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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성주 폭행 사건'의 전말이, 재판 진행과 더불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 치열한 사생활 폭로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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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인 한성주 ⓒ 연합뉴스
대만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수(Christopher ChungYi Hsu·중국명 許中一)의 지인이 이른바 '한성주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리면서 촉발된 이 사건은 "2011년 3월 서울 성동구 한성주의 아파트에서 8시간 동안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크리스토퍼 수의 주장과, 반대로 "크리스토퍼 수가 자택에 무단 침입했다"는 한성주의 주장이 등장하며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생활 폭로전'으로 비화됐다.
동영상을 유포한 A씨는 "크리스토퍼 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한성주에 대한 비난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한성주는 유포 당사자를 크리스토퍼 수로 간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하는 맞불을 놨다.
이후 한성주가 크리스토퍼 수를 상대로 주거침입, 손괴 혐의로 2차 고소를 하자, 크리스토퍼 수 역시 한성주와 그의 가족을 집단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아울러 크리스토퍼 수는 집단폭행에 따른 위자료 및 피해보상으로 5억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도 함께 제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지방검찰청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수는 "2011년 3월 서울 성동구 한성주의 아파트에서 한성주와 한성주의 오빠, 어머니를 비롯한 또 다른 남성 2명에게 감금 당한 상태로 약 8시간 동안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수는 뒤늦게 이같은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성주는 "크리스토퍼 수가 감금·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날, 크리스토퍼 수는 훔친 키를 가지고 비어있는 자택에 무단침입, 밤늦게 귀가한 자신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교제를 계속할 것을 요구했었다"며 "상대측의 주장은 모두 허위"라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반박했다.
또한 "크리스토퍼 수의 침입에 놀란 가족들이 자신을 구조하기 위해 통역인 등 일부 지인들과 함께 자택에 들어왔을 뿐, 그 누구도 크리스토퍼 수를 감금하거나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 "8시간 함께 있었지만..폭행은 안했다"
크리스토퍼 수가 한성주와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고소건(집단폭행)은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 중이며 민사소송(손해배상)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돼 4차 공판까지 진행된 상태다.
지난 4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 동관 460호에서 열린 4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주요 증인들이 불참한 채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선 몇 가지 의미있는 사실들이 확인됐다.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되는 '폭행 사건'과 관련, 2011년 3월 어느 날 밤 양측 모두 한성주의 자택에 8시간 동안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
크리스토퍼 수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재만 변호사는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한성주 측에서 당시 성동구 자택에 한성주의 오빠와 친구들 등 7명의 남성과 크리스토퍼 수가 8시간 가량 함께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성주 측은 여전히 '폭행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고, 크리스토퍼 수가 강제로 쓴 각서도 '그가 자발적으로 반성문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크리스토퍼 수가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본인의 주장과 주변인들의 진술, 그리고 각서가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며 "내용을 보면 강제성이 없이는 도저히 쓸 수 없는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 "폭행 충격으로 사업 접어..현재 정신과 치료 중"
이 변호사는 "크리스토퍼 수는 당시 감금·폭행을 당한 뒤 다음날 오전 6시 홍콩으로 떠났고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주위에서 왜 이제와서 고소를 하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의뢰인은 낯선 한국 땅에서 감금과 폭행을 당해 상당한 쇼크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두려웠던 거죠. 그 누구라도 갑작스럽게 그런 일을 당했다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수는 당시 충격으로 헤지펀드 사업도 정리한 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경제전문지 블룸버그통신은 올 1월 "지난해 상반기 수익률이 마이너스 7%에 그친 킬로미터 캐피털의 설립자 크리스토퍼 수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4/4분기 투자금을 전액 환불하기로 결정했다"며 사실상 그가 사업을 접었음을 타전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 수는 2010년 1월 21일 킬로미터 캐피털 펀드운영회사를 설립한 뒤 같은해 8월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해당 펀드를 신고, 홍콩에 거주하면서 이 펀드를 운영해왔다.
■ 어머니 대신 친구가 증인으로‥
이 변호사는 "크리스토퍼 수가 홍콩행 비행기 안에서 어떤 승객을 만나 자신이 당한 사정을 토로한 바 있다"며 현재 그 승객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중인 사실도 밝혔다.
아울러 "크리스토퍼 수가 홍콩 현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를 가장 처음 만난 친구가 다음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라며 "어머니 대신 상대적으로 객관성이 담보되는 친구 '라이너스 리'를 증인으로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재판에는 크리스토퍼 수의 모친이 증인으로 출석, 폭행을 당한 직후 어머니가 직접 본 아들의 상태나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증인으로 채택된 크리스토퍼 수 친구의 증언과 상당 부문 겹치는 점이 많고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증인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뢰인의 모친은 이미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이날 '증인 심문'이 있다고 재판부에서 양측 모두에게 통보도 했죠. 증인 심문을 하기 위해 재판 시간도 오후 4시로 잡은 거예요. 사실 지난 재판에서 우리가 모친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한성주 측에서 증인 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낸다고 했어요. 그런데 계속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며칠 전에 서류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예정대로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 어머니께 오시지말라고 연락을 드렸어요. 재판부에도 그렇게 말씀을 드렸구요."
이 변호사에 따르면 내달 16일에 열리는 5차 재판은 양측 증인들의 '진술'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예고한대로 크리스토퍼 수의 상황을 잘 아는 친구가 원고 측 증인으로 나서는 한편, 피고 측 증인으로는 한성주의 오빠 친구 2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들 증인이 어떤 진술을 펼치느냐에 따라 양측 주장의 사실 여부가 상당 부문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