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하대 초청강연 "의원수ㆍ국고보조금 줄이고 중앙당 폐지""새누리당 정권연장 분명히 반대.. 여당 반대하니 정권 달라는 민주당 오류"
  •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빈 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 양호상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빈 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 양호상 기자

    ■ 앉을 자리는 강의가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이미 꽉 차 있었다.

    빈틈만 있으면 학생들이 서 있어 발 디딜 틈도 없었다. 1층과 2층, 무대를 바라볼 수만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학생들이 모두 서 있었다. 급기야 무대 위까지도 학생들이 앉았다.

    22일 인하대학교에서 '정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뀐다'를 주제로 열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강연엔 1천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찾았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입장하자 학생들은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안 후보는 웃음을 머금으며 강당 안으로 들어왔다. 학생들의 환호에 화답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는지 앞에서부터 6번째 줄까지 걸어가 손을 흔들었다. 다시 무대로 내려오면서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신기해하는 듯한 표정과 감격스러워하는 표정까지 '인기 연예인'을 대하는 그것이었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그의 강연을 '연예인 공연'처럼 본 것은 아니다. 안철수 후보가 강연을 시작하자 대강당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것.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일부 학생들은 그의 말을 열심히 필기했다. 옆 사람과 떠드는 학생들도 보이질 않았다. 조는 학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기자들의 타자치는 소리, 카메라 플래쉬를 깜빡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엔 안 후보에게 질문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질문자로 선택된 학생을 나머지 학생들이 물끄러미 쳐다보는 모습도 놀라웠다.

  •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단상 뒤까지도 학생들이 앉아있다. ⓒ 양호상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단상 뒤까지도 학생들이 앉아있다. ⓒ 양호상 기자

    "불과 5년 만에 이렇게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고통 주고 불안과 공포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입증한 것이라고 본다."

    안 후보의 '어설픈 유머에도 크게 웃곤 했던 학생들은 안 후보의 이같은 정치적 발언조차도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치적 확장 뿐만 아니라 정권연장을 분명히 반대한다", "대통령 한번 잘못 뽑으면 얼마나 힘들어 질 수 있는가를 절감하게 했는가"라고도 했다.

    "현재 집권 여당이 70년대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고 지금 상황으로는 새로운 정치가 불가능하다. 아무리 강령, 로고 고치고 사람 몇 사람 계속 자른다고 해서, 시스템, 생각의 틀이 바뀌기 어렵다."

    안 후보는 "그렇다고 해서 집권여당에 반대하니 정권을 달라는 것은 또 다른 오류"라고 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비판한 것이다.

    "미래를 담을 틀을 준비하고 국민들의 민의를 받고 기대를 모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바라는 쇄신을 통해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

  •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 양호상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 양호상 기자

    ■ '국회의원 수 및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

    안 후보는 구체적인 정치개혁 과제로 3가지를 내세웠다.  국회와 정당, 선거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안인 셈이다.

    지난 17일 안 후보는 세종대 강연에서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 강화', '특권포기' 등을 3대 정치쇄신 방안으로 제안한 바 있다.

    #1. 국회의원 정원 축소 =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를 줄여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의원 수는 법률에 200명 이상으로 돼 있는데, 국회가 스스로 의석 수를 조금씩 늘려 300명이 됐다. 평소에는 죽도록 싸우다가 국회의원 숫자 늘리고 세비 올리는 데는 한 치도 이의 없이 의견이 일치하는 여야를 보면서 국민들은 기가 막힌다."

    이와 동시에 안 후보는 비례대표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가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소외계층도 목소리를 내며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2.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 안 후보는 "정치권이 스스로 액수를 줄이고, 그만큼 시급한 민생에 쓰거나 정당의 정책개발비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원래는 원칙적으로는 당원의 당비로 정당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국고 보조금으로 유지된다. 심지어 국고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그것으로 인해 기계화, 관료화 됐다."

    #3. 중앙당 폐지 = 안 후보는 "정당의 중앙당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폐지 또는 축소해야 소위 패거리 정치, 계파 정치가 사라질 수 있다"며 원내정당화를 촉구했다.

    "지금까지는 중앙당이 공천권을 행사했다. 그러면 의원은 눈치를 보며 당명에 따른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된다. 완전국민경선제를 해야 한다."

    안 후보는 이같은 3대 특권 포기 방안은 "여야가 합의하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정치의 어려운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군사독재의 유산, 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정치인이 밥값을 하도록 낡은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런 문제점들이 어두운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군사 독재의 유산"이라고 했다. 현 정부와 여당-야당에 이어 과거 정권까지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해 "1981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야당을 회유하려고 시작한 것"이라고 했고, 중앙당의 많은 권력은 "5ㆍ16쿠데타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 양호상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 양호상 기자

    ■  안 후보는 "최소한 이 정도 개혁은 정당과 국회가 이뤄내야 국민이 정치에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 개헌하지 않고도 가능한 일로, 정당이 합의하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영국 철학자 존 로크의 말을 인용해 "새로운 의견은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언제나 의심받고 대부분 반대에 부닥친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정치'를 주제로 한 강연이 이같은 인기를 끈다는 것. "젊은층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해온 정치인, 교수들이 반성해야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