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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제 집에 도둑 든 줄도 모르고 남의 집 불구경에 신이 났네.”
민주통합당 당원 명부가 무더기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의 핵심 기밀사항이 이벤트 업자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대선 경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데다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 사건을 맹비난하던 민주통합당이었기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민주통합당 4만2천명 당원명부 어디에 쓰였을까?경남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최근 지역 축제 행사를 기획하는 서울의 C 이벤트 대행업체 사무실 컴퓨터에서 민주통합당 당원 4만2천여명의 명단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확인된 엑셀 파일의 명부에는 전국 당원 이름을 포함해 주소와 연락처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모두 담겨 있었다.
경찰은 명부의 또 다른 항목에는 대의원 당원 이외에 100명에 달하는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명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 캠프에 당원 명부가 넘어갔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일단 업체 관계자 박모(45)씨는 “영업상 참고하기 위해 지인으로부터 (명부를) 넘겨받은 뒤 2달간 보관만 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명부의 사용처와 공유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박씨에게 명부를 건네준 이모(43)씨를 조만간 소환해 전달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달 5일 2차 압수수색하면서 업체 사무실의 노트북에서 명단을 확인했다. 명부에 포함된 대의원은 중복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명부의 작성시기는 지난 4월 총선 이후인 것 같다.”
만약 당원 명부를 경선후보 캠프측에서 이용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민주통합당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파문이 대선 경선은 물론 본선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새누리당의 반격 “민주당의 심장이 전국을 배회하고 있다”새누리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제 집에 도둑 든 줄도 모르고 남의 집 불구경만 신이 나서 조롱한 셈”이라고 민주통합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얼마 전 당원 명부 유출 파문 당시 민주통합당이 비난 논평을 냈던 점을 집중 거론했다. 제대로 역습 기회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홍일표 대변인의 국회 브리핑 내용이다.
“새누리당을 향해 ‘파렴치한 도덕적 수준’, ‘극악무도한 행위’라는 말로 날을 세웠던 민주당이 자당의 당원 명부 유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어떤 낯으로 당원과 국민을 대할지 지켜볼 일이다.”
“새누리당에 들이댔던 서슬 퍼런 칼날을 자신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 엄중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원 명부는 정당의 심장 같은 것인데 민주당의 심장이 전국을 배회하고 있다. 대가성 여부와 명부 유출 경로, 부정사용 여부를 포함해 한 점 의혹 없이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
홍일표 대변인은 “또 다시 소중한 당원 명부가 유출되면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원 정보 보호 노력에 동참할 것을 민주통합당에 촉구했다.
민주통합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진상을 파악 중이며 검찰에도 협조 요청을 했다. 유출 책임자가 누구인지 확인되면 엄중하게 처벌하고 형사고발하겠다. 재발방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당 내부에서도 비난 목소리가 나왔다.
대선 경선에 나선 손학규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6.9 전당대회 이후 파기했다는 선거인단 명부가 다시 부활했다”며 선거인단 명부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결국 사태 수습이 원만하게 되지 않을 경우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남경찰청은 C사에서 압수한 엑셀파일을 다시 분석한 결과 19대 국회의원 당선자와 전국 민주당 대의원의 명단이 4만2천여명이 아니라 2만7천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