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m/h 속도에서 비행기끼리 맞대고 거리 유지해야”2013년 공중급유기 도입 후 우리 공군 전력 배가될 것
  • 美공군은 ‘공중급유’를 단순한 연료공급이 아닌 ‘힘의 투사(Power Projection)’라고 한다. 우리 공군도 2013년부터 공중급유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군에 ‘이 사람’이 없으면 공중급유기가 있어도 헛일이다. 공중급유는 500km/h의 속도를 유지하며 작은 ‘깔대기’를 서로 맞춰야 하는 것이기에 훈련을 받지 않으면 공중급유기로부터 연료를 공급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급유 훈련교관에게 ‘공중급유’와 그 의미에 대해 물었다. 

  • ▲ 지난 9월 하순 공군은 우리나라 영공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공중급유훈련을 가졌다.
    ▲ 지난 9월 하순 공군은 우리나라 영공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공중급유훈련을 가졌다.

    오충원 소령은 공군사관학교를 1999년 졸업했다. 2009년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제19전투비행단 159대대 조종사, 공중작전과 작전장교,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작전사령부 연습훈련처 합동훈련담당관, 38전투비행전대 111전투비행대대 편대장 등을 지낸 뒤 현재 38전투비행전대 작전과장을 맡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스트렛마이어 장군의 한국전쟁일기’를 번역하기도 했다.

    오 소령은 작전과장을 맡기 직전인 지난 9월 공중급유 훈련교관 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작전가능훈련(CRT. Combat Readiness Training) 종료 후 지금까지 KF-16전투기 900여 시간 등 총 비행시간 1,200여 시간에 이르는 베테랑 조종사다.

    뉴데일리(이하 <뉴>) 이번에 공중급유훈련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급유훈련 교관자격을 획득했다고 들었다. 급유자격과 교관자격에 어떤 중요한 차이가 있는가.

    오충원 소령(이하 <오>) 교관자격을 획득했다는 것은 앞좌석 공중급유훈련 평가에 합격한 뒤 뒷좌석에서 공중급유를 받을 수 있는 기량을 보유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보통 2인승 전투기에서는 교관이 뒷좌석에 앉는다.

    뒷좌석은 전방시야 불량, 기재취급 제한 등 제한사항이 많아 공중급유 시 전방석에서보다 난이도가 높다. 뒷좌석에 앉아 공중급유를 무사히 받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만 앞좌석에 앉은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 또한 교관자격은 공중급유 중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비상상황에 대해서도 후방석에서 조언 및 처치할 수 있는 지식, 기량을 보유해야만 획득할 수 있다.

    <뉴> 우리 공군은 그동안 해외원정훈련을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방부와 공군에서는 공중급유훈련 자격 이수를 활성화해 해외 전지 연합훈련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같던데 들은 이야기가 있는가.

    <오> 공군에서는 올해 공중급유훈련을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성사시켰다. 올해 훈련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앞으로 해외에서 실시되는 연합훈련에 공중급유를 활용해 참가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훈련을 통해 공중급유 자격을 획득한 조종사들이 먼저 (해외전지 연합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뉴> 이번 공중급유 훈련이 처음이었을 텐데 일반적인 전투기 조종에 비해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보통 생각하기에는 시속 수백km의 속도에서 직경 30cm의 작은 콘(Corn)을 서로 맞추는 데 어려움이 클 거 같다.

  • ▲ 우리나라 최초로 공중급유 훈련교관 자격증을 취득한 오충원 소령. 오 소령은 현재 38비행전대 작전장교로 근무 중이다.
    ▲ 우리나라 최초로 공중급유 훈련교관 자격증을 취득한 오충원 소령. 오 소령은 현재 38비행전대 작전장교로 근무 중이다.

    <오> 공중급유는 평소 전투기의 비행 속도에 비해 무척 느린 540~560km/h의 속도로 비행하며 급유기의 급유관과 전투기의 급유구를 연결한 후 2분 이상 유지해야 하는 훈련이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편대비행을 통해 전투기와 전투기 사이를 1m 내외의 간격으로 유지하며 근접 비행하는 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에 근접비행이 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공중급유는 1m가 아니라 급유관과 직접 연결한 뒤 비행해야 한다. 더구나 집채만 한 급유기가 머리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우 정확하고 세밀한 조작이 요구된다. 

    <뉴> 공중급유를 받는 입장과 하는 입장은 다를 거 같다. 훈련교관 자격 교육에 공중급유를 하는 상황도 포함돼 있는가.

    <오> 전투기 조종사는 공중급유를 받을 수만 있다. 공중급유는 KC-135, KC-10과 같은 공중급유기 조종사들만이 해 줄 수 있다.

    <뉴> 2013년부터 우리 공군도 공중급유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전투행동반경이 늘어난다’와 같은 일반적인 장점 외에 어떤 장점이 있는가.

    <오> 공중급유 첫 훈련 때 제가 미군 교관들에게 질문한 내용이었다. 실전 경험이 많은 미 교관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Power Projection"이었다.

    이는 공중급유를 통해 전투기들이 원래는 도달할 수 없는 곳까지 갈 수 있게 해주면서 임무지역에서의 전투가능시간을 최대한 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투 출격 시 연료는 이륙을 위한 소량의 연료만 채우고 대신 더 많은 무장을 장착하고 출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뉴> 앞으로 공중급유 훈련을 받을 후배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나 의사결정권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오> 많은 후배들이 뛰어난 비행 기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중급유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일반적인 편대비행과 다른 점이 있고, 난이도가 있기 때문에 해당 사항을 염두에 두고 세부적인 연구를 먼저 실시한 뒤 훈련에 임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오 소령의 설명처럼 공중급유능력은 지난 10월 도입한 ‘피스아이’ 조기경보통제기와 함께 공군력의 ‘투사’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피스아이’가 눈과 귀라면 공중급유능력은 ‘입’이자 ‘위장’이다.

  • ▲ 지난 9월 21일 공개한 우리나라의 첫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의 모습. 2013년부터 공중급유기가 들어오면 우리 공군은 '기본적인 능력'을 모두 갖추게 된다.
    ▲ 지난 9월 21일 공개한 우리나라의 첫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의 모습. 2013년부터 공중급유기가 들어오면 우리 공군은 '기본적인 능력'을 모두 갖추게 된다.

    일본은 이미 KC-767J 공중급유기 4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1년 그 수를 8대로 늘이는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러시아제 수송기를 개조한 공중급유기를 14대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 도입을 시작해 2014년에야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한다.

    공중급유기가 대북 억지력은 물론 중국과의 이어도 분쟁, 일본과의 독도 갈등에서 막강한 힘을 실어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중급유 훈련과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은 한참 늦은 감이 있다.

    오충원 소령

    공군사관학교(47기, 기계공학 전공), 국방대학교 석사과정(군사전략)
    19전투비행단 159대대 편대 조종사, 19전투비행단 공중작전과 작전장교,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공보업무발전요원, 국방대 석사과정(군사전략),
    공군작전사령부 연습훈련처 합동훈련담당관,
    38전투비행전대 111전투비행대대 2, 3, 4편대장, 현 38전투비행전대 작전과장

    저서: 2011. 6월 "스트렛마이어 장군의 한국전쟁일기“ 번역 출간(플래닛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