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관련 없지만 친노 인사 사용 가능성 배제하지 않아”
  • ▲ 지난 2008년 세종증권 매각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노건평씨의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008년 세종증권 매각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노건평씨의 모습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70)씨가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이는 300억원의 뭉칫돈을 검찰이 찾아냈다.

    300억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학 9년 후배이자 건평씨의 측근이던 박영재(57)씨가 운영하던 폐기물 업체 <영재고철>의 회사 통장에서 발견됐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인 2005~2008년 초까지는 수백 차례 수천만~수억원이 통장을 들락날락했지만 퇴임 이후인 2008년 5월 이후로는 돈이 입·출금된 흔적이 거의 없다.

    사업을 하는 회사의 통장에 거액이 사용되지도 않고 4년간 쌓여 있었다는 것. 통상적인 회사 자금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정권 교체로 '검은돈'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건평씨나 박씨가 의도적으로 돈 흐름을 중단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통상 수천만원대를 넘는 의심스러운 현금 흐름은 해당 금융기관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하게 돼 있지만, 이 자금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면밀하게 세탁했을 가능성이 크다.

    300억원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창원지검은 “계좌 소유주(박영재씨)의 범죄행위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노건평씨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문제의 통장에 들락거린 자금 흐름이 건평씨가 실소유주인 전기안전기기 제조회사 KEP사에 닿아 있기 때문에 건평씨가 돈 주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돈이 노 전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 검찰은 “전혀 없다”고 일단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건평씨도 박씨도 아닌 ‘제3자’가 조성한 돈을 박씨가 통장에 보관만 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이나 친노(親盧) 인사가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누구도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단계에선 누구도 이 돈의 성격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3주기인 23일 이후 건평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건평씨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는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검사를 고소하겠다”고 했다.

  • ▲ 2010년 8.15 특별사면으로 창원교도소를 출소한 노건평(오른쪽)씨가 교도소 정문 앞에서 지인으로부터 큰절을 받고 있다. 왼쪽 붉은 셔츠를 입은 사람이 박영재씨. ⓒ연합뉴스
    ▲ 2010년 8.15 특별사면으로 창원교도소를 출소한 노건평(오른쪽)씨가 교도소 정문 앞에서 지인으로부터 큰절을 받고 있다. 왼쪽 붉은 셔츠를 입은 사람이 박영재씨. ⓒ연합뉴스

    300억원 통장의 주인인 박영재씨는 노 전 대통령 취임 때부터 퇴임 후까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 등에서 열린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밀어온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가 친동생 이상으로 챙겨서 “봉하대군(건평씨) 옆에는 박영재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박씨는 건평씨뿐 아니라 친노(親盧) 인사들이 경남 김해시나 노 전 대통령 생가 등을 방문할 때도 모습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와 자살했을 때, 언론에 노 전 대통령 고향마을의 표정 등을 전달한 것도 그였다.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9월 퇴임 후 지낼 사저(私邸) 신축 후보지를 물색하기 위해 봉하마을에 들렀을 때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염두에 뒀다는 봉하마을 마을회관 뒤쪽의 토지 소유주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잠시 운영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에 1억원을 투자했다는 말도 있다.

    그는 진영읍 진영공설운동장 인근에서 1천여평 규모의 가든형 오리요리집인 ‘바보 오리농장’을 운영했다. 상호를 ‘바보’로 한 것은 ‘바보 노무현’에서 따온 것이다.

    이 같은 노 전 대통령 형제와의 끈끈한 인연으로 인해 박씨는 2010년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이봉수씨와 함께 국민참여당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그 당시 지역언론들이 보도했다.

    한편, 노건평씨는 지난 2005년 4.30 재보궐선거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수억원을 받아 김해갑 선거구 이정욱 전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선거자금 명목으로 전달해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