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곡동 주부 살해, 서진환 1심서 무기징역 선고받아 피해자 남편 “얼마나 사람을 죽여야 사형이 내려집니까”공판검사, 이례적으로 방청석 피해자 남편 위로
  • ▲ 현장검증 중인 서진환(자료사진).ⓒ 연합뉴스
    ▲ 현장검증 중인 서진환(자료사진).ⓒ 연합뉴스

    “저에게 시집와 고생만 하다가 처참하게 간 아내를 생각하면 어차피 살아가는 게 지옥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처절히 맞아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아내를 보냈습니다”

    “사형제에 찬성도 반대도 의견을 가지지 못한 서민이었습니다..(중략)..저자가 사형당한다고 아내가 살아오지 않는 걸 알지만..(중략)..저자가 사형당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가석방돼 세상에 돌아와 누군가를 또 겁탈하고 살해할 것입니다”
      - 중곡동 서진환 사건 피해자 남편 박모(39)씨

    지난 8월 주부 한 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주부 1명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는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서진환(42)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선고 직후 방청석에 있는 피해자의 남편 박모씨를 찾아가 위로했고, 박씨는 충격을 받은 듯 한 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김재호 부장판사)는 22일 이 법원 1호 법정에서 열린 서진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20년과 신상정보 공개 10년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서진환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검찰의 구형보다 한 단계 낮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진환의 불우했던 성장과정과 범행에 대한 반성, 사형선고에 대한 형평성 등을 판시이유로 설명했다.

    “서진환이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가정이 불안한 상황에서 왜곡된 심성을 형성했다. 법정에서 부족하게나마 반성하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사형은 문명국가, 이상적 사법국가가 극히 이례적인 경우,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선고해야 한다. 동종 사건의 양형을 두루 고려해 사형선고가 형평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선고 직후 굳은 표정을 지었던 박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얼마나 사람을 죽여야 사형이 내려지나. 약한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억울한 심정”

    “무기징역이면 언젠가 감형돼 다시 사회에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서진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씁쓸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공판 검사가 이례적으로 방청석으로 다가가 피해 여성의 남편 박씨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검찰은 서진환에 대한 사형선고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서진환은 군입대 후 군 선배 부인을 강간했다. 이어 또 다른 미혼여성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등 반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 합계만 18년이다”

    “합계 18년의 징역형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바로 이번 범죄”

    “피해자의 가족들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데 피고인은 반성은 커녕 전자발찌를 착용한 것이 범행의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에 복귀하면 더 잔혹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당시 서진환은 전자발찌 부착이 엄청난 중압감을 줘 범행을 하게 됐다는 주장을 해 박씨를 비롯한 방청객들의 분노를 샀다.

    “전자발찌 착용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엄청난 중압감에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범행했다”

    박씨 역시 공판에 나와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눈물로 호소했다.

    “서진환이 힘들게 살아왔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는다면, 우리 아내와 또 다른 겁탈 당한 피해자들은 얼마나 더 큰 고통 속에 살아가겠는가”

    이날 선고 순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던 서진환은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다른 경로로 법원을 나와 호송차에 올라탄 뒤 구치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