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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지난 15일 판교 테크노밸리 글로벌 R&D(연구개발) 센터에서 열린 한국인터넷포럼 초청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터넷 세상에서만 보면 이명박 정부는 독재정권"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마치 군사독재 시대 언론을 통제하듯 인터넷을 통제하려 했다. 이는 정말 유신시대나 어울릴만한 사고방식이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겠는가. 네트워크 세상은 기본적으로 자율적인 세상이다. 그 자율성을 공권력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도 안 되고, 또 사실 가능하지도 않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규제가 뭘까?
두루뭉실한 문재인 후보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現정부를 독재정권이라고 표현한 근거가 뭘까?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행보에 '실언'이란 있을 수 없다고 믿는 순진한 기자는 16일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된 인터넷 규제는 크게 3개다. 그 중 하나만 방통위 관할 규제였다.
@인터넷 셧다운제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시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다.
@인터넷 삼진아웃제
저작권법에 따라 정부가 불법복제물 등의 복제·전송으로 3회 이상 경고한 복제·전송자에게 해당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계정을 정지시키는 제도.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인터텟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
인터넷 사용자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후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제도. 주무 부처는 방통위다.
현재는 인터넷 셧다운제와 삼진아웃제만 시행되고 있으며 지난 8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본인확인제는 폐지됐다. 결국 인터넷 정책을 총괄한다는 방통위에서는 인터넷 규제를 하지 않고 있는 것.
방통위 본인확인제 담당 관계자는 "위헌 판결 후 법안개정을 위한 업무를 진행 중이다. 더 이상 본인확인제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율적인 규제로 각 사이트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가 주장하는 것은 위헌 판결을 받기 전 '본인확인제' 이야기인 듯 하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실명을 확인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다. 2004년 3월 12일 개정ㆍ공포된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개념으로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비해 익명성을 악용해 인터넷 공간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처음으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와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인터넷실명제'가 처음 도입된 것도 2007년이다. 역시 노무현 정부가 한 일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3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시작한 것.
물론 문재인 후보의 주장처럼 이명박 정부에서 2009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사이트 유형 구분 없이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문재인 후보가 "이명박 정부, 인터넷 독재"라고 주장한 근거도 바로 이 부분.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독재라고 표현한 인터넷 규제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 노무현 前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이 모시던 노무현은 괜찮고 이명박은 독재라는 식의 '초딩'식 논리를 구사할 선동꾼은 아니다. 아니여야 한다. 그런데...
익명을 요구한 방통위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의 "이명박 정부, 인터넷 독재" 발언은 '실언'이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후보의 발언의 근거는 분위기에 편승한 결과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그간 심의해 오던 SNS를 별도의 전담팀을 꾸려 심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SNS 사용자가 많아 지는 현상에 반응한 것이지 SNS나 인터넷 자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아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이를 두고 'SNS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문재인 후보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발언을 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