는지,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을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이다. 비록, 개인의 자유와권리는 존중이 되어야 하나, 타인의 자유와 권리도 자신의 것과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사소한 지하철에서의 부딪힘에도 사과 하나 건네지 않는 너무 '바쁜' 시민들이 허다하지 않은가? 이 것이 선진 시민들이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인 도덕적 감수성이 풍부한 시민들의 모습일까?

      그러므로 성과만능주의와 자유에 대한 개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교육은 중요하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인성에 대한 교육을 더 강조해야 할 것이다. 현대 가족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고, 자녀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부모들의 과잉보호를 받는 경우들도 많아졌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더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조기교육을 시키기 시작하고, 어렸을 때부터 형성되어야 할 인성은 지식교육에 밀려, 1등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모범생들만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부모들 입장에서도 지식교육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인성교육의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대체적으로 유년기에 배우는 예절 및 공중도덕 관련 교육은 무조건적인 당위성에 입각해서 “~해야 한다”고만 강조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당위성은 의무만을 강조를 하면서 마치 자신의 행동이 희생을 요구하는 것과 같이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권리도 자신의 권리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면서 권리와 의무의 공존을 위주로 교육을 할 수 있다면, 합리적으로 자신의 몰지각한 행동이 타인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도덕적 감수성'을 갖출 수 있다.

      이기적인 모범생으로만 구성된 사회는 발전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도덕적 감수성'을 재고할 수 있는 시민 교육을 중요하다.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은 올바른 자유에 대한 개념 정립에 시작되며, 창조와 혁신은 성과보다 과정의 다양성에서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반석으로 시민 의식의 선진화는 필수적이다. 이제까지 대한민국은 정치/경제 면에서의 발전이 우선되어 시민 의식은 그에 뒤따라가는 양상으로 발전되었으나, 이제는 시민 의식의 발전을 통해 더 수준 높은 정치/경제적인 발전이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더 높은 도약을 위해 국가만의 발전이 아닌 개인 의식의 발전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