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항소 포기' 반발 검사장들 '한직'으로 전보검사장급인 정유미도 고검 평검사로 인사이동일부 당사자들, 인사 발표 직후 사의…'법적 대응' 방침도정부, 서울중앙지검장에 친정부 검사 승진 인사 전력법조계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 추진 정부 기조와 안맞아"
  • ▲ 검찰. ⓒ뉴데일리 DB
    ▲ 검찰. ⓒ뉴데일리 DB
    법무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당시 성명을 내 구체적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 검사장들을 '한직'으로 불리는 법무연수원으로 전보했다. 

    현직 검사장급(대검검사급 검사)인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이례적으로 평검사로 강등 발령 내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좌천성 인사'를 당한 일부 당사자들은 즉각 사의를 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항명 검사장'들을 뺀 자리에 대표적인 친여 검사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앉힌 바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인사가 "도를 넘는 입틀막(입 틀어막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검찰 수뇌부 인사를 두고 "보복성 징계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 ▲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전 창원지검장)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전 창원지검장)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법무부, '대장동 항소 포기' 집단 성명 검사장들 사실상 '좌천' 인사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15일 자로 대검 검사급 검사 4명을 신규 보임하고 4명을 전보하는 인사를 전날 시행했다.

    박혁수 현 대구지검 검사장과 김창진 현 부산지검 검사장, 박현철 현 광주지검 검사장은 모두 법무연수원으로 전보됐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낸 검사장 18명 중 일부다. 김 지검장과 박 지검장은 즉각 사의를 표했다.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서 항소 포기를 비판한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급)은 대전고검 검사로 인사 이동됐다.

    이번 인사로 공석이 된 대구지검장에는 정지영 고양지청장이, 부산지검장에는 김남순 부산고검 울산지부 검사가, 광주지검장에는 김종우 부천지청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항소 포기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검사장 18명 명의의 글을 내부망에 올렸던 박재억 전 수원지검장이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해 공석이 된 자리엔 김봉현 광주고검 검사가 승진 임명됐다.

    현재 수원지검은 이재명 대통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 공소 유지를 맡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업무 수행 등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하여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대검 검사급 검사를 고검 검사로 발령한 것"이라며 "검찰 조직의 기강 확립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김만배씨(왼쪽)와 유동규씨(오른쪽) ⓒ연합뉴스
    ▲ 김만배씨(왼쪽)와 유동규씨(오른쪽) ⓒ연합뉴스
    ◆ 檢 내부 비판 확산 … 野도 "보복성 인사" 전방위 비판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라 대검검사급 이상 보직을 11개로 제한하고 있다. 한 번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검사들은 좌천성 발령을 받더라도 계속해서 대검검사급 보직을 맡는 것이 관례였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이번 인사가 위법 소지가 있는 사실상 강등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 난 정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나가라는 압박인 듯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하다"며 "좀 더 남아 보기로 했다"고 좌천성 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정 검사장 이전에 검사장이 고검 검사로 강등된 사례는 지난 2007년 권태호 전 검사장이 유일하다.

    정 연구위원은 "이번 인사는 법령을 명백히 위반한 소지가 있어서 좀 다퉈 보려고 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인사는 조직 구성원을 적재적소에 쓰기 위한 고도의 정밀한 작업이어야지 맘에 안 드는 사람에게 모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인사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한 김 부산지검장도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검사를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범죄자들"이라며 "검사가 결정하는 업무에는 늘 외압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절대로 외압에 굴복하고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 광주지검장도 "형사사법체계 붕괴의 격랑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검찰 가족들께 무거운 짐만 남기고 떠나게 됐다"며 "대한민국 검찰이 끝까지 국민의 인권을 지키고,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든든한 기둥으로 남아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논평을 통해 "겉모습만 징계가 아닐 뿐, 내용은 명백한 '보복성 징계' 인사"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 사태를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이더니, 법무부는 결국 이들을 한직으로 내몰고 직급까지 떨어뜨리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대장동 세력에게 고스란히 넘어갈 위기에서, (검사들의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이자, 검사라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며 "지금이라도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해) 국정조사를 당당히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 법무부. ⓒ뉴데일리 DB
    ▲ 법무부. ⓒ뉴데일리 DB
    ◆ 항소포기 사태 후 檢 핵심 요직 '親與 검사'로 물갈이 전례 … 법조계 "자가당착"

    정부는 최근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고 '부당한 지시에 대한 거부권'을 합법화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나섰다. 법조계에선 이런 기조에 비춰보더라도 이번 검사장 좌천성 인사는 자가당착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권 출범 직후 검찰 해체를 추진한 정부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처럼 공석이 된 검사장 자리에 친여 성향 검사를 앉힌다면 이러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19일 대장동 민간업자 개발 비리 항소 포기 논란으로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임명했다. 박 검사장은 항소 포기 과정에서 역할을 맡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맡았고, 이후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검사를 역임했다. 

    한편 법무부는 "업무 수행 등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하여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기 때문"에 인사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초 항소 포기 사태 당시 수사 지휘가 있었다면, 그 내용이 위헌적이기 때문에 검사들이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차 교수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국가공무원법 66조에서 금지하는 집단행위는 '공익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아주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며 "헌법재판소도 과거 전교조에서 교육부 정책에 반발하는 집단 성명서를 낸 것에 대해 '교육 전문가로서 교육 정책에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는 해석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수사와 공소 유지 전문가들인 검사장들이 의견 개진을 한 것 역시 '금지되는 집단 행위'로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 계엄 당시 명령에 불복한 경찰과 군인들에 포상을 내렸던 정부여당의 기조와 맞지 않는 인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