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 경쟁 ‘후끈’, 친이-친박 구도 어떻게 변하나靑 예의주시 속 당-청 치열한 물밑 싸움, 朴 고심 중
  • “주사위는 던져졌고, 박근혜 선택만 남았다.”

    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 공천 신청이 마감된 가운데 새누리당 공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핵심은 공천에서 친이계가 얼마나 살아남느냐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정권을 잡은 새누리당에서 친이계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친이계의 정점인 청와대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파워는 막강하다. 대표적인 새누리당 텃밭인 서울 서초갑에는 박 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이혜훈 의원이 혼자 이름을 올렸다. 바로 옆 서초을에는 신청자만 10명이 몰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들 알아서 기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실제로 새누리당 현역 의원 지역구 중 단수 신청자로 마감된 곳은 15곳 중 9곳에 이른다. 박근혜 파워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 ▲ 선출된 새누리당 공심위원들.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에서 친이-친박간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선출된 새누리당 공심위원들.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에서 친이-친박간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예의주시 靑, 핵심은 이재오

    정권 마지막 해인만큼 이번 공천에 대한 청와대의 관심을 극도로 예민하다.

    연이어 터진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로 레임덕 현상에 직면했지만, 올해 선거 관리에는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여전히 국가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의 정점인 만큼 영향력은 적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특히 대선은 이 대통령의 임기 이후의 ‘평가’ 혹은 ‘운명’과도 연관된 부분이며 이를 위해서는 총선에서 친이계의 존속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이다.

    박 비대위원장의 ‘친이계 배려’의 기준은 이재오 의원으로 모아지고 있다. 현 정권을 이끌어온 친이계의 좌장인데다, 지역구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낙천은 결국 친이계 나아가 청와대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라는 과격한 시각도 존재한다.

    현 정부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계파를 떠나서 이재오 의원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정권 심판론이 무서워 낙천시킬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지역구인 은평을(乙)에서 상당한 선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구 정당 지지율은 민주통합당이 33.6%로 새누리당 29.7%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후보 대결에서는 이 의원이 34.0%의 지지율로 김성호 민주통합당 지역위원장(20.5%)과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10.5%)에 크게 앞서는 모습이다.

    매일 새벽 자전거로 지역구를 누비며 지역민과 꾸준히 소통해온 바닥 민심이 힘을 발휘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 ▲ 공천 일정이 다가오면서 칼자루를 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박근혜 비대위원장 ⓒ 양호상 기자
    ▲ 공천 일정이 다가오면서 칼자루를 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박근혜 비대위원장 ⓒ 양호상 기자

    ◆ 화합이냐? 숙청이냐? 박근혜는 고심 중

    공천 일정이 다가오면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고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친박계가 그동안 친이계에 받아온 이런저런 설움이 워낙 큰데다, MB정권 심판론이 거센 상황에서 섣불리 친이계에 공천이 돌아갔다가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당내에서도 친이계 핵심 인물들의 용퇴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상돈 비대위원이 대표적이다. 아예 MB 측근의 공천 불가론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MB정권 실세들이 출마하면 MB정권 심판론을 부각시켜 총선에서 여당이 불리해 지기 때문에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친이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이라는 이름은 지웠지만, 담담히 공천은 신청했다. “처분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냥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대표적인 MB맨으로 알려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공천 신청 서류에 ‘대통령실’로만 이력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친이계의 ‘화력’이 결코 만만치는 않다. 박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친이계를 아예 배제하는 것도, 그렇다고 함께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친이계 역시 총선보다 대선이 더 중요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인 만큼 공천 과정에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선 필패’라는 절망적 전망이 나오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당내 분열보다는 계파를 망라한 협동이 절실해 보인다.

    친이계 한 의원은 “박 위원장 측으로선 당장의 총선결과보다 대선구도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친이계와의 분열은 결국 야권에 유리한 결과만 가져달 줄 것이며 이는 박 위원장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친박계 분위기는 단호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나눠먹기식 공천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원칙을 중요시 하는 박 위원장의 성품상 타협은 없다. 공천위 결정과 비대위의 공천가이드라인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협상론자도 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쇄신을 강조하는 현재 비대위가 ‘나눠먹기식’ 공천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몇몇 친이계의 공천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친박계의 반발이 있더라도 이 부분을 간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