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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온 북한이 선거일이 다가옴에 따라 남한 내 여론을 선동하려는 활동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북한 매체의 선거 관련 보도가 갈수록 늘고 있고 여당인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수위도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북한 매체는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중심으로 지난 20∼21일 이틀간 선거 관련 보도를 10여 건씩 내보내더니 22일에는 20건이나 쏟아냈다.
23일에도 오전에만 `독재정권을 끝장내야' `제때에 사퇴하는 것이' 등 13건을 통해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를 비난하는 데 주력했다.
북한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선거가 치러지게 된 배경, 각 후보 진영의 선거전략, 내년 총선 및 대선과의 관계 등 비교적 객관적인 기사도 내보냈지만,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한나라당과 나 후보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주에는 `부동산 투기의혹' `일본 자위대 행사 참가 논란'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나 후보를 공격했고, 나 후보 측이 박원순 후보에 대한 `학력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여우귀신"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대남방송인 구국전선은 18일 `나경원이 서울시장이 될 수 없는 이유'라는 기사에서 나 후보는 "현 보수 당국의 정책 작성을 비호 두둔해 온 최측근"이라며 "이런 부패왕초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시민의 과반수인 우리 서민이 밥도 잃고 집도 잃고 일자리마저 잃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공격했다.
우리민족끼리는 22일 "남조선의 진보세력이 반보수 대연합을 이룩해야 한다"고 선동했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번 선거는 민주개혁세력과 보수세력 사이의 생사를 건 싸움으로 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진보 세력의 단합과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유력한 대권 후보로 선거 지원에 나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표적을 삼았다.
이 매체는 22일 "썩은 정치를 매장하려는 것은 민심의 한결같은 지향이고 요구"라며 "박근혜가 이런 대세도 모르고 상대방 흠집 내기와 같은 구시대적 정치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정치인생으로서의 그의 전도도 가히 알 만하다"고 비꼬았다.
북한이 남한 진보세력의 단결을 외치고 한나라당을 물고 늘어지는 데는 나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속내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남측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불만도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동신문은 21일 "이번에 남조선 집권자가 원칙 있는 남북대화를 운운한 것은 대북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공공연한 선언"이라며 "고집스런 남조선 당국의 원칙고수 놀음이 가져올 것은 고립과 파멸밖에 없다"고 비방했다.
북한의 이런 비난은 류우익 통일장관의 취임을 계기로 남한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이 발휘되고 있지만 이를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또 이번 선거를 통해 남한 정권을 비난함으로써 대내적으로 체제결속을 다지고 남한사회의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서도 비방을 계속하고 있고, 특정 후보자에 대한 비방 등도 도를 넘어섰다"며 "북한이 내정간섭에 가까운 그런 보도를 계속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 우려스럽다"고 말했다.