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검사장, '검찰 개혁' 국면마다 쓴소리법무부 인사서 고검검사급 보직으로 '강등'서울행정법원에 인사 명령 처분 취소 청구나경원·이진숙·김예원 "정유지 지지·응원" "권력으로 눌러도 양심은 꺾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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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 일련의 사태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후 고검검사급 보직으로 '강등'돼 서울행정법원에 인사 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낸 정유미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응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 고검 검사로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장 접수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자신의 폐이스북 계정을 통해 "'소신 공무원' 보호한다더니 '바른말 검사'에게는 좌천의 몽둥이"라며 "이중잣대도 정도껏이지, 기가 차다"고 개탄했다.
나 의원은 "불과 며칠 전, 정부는 '영혼 있는 공무원'을 만들겠다며 공무원법에서 '복종 의무'를 없애겠다고 했고, 부당한 지시에는 '아니오'라고 말할 권리를 주겠다며 생색을 냈다"며 "그래놓고 돌아서서는 정작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한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검사장을 평검사 자리로 내동댕이쳤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지킬 "앤 하이드도 울고 갈 역대급 '내로남불'"이라며 "정 검사장이 무슨 역모라도 꾸몄나"라고 따져 물은 나 의원은 "(정 검사장은) 수천억 혈세가 걸린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다니, '도대체 이유나 좀 알자'고 물었을 뿐이다. 국민의 돈을 도둑들에게 고스란히 안겨주는 꼴을 보고도 입 다물고 있는 게 '영혼 있는 공무원'인가?"라고 일갈했다.
나 의원은 "이재명 정권에서는 도둑이 훔친 돈을 가지고 그냥 나가려는데, '안녕히 가세요' 하고 문 열어주는 게 '충성'이고, '도둑이야!' 소리치는 게 '항명'이냐"며 "대장동 일당은 지금쯤 샴페인을 터뜨리며 웃고 있을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그러면서 "나랏돈 지키려는 검사는 날아가고, 자기들 지갑 지켜주는 장관이 버티고 있으니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인가"라고 비꼰 나 의원은 "정유미 검사장은 잘못한 게 없고, 소송 제기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 행사"라며 "국민은 안다. 입을 막는다고 진실이 사라지지 않는다. 권력으로 눌러도 양심은 꺾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김예원 변호사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검사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의견을 내는 것을 삼가려고 하지만, 정유미 검사님은 공판정에서 자주 만나고 협업했던 기억이 있어서 남겨 본다"며 "(정 검사장님은) 장애인이나 아동에 대한 성폭력이나 학대 사건 (합의부 사건) 항소심 공판검사님이셨고, 저는 피해자 대리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이제 성인이 된 지적장애 여성을, 70세에 가까운 복지관 직원이 몇 달에 걸쳐 모텔로 데리고 다니면서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계속 성폭력 했던 사건이 있었다"며 "피고인은 끝까지 '사귀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 검사장님은 공판에서 필요한 질문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고, 증인신문과 추가 증거 제출을 치밀하게 준비해 유죄 판단이 가능하도록 공소유지를 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김 변호사는 "또 다른 사건에서는 친부에 의한 성폭력 피해 청소년이 자살을 시도해 중환자실에 있던 때가 있었다"며 "당시 제가 엉엉 울면서 공판실에 전화를 드려 상황을 알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정 검사님이 재판부에 피해자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설명해주셔서, 회복될 때까지 절차상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됐다"고 떠올렸다.
이후 "피해자가 회복된 뒤에는 증인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검찰청에서 이동지원까지 해 주셔서 무사히 잘 증언할 수 있었다"고 밝힌 김 변호사는 "공직자가 카메라 앞에 서서 이런 상황을 맞딱드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참 짐작하기 어렵다"며 "공직에 오래 계셔야 되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정 검사장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글을 남겼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검사장을 보면서 심우정, 이창수, 조상원 검사 등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심우정, 이창수, 조상원 검사 등을 '책임을 지고 떠난 그들'로 표현한 이 전 위원장은 "이들은 조만간 변호사 개업을 하고(어쩌면 이미 했을지도), 전관 예우를 받으며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그리고 그들이 비운 자리는 '좌천을 견뎌내고 세월을 이겨낸' 다른 이념을 가진 검사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 위원장은 "그래서 검찰총장, 검사장 등 자리를 던지고 떠난 그들이 전혀 멋있게 보이지 않는다"며 "검사, 판사 등 법조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있다. DNA가 변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사법부가 예전 사법부가 아닌 건 필연적인 결과일지도"라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그래서 '잘못은 잘못'이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하며 몸으로 행동으로 저항하는 정유미 검사가 너무도 멋있게 보인다"며 '대한민국이_보고 싶어 하는_검사'라는 태그를 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