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태 의장, 임시회 개회식서 박 시장에 쓴소리 “명분 집착해 실리 잃어”, “면밀치 못한 계획이 중앙부처 갈등 초래”“공무원들 피로감 누적” 비판 귀담아 들어야
  • ▲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사진 연합뉴스
    ▲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사진 연합뉴스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이 박원순 시장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제237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식이 열린 18일 오후, 본회의장에 출석한 박 시장은 허광태 의장의 느닷없는 질책에 진땀을 뺐다.

    박 시장의 ‘가벼운 언행’을 직접 거론하며 발언을 시작한 허 의장은 박 시장의 실정(失政)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허 의장의 쓴소리 목록에는 핵안보정상회의 불참, 돌고래 쇼 중단, 중앙부처와의 잇따른 충돌 등 박 시장 취임 후 논란을 빚은 주요 현안이 빠짐없이 포함됐다.

    먼저 핵안보정상회의 불참과 돌고래 쇼 중단에 대해서는 “명분에 집착해 실리를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연쇄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한강 텃밭 조성사업과 ‘박원순 표’ 주택정책에 대해서는 “면밀하지 못한 계획과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의 소통부족이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고 날을 세웠다.

    토목사업과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보여주기식 선심성 토목사업은 없애야겠지만 도로-교통 등 시민의 삶과 직결된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취임 후부터 시청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내부불만에 대해서도 서슴지 않고 이야기했다.

    허 의장은 “우선 순위 없이 쏟아지는 아이디어를 소화하느라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걱정스런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행정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그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에너지 절약 등 환경과 관련된 사업이 형식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정책의 실효성 확보를 주문했다.

    허 의장은 “시민들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지혜로운 시장, 정치가 아니라 정책을 고민하는 시장을 원한다”면서 “시장님의 깊은 고민의 흔적들이 시민들이 서울특별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는 당부의 말로 고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