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디지로그’서 배우 변신, 말년의 김정희 연기로 박수 받아
  • ▲ 도지사 업무와 대권 도전으로 바쁜 한해를 보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번에는 또다른 분야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25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한 "추사 디지로그"공연에 김문수 경기 도지사가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의 역할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도지사 업무와 대권 도전으로 바쁜 한해를 보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번에는 또다른 분야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25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한 "추사 디지로그"공연에 김문수 경기 도지사가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의 역할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도지사 업무와 대권 도전으로 바쁜 한해를 보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번에는 또다른 분야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연기자로 깜짝 변신,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표현한 연극 ‘추사 디지로그’의 주인공으로 출연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 25일 오후 5시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열린 ‘추사, 디지로그’에서 김 지사는 말년의 추사 역을 맡은 배우로 특별 출연했다.

    세기의 최고 예술가인 추사 김정희선생의 작품 속에 담겨있는 사상과 철학정신을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옷을 입혀 새롭게 창출하는 창작 무용극 추사 디지로그는 아날로그적인 요소와 3D 첨단 영상의 디지털 장비가 결합돼 절묘한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김 지사는 이 작품의 8번째 무대의 주인공. 지난 2006년부터 이 공연을 기획한 한뫼국악예술단은 김 지사의 고집스러운 성격과 이면의 부드러운 속마음이 추사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 캐스팅을 했다고 한다.

  • ▲ 25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한 "추사 디지로그"공연에 김문수 경기 도지사가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의 역할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25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한 "추사 디지로그"공연에 김문수 경기 도지사가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의 역할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치인은 타고난 연기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난생 처음 공연에 출연하는 김 지사지만, 리허설하는 모습은 흡사 배우 같다. 추사의 ‘세한도’ 발문 낭독 연습을 하며 목소리는 어떻게 낼지, 시선은 어느 쪽에 둘지, 걸음걸이는 어떻게 할지 오은명 단장 등 주변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드디어 본 공연 무대.

나이든 추사 김정희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또렷해진다. 구성지면서도 처량한 국악 가락이 깔리면서 1분 정도 침묵이 흐른다. 아스라하게 들리는 바람소리가 제주 바닷가를 연상시킨다. 
“바다 건너 초췌하고 달 밝은 밤…. 나의 제자 우선이여. 자네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귀한 책을 보내주었구나. 천리만리 머나먼 곳에서 이 귀한 책을 구한 것이구나. 날이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고 했던가? 태사공이 말하기를 권세와 이익으로 만난 자는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사귐도 멀어진다 하였다. ……(후략)” 

짙은 분장으로 평소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망건과 두루마기 복식을 한 조선 선비의 모습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낭독에 앞서 무대에 오르며 뱉어낸 병색이 완연한 기침소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연기 활동을 해온 배우 뺨치는 포스가 묻어난다. 게다가 김 지사의 목소리는 추사와 닮은 기개와 강직성을, 한편으론 귀양살이의 애잔함과 고독함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김 지사의 배우 등용은 대성공이었다. 이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반응에서도 쉽게 감지됐다. 한 관객은 “처음이라 자칫 실수를 할 수도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 김문수 지사 특유의 탁음이 정말 잘 어울렸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 지사는 이런 반응에 대해 “떨린다기보다는 처음 해봐 잘 모르기 때문에 용감하게 한 것이다”며 “의미도 있고 앞으로 자주 해보고 싶은데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고 차기 작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무대에 오른 김 지사는 추사의 제자 우선 이상적에게 보낸 편지인 ‘세한도’ 발문을 낭독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시절 자신을 찾아주는 제자에 대한 보답으로 그린 작품이다. 김 지사는 7장의 공연 중 5장 「오래도록 잊지 않을 인연들- 세한도」에서 5분 정도 낭독과 연기를 선보였다. 

5장은 외롭고 쓸쓸한 제주생활 때문에 부인의 죽음을 뒤늦게 안 추사가 수선화로 위로받고 슬픈 마음을 시로 달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도도한 권세와 이익을 스스로 벗어난 제자 이상적을 위해 그린 세한도의 뜻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 ▲ 25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한 "추사 디지로그"공연에 김문수 경기 도지사가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의 역할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25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한 "추사 디지로그"공연에 김문수 경기 도지사가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의 역할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세한도’는 추사가 제자인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으로 선비가 그린 문인화(文人畵)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아 국보 180호에 지정돼 있다. 통역관인 이상적은 중국에 사신으로 갈 때마다 최신 서적들을 구해 제주도에 귀향 중이었던 추사에게 전해 주었다. ‘세한도’ 발문은 그림 옆에 곁들인 서찰로 제자에 대한 고마움이 잘 그려져 있다. 

  • 추사 김정희는 시대를 초월한 파격미가 돋보이는 천재 작가. 글씨를 그림으로, 그림을 글씨로 승화시켜 ‘전통의 서(書)’ 예술을 깬 주인공이다. 

    김 지사는 “기개 높은 선비의 삶을 살다 가신 추사 선생을 생각하면서, 권세와 이익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사람의 사랑을 인간관계의 깊은 믿음과 사랑을 통틀어 느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이번에 연습하면서 추사 선생을 새로 보게 됐다”며 “새한도가 가지는 깊은 뜻에 대해 사람 사이의 진정한 믿음과 각인이 어떤 것인지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