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교사 직무유기 혐의 입증 자신감교육계 극도로 말 아껴..."수사결과 지켜 보자"
  • ▲ 학교폭력 근절에 경찰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찰관들이 6일 오전 졸업식이 열리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학교폭력 근절에 경찰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찰관들이 6일 오전 졸업식이 열리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누가 지시하거나 신고가 있어 수사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직접 인지해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

    사상 초유의 직무유기 혐의 교사 입건의 배경이 드러나고 있다. 교육계에선 전례가 없는 이번 사건을 놓고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교육계에 미칠 파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책임이 크게 늘어날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한켠에서는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지운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있다. 학교폭력의 모든 원인을 교사들에게 떠넘긴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일선학교의 태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계자를 통해 재구성한 사건 개요는 이렇다. 학교폭력 대책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은 한 중학교 여학생의 자살로부터 비롯됐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A는 이 학교 학생 B군 등 8명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 여느 사건과는 달리 A양의 부모 역시 이같은 사실을 알고 몇 차례에 걸쳐 학교를 찾아가 교장과 담당교사 C를 만나 사정을 알렸다.

    그러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A양 부모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C교사는 A양을 괴롭히는 B학생 등을 불러 ‘훈계’를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조치는 없었다.

    C교사로부터 훈계를 들은 친구들은 그날부터 더욱 심하게 A양을 괴롭혔다. 드러내 놓고 왕따와 폭행을 일삼았다. 폭행과 괴롭힘은 작년 3월부터 A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11월까지 계속됐다. B군 등의 폭행이 심해지자 A양의 어머니는 다시 학교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C교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A양은 자살 직전 C교사를 찾아가 “너무 맞아 머리가 아프다”며 도움을 호소했지만 C교사는 이마저도 외면했다. A양은 이날 ‘나만 죽으면 끝이다’라는 메모를 남기고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경찰은 교사를 입건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전례도 없거니와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습적인 학교폭력에 괴로워하던 학생이 자살할 때까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충분히 대응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던 담임교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학생을 보호할 책임을 외면한 것이란 판단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C교사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반응은 착잡함과 긴장감이 뒤섞여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입장을 정리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 역시 좌우를 가리지 않고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사건은 앞으로 검찰의 수사지휘를 거쳐 기소여부가 결정된다. 교육계의 눈길이 검찰의 수사지휘 결과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